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인 줄 알았는데 고구마…이 시대 청춘 그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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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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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에서 느낀 단상들 네 컷 만화 `행복한 고구마`로 인터넷 올렸더니 `폭풍 공감`
500만뷰 달성하며 인기몰이…팍팍하고 고된 인생이지만 나를 지킬 인생기술 있어야


그림 에세이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도대체 작가

"퇴사하고 싶을 땐 회사로 택배를 주문하세요."

"인생이 온통 실패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일단 맛있는 것을 먹읍시다."

일상생활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인생 기술을 소개한 그림 에세이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가 화제다. 도대체 작가(본명 장미영 씨)는 인터넷에 무심코 올린 네 컷 만화 '행복한 고구마'가 SNS상 500만뷰를 달성하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이 만화 덕분에 책까지 내게 된 것이다.

행복한 고구마는 인삼 밭에 끼인 고구마 이야기다. 고구마가 주위를 둘러보니 다 인삼뿐이라 스스로 '나도 인삼이겠거니' 하고 살아간다. 이런 고구마가 신경 쓰인 인삼이 고구마에게 정체를 알려준다. 그럼에도 고구마는 여전히 행복하게 살아간다.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도대체 작가는 고구마가 바로 자신이라고 했다. 도 작가는 "어느 직장의 SNS 운영자로 근무했는데, 부서 6명 중에 나 혼자 비정규직이었다"면서 "그때 스스로 인삼 밭에 끼인 고구마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회의시간에 낙서하듯 그린 '행복한 고구마'가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이번에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이번 책에 도 작가는 더 나을 것도 더 나쁠 것도 없는 자기 삶에 균형을 유지하고 소소한 재미를 찾는 인생 기술을 담았다. 짧은 글, 긴 글, 만화가 섞여 있고 유쾌한 단상, 실없는 농담, 진지한 생각이 교차한다. 도 작가는 "직장생활 에피소드를 비롯해 제가 평소에 느끼고 생각한 것을 가볍게 그린 책"이라며 "자기 단점을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싫어하지 않는 사람들과 이 책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도 작가가 창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키워드는 재미다. 필명인 도대체도 사람들이 소개할 때마다 재미있어해서 쓰고 있다. 그는 "3분 웃기 위해서라면 3시간도 투자할 수 있다는 게 모토"라면서 "다만 재미가 자칫하면 누군가에겐 무례할 수 있어 어떤 이야기를 생각해놓고 무해한 농담인지 돌이켜본다"고 말했다. 도 작가는 여러 일을 하면서 쌓아놓은 이야기가 많다. 그는 "이번 책은 그중에서 아주 일부만 담은 책"이라며 "연애 등을 주제로 글과 그림을 계속 생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20대 때는 인터넷 신문 기자, 웹라디오 작가, 웹에디터 등 인터넷 관련 업체에 다녔다. 그러다 30세에 프리랜서로 전향하고 어린이 월간지에 삽화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았다. 어느 날 친구를 따라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센터'에 입주하게 되면서 1인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그림을 넣어서 노트나 가방을 제작하는 사업이었다.

도 작가는 "야심 차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혼자 모든 것을 꾸리기엔 너무 힘들었다"면서 "4년 반 동안 열심히 사업한 후에 깨달은 것은 '나는 사업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는 간단한 사실뿐"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도 작가는 끙끙 앓는 것보다 그냥 '어쩔 수 없지' 하고 넘어가는 인생 기술을 하나 습득했다.

그 후 도 작가는 글과 그림을 생산하는 일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화물 영업소에서 일한 경험과 택배 운송장을 입력하는 아르바이트 경험은 이번 책에 소개하기도 했다"면서 "20대 때 여러 회사를 다녔을 때보다 30대 때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대 때는 비교적 쉽게 취업해 그럴 듯한 일을 했기 때문에 세상 사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서른 살 이후 재취업을 하려고 하니 신입으로 가기엔 나이가 많고 경력으로 가기엔 경력 단절 기간이 길어 힘들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도 작가는 프리랜서 작가를 하면서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다. 그는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매달 꼬박꼬박 수입이 들어오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오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후에 글과 그림을 생산하는 현재 삶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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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 증권부의 재무팀, 서학개미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여러분께 나눠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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