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일 중 6일 “공개일정 없음” 대중 접촉 줄이고 현안 침묵…
당내 갈등·설화 차단 전략 분석 속 일부선 ‘검증 기피’ 비판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잠행 모드에 들어갔다. 공개 일정을 확 줄이고 예민한 현안에 대한 발언도 멈췄다. 윤 전 총장 측은 조용한 외연 확장, 내실 다지기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노출이 줄면서 윤 전 총장은 반복돼 온 ‘발언 후 해명’ 악순환에서 벗어났지만, 유력 주자에 대한 공개 검증 기회가 축소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휴가와 코로나19로 인한 자택 대기 등을 마치고 지난 10일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19일까지 총 10일 중 6일은 공개 일정이 없었다. 지난 12일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가 공개정책 행보로는 마지막이었다. 이후 사전공지된 공개 일정은 광복절과 김대중 전 대통령 12주기 참배 일정에 그쳤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퇴임 후 잠행을 이어가다 지난 6월 정치 참여 선언 후 광폭 행보를 해왔다. 최근엔 다시 잠행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의 이 같은 행보는 대선 주자로는 이례적이다. 통상 대선 주자들이 여러 지역을 돌며 대민 접촉을 넓히고, 정치적 메시지를 확산하려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 같은 선택에는 전략적 고려가 깔렸다. 이달 말 당 경선버스가 출발하면 주자들의 행보가 버스 스케줄에 다소 제약을 받는다. 윤 전 총장은 버스 출발 전 여러 인사를 물밑 접촉하며 캠프를 확장·재정비하는 데 공을 들이는 중이다. 윤 전 총장이 발표한 캠프 영입 인사에는 유종필 전 민주당 대변인과 송하중 경희대 명예교수 등 옛 민주당 계열과 호남 인사들이 포함됐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버스 출발 전에 정책도 점검하고, 실제 선거 승리로 가는 길에 가장 중요한 중도 외연 확장, 젊은층과 교류를 확대하는 작업을 조용히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를 겨냥한 ‘민지야 부탁해’ 프로젝트 공개를 앞두고 준비 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 발언을 줄여 논란에서 거리 두기를 하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2일 신지호 캠프 정무실장의 ‘탄핵’ 발언 논란에 대해 “당 화합을 저해하는 언동을 해선 안 된다”고 발언 한 뒤, 당 내홍에 입을 닫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통화 녹취록 유출 논란에도 직접 발언은 하지 않았다. 페미니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부정식품 등 윤 전 총장 공개 발언이 설화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으려는 시도로 보는 해석도 있다. 윤 전 캠프 관계자는 “갈등 때문에 공개 일정을 줄인 것은 아니지만, 집안싸움으로 비치니 되도록 말을 아끼려 하고 있다”면서 “경선이 시작되면 공개 검증의 기회는 차고 넘치게 주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