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황 대표는 20일 숙명여대 특강에서 “학점이 3점도 안 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 되고 다른 스펙은 없는데 다섯 군데 대기업에 합격했다”며 본인 아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에 “그렇게 낮은 스펙으로 합격한 게 더 이상하다. 특혜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황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에 “(아들의) 학점은 3.29에 토익은 925점이었다”고 정정했다. 그러자 이번엔 ‘황 대표 거짓말 논란’으로 불똥이 옮겨갔다. 황 대표는 24일 “낮은 점수를 높게 얘기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반대도 거짓말이라고 해야 하냐”며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마케팅 직군으로 입사한 황 대표 아들이 1년 만에 법무팀으로 배치됐고, 임원 면접에서 모두 A를 받은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이 준용씨 채용 특혜를 꺼낸 것은 일종의 ‘맞불 작전’이다. 여권에서 금기시하는 준용씨의 취업 문제를 환기시켜 황 대표 아들 논란의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준용씨 채용 논란만 꺼내면 심각한 사안도 그대로 덮어지는, 이른바 ‘문준용 프리패스(free pass·무사통과)’가 있지 않냐”고 말했다.
‘문준용 프리패스’라는 말이 나온 건 지난해 ‘혜경궁 김씨’ 사건에서였다.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아내 김혜경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 가족을 비난해 온 ’혜경궁 김씨‘라는 트위터 계정의 실제 주인이라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 정치적 위기에서 이 지사는 “일단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에 언급된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주장이 허위사실인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즉 트위터 주인이 누구인지보다 그 내용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알아보는 게 ‘법 논리’에 적합하다는 주장이었다. 김씨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였다.
하지만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김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정치권에선 “이 지사의 문준용 반격이 먹혔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내 아내 건드리면 당신 아들 나도 건드릴 거야, 협박한 것”이라며 “이재명 경기지사의 문준용 건 협박은 결과적으로 성공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딸 채용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2월 “국정조사도 얼마든지 환영한다. 대신 문준용 취업 특혜 의혹도 같이 국정조사하자. 국정조사나 청문회뿐만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어떤 방법도 불사할 수 있다”고 반격했다. 여권에선 이를 일축했지만 결과적으로 김 전 원내대표 딸 국정조사 얘기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야권에선 “또 한번 ‘문준용 프리패스’가 입증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준용씨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2월 한국고용정보원의 일반직 5급 공채에 응시했는데 ‘동영상’ 분야에서 단독 응시자로 채용됐다. 특히 준용씨가 입사지원서에 귀걸이를 착용한 사진을 붙였다는 점과 지원서 접수 기간(2006년 12월 1~ 6일)을 넘긴 12월 11일에 제출됐는데 누군가 12월 4일로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권재철 고용정보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노동비서관을 지냈다.
한편 이같은 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 측은 “문준용씨 채용 의혹은 이미 감사 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으며 지난 대선 때도 국민의당 측에서 악의적으로 조작해 관련자들이 처벌받았다"라며 “한국당의 반성없는 ‘물타기 수법’은 여론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 네이버 메인에서 중앙일보를 받아보세요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