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4일 기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커지게 됐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의 연간 이자 상환액은 3조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빚 규모가 2000조원을 향해 질주하는 가운데 2030세대와 자영업자 등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위축과 경제 기초 체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빚은 전 분기 대비 19조1000억원 늘어난 186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규모다. 가계빚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 등에서 받은 가계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액인 ‘판매 신용’을 더해 산출한다. 가계빚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은 1755조8000억원으로 이 또한 역대 최대치다.
같은 달 예금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중 76.1%가 변동 금리형이다. 은행 외 금융사의 변동형 비중도 같다고 가정할 경우 기준 금리 0.25%포인트 상승 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산술적으로 3조3000억원 증가한다. 지난해 8월부터 4차례 총 1%포인트 폭으로 금리가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반년 여 만에 이자 상환액이 13조원가량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도 지난해 9월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상환액이 2020년 말 대비 3조2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1인당 상환액 부담은 289만6000원에서 305만8000원으로 뛴다.
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 가계대출 금리도 요동치고 있다.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경우 4대 시중은행의 평균 금리 상한선이 지난달 이미 연 6%대를 돌파한 상황이다. 이날 현재 우리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최고 금리는 6.45%로 보름 만에 0.5%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주담대 금리가 6%를 넘어선 것은 미국발 금융 위기가 한국을 덮쳤던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금융 시장에서는 연내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급증한 가계 부채를 관리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차원에서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이라면서 “미국 등 여러 선진국 중앙은행도 금리의 정상화, 부채 축소를 얘기하고 있어 대출을 많이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현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