윤석열×이준석×김종인에 김병준까지?···고차 방정식 되는 국민의힘 내부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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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11. 오후 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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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병준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준석 당대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 신경전 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대선 후보 ‘원톱’으로 치러지는 과거 대선과는 달리 여러 인물들이 주요 ‘플레이어’(선수)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선 후보 외에도 이준석 대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여기에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선대위 구성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선대위의 주도권 쟁탈전이 복잡해지고, 최종 선택권을 쥔 윤 후보가 관망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선대위 인선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준석 VS 윤석열…삼위일체는 가능할까.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의 가장 큰 갈등 지점은 이 대표와 윤 후보 사이 신경전이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선출 이후에도 선대위 구성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으며 ‘훈수 두기’를 이어가고 있다. 윤 후보가 당헌당규상 당무 우선권을 갖고 있지만 이 대표가 선대위 성격과 인선에 대해 꾸준히 제안을 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11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을 두고 “당연히 중용될 인사”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직 발탁 여부 등 선대위 구성에 대해 “현실적으로 저희가 한 2주 정도의 준비 기간을 둬서 20일경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물론 후보랑 상의해서 조금 조정할 수는 있겠지만 이달을 넘기지 않도록 하려고 실무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이 김종인 전 위원장과 ‘투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된다는 얘기에 대해선 “후보가 조정해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김종인 (전) 위원장은 누구나 예측가능하듯이 총괄 지휘를 한다면 메시지전이나 정책 능력이 탁월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종인 (전) 위원장의 어떤 구상이라는 걸 실현시키려면 상당한 권한을 좀 줘야 하는 건 맞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 원톱 체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대표는 앞서 기존 캠프를 줄이고 선대위를 재개편해야 한다고도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처음부터 윤 후보가 선대위 구성에 있어서 최고 결정권자라고 말했다”며 “그와 별개로 선거 승리를 위해 여러 제언이 오가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권영세·윤상현·추경호 의원을,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용태·윤희숙·금태섭 전 의원의 등용을 윤 후보에게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 캠프 일부에선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의 권한까지 침해하는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 캠프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던 김영환 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와 김종인 전 위원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전권을 쥐고 누군가가 휘두른다면 그가 상왕이 되고 윤석열은 꼬붕이 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김 전 의원은 “지금은 윤석열의 시간”이라면서 “이준석도, 김종인도 금도를 지키고 말과 행동을 절제해야 한다. 파리떼, 하이에나, 거간꾼, 자리 사냥꾼 등의 ‘죽음의 언어’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했다. 이 대표를 향해선 “누워서 침뱉기식 언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통상적으로 대선 후보가 뽑히면 사무총장부터 모든 인선을 새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대표가 나서서 인선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후보로서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후보는 지난 5일 선출된 후 이날로 6일째가 됐지만 권성동 비서실장, 이양수 수석대변인, 김병민 대변인까지만 임명했다. 윤 후보 역시 당장 전면에 나서서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관망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와 윤 후보 사이 긴장감의 이면에는 ‘삼위일체론’이 자리잡고 있다. 이 대표는 ‘윤석열-이준석-김종인’ 3명이 모두 합쳐져야 대선에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독무대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윤 후보로선 달갑지만은 않은 ‘권력 분점’ 구도다.

■새로운 변수 김병준?

윤 후보 캠프 내에선 김종인-김병준, 두 전직 비대위원장의 투톱 체제로 선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종인 전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파리떼”,“자리사냥꾼”이란 표현을 쓰며 기존 윤 후보 캠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윤 후보는 기존 캠프를 유지한 채 확대 개편하는 안을 선호하고 있지만, 김 전 위원장은 기존 캠프 인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캠프 내 일부 인사들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올 경우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김병준 전 위원장 카드를 꺼내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공교롭게도 두 전직 위원장은 서로 공개 비판을 하는 등 관계가 좋지 않다. 특히 김종인 전 위원장의 스타일상 ‘원톱’이 아니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윤 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후보로선 김병준, 김종인 두 전직 위원장을 모두 모시는 것이 당연히 좋다”면서도 “굳이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김종인 전 위원장이 우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캠프 내에서 일부 ‘반김종인’ 세력이 있고, 이 대표가 김종인 전 위원장과 연대를 하면서 구도는 복잡해졌다. 윤 후보 역시 김종인 전 위원장을 선호하곤 있지만 ‘상왕 리스크’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문제다.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면서 대선 정국에서 핵심 자리인 당 사무총장을 두고 힘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조직과 돈, 향후 재보궐, 지방선거 공천권을 쥐고 있는 사무총장 자리와 선대위를 운영하는 총괄선대본부장 자리를 놓고 이준석, 김종인, 윤석열이 헤게모니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무총장 자리를 두고 이 대표는 권영세 의원, 윤 후보는 권성동 비서실장을 각각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같은 신경전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있다. 자리싸움, 주도권 싸움으로 비춰지는 모습”이라며 “윤 후보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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