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세입자로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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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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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영 건설부동산부

[서울경제] “아버지가 타던 오래된 외제차를 물려받아 타고 있는데 신혼부부 임대주택에 들어가게 되면 문제가 될까요.”

최근 결혼을 앞둔 한 대학 후배가 물었다. 얼마 전 국정감사를 통해 ‘임대주택에 외제차가 수두룩하다’는 기사가 나온 뒤 임대주택 입주자격에 문제가 생길까 염려한 탓이다. 시골길에도 외제차가 흔해진 요즘이지만 임대주택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눈치를 주는 시선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세입자는 힘이 든다. 못 자국 하나 내도 집주인의 눈치를 봐야 한다. 많은 직장인의 바람이 ‘내 집 한 채’ 갖는 것이지만 돈을 아무리 잘 벌어도 대출이 막혀 있으니 집을 살 방법은 요원하기만 하다. 정부는 이런 사람들에게 “꼭 집을 사야 할 필요는 없다”며 임대주택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임대주택에 산다고 내 집 마련 욕구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정부는 종종 마치 집 사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은 일처럼 여기는 듯 보인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40%로 좨놓고, 혹시나 다른 데서 빚을 내 집을 사지는 않을까 특별점검단을 급파해 부동산을 뒤지기도 한다. 분양가 규제로 가격을 낮춘다고는 하지만 돈줄을 풀어주지 않으니 현금부자들만 좋은 일일 뿐이다. 서울 집값 중위가격이 9억원에 육박했는데도 최고가 주택 기준을 9억원에 묶어두고 세금 부담을 늘리면서 ‘집을 갖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에서 살다가 분양을 받아 ‘내 집 마련’을 가능케 했던 공공임대 분양전환 제도도 폐지론이 나오는 등 집을 마련할 방법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연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IR)이 현 정부 출범(2017년 2·4분기) 당시 16.4에서 올해 2·4분기 21.1로 늘어났다. 소득을 전부 집을 사는 데 투입하면 21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서민들은 집값이 더욱 올라 아예 집 사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하게 될까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욕구를 보듬어주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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