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어려” 이 한마디에 알리바바 다운시킨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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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공식블로그

2018. 8. 1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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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가을 알리바바 신입사원 면접장. 소년티가 가시지 않은 얼굴의 청년이 들어왔습니다. 약관을 막 넘긴 나이(21세)였습니다. 너무 어리다고 생각한 면접관은 면접을 접으려고 했습니다. 청년은 당황하지 않고 보여줄 게 있다며 한 가지 청을 했습니다. 

노트북을 꺼낸 청년. 3분 만에 알리바바 보안 시스템을 해제해버렸습니다. 알리바바 시스템이 먹통이 됐지요. 면접관의 얼굴은 시뻘게졌다고 합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청년이 키보드를 두드리자 시스템은 다시 회복됐습니다. 회사 관계자들은 노발대발했지만 심적으로 압도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출처:소후닷컴]

사건을 보고 받은 마윈(馬雲) 회장은 즉각 합격을 결정했습니다. 자사 시스템을 해킹해 마비시킨 건 불쾌한 일이지만 실력 하나만 보고 채용을 결정한 것이지요. 마윈이 "알리바바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떠받든 알리클라우드(알리윈)의 보안전문가 우한칭(吴瀚清)의 입사 스토리입니다. 

우한칭은 '화이트 해커(White-hat hacker)' 출신입니다. 화이트 해커는 공익이나 학업 등 순수한 목적으로 대상 기관의 보안 시스템 취약점을 분석하고 평가하기 위해 해킹을 시도하면서 해킹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해커를 뜻하지요. 

[출처:셔터스톡]

그의 진가는 2012년 디도스 공격이 한창일 때 입증됐습니다. 하루 14시간에 걸친 디도스 공격. 이를 방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 때였습니다. 공격이 절정에 달할 때에는 초당 453.8GB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물량 공격이었습니다. 그의 팀이 만든 방화벽은 이 공격으로부터 시스템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14년엔 알리바바의 보안팀은 중국의 인터넷 플랫폼 중에서 37%에 달하는 회사들을 도와 하루 16억회의 디도스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외부의 해킹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우한칭의 팀은 살인적인 업무량을 버텨내야 했습니다. 우한칭이 알리바바에서 존경하는 인물은 마윈 외에 딱 한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알리바바 그룹 기술 위원회 왕젠 위원장입니다. 2009년 마윈의 숙원사업이었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알리윈’을 창립해 알리바바의 플랫폼 사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이죠. 

[출처:셔터스톡]

알리윈은 사업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많은 돈을 쓰면서도 성과가 미진하다는 것이였죠. 당시 우한칭은 동료에게 답답했던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정말 그때는 뻘밭에 빠져있는 기분이었어. 머리에 큰 차를 이고 산꼭대기를 가려하니 힘을 쓸 수가 없었지."

변화가 필요했던 우한칭은 회사를 나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서 전환점을 모색했습니다. 왕젠은 만류했습니다. 

"알리윈은 곧 좋아질거다. 더 버텨야 한다. 자네가 사내 인터넷에 '왕젠과 함께 몇 년 더 놀아보자' 하지 않았나."
"박사님, 저는 여전히 믿습니다."  


이 말과 함께 우한칭은 알리윈을 떠났습니다. 뒤이어 적잖은 인력이 알리윈을 등졌습니다. 심지어 왕젠조차 떠날 날을 받아놓고 있다는 말도 돌았습니다. 하지만 왕젠은 무너지지 않고 버텼습니다. 

[출처:바이두 백과]

2013년 알리윈이 궤도에 오르자 평가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호평이 잇따랐습니다. 비록 몸은 떠났지만 고락을 함께 했던 우한칭도 마음이 뜨거워졌다고 합니다. 

왕젠 [출처:바이두 백과]

당시 알리바바와 합작 사업을 협의하러 찾아온 우한칭. 왕젠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사무실이 더 크고 높은 층으로 옮기셨네요."
덕담 삼아 인사를 건넨 우한칭. 왕젠의 첫 마디는 우한칭을 흔들어놨습니다. 

"언제 돌아올래?"

우한칭은 회사를 떠난지 2년 만에 돌아옵니다. 두 사람이 힘을 합하면서 알리윈의 보안 시스템은 목표를 더욱 상향시켰습니다. 

2017년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할인행사. 3분 만에 매출액 100억 위안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주문이 쇄도했습니다. 알리바바는 행사가 개시된지 28초 만에 온라인 쇼핑몰 T몰(天猫)에서 거래액이 10억 위안(1682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소후닷컴]

매출이 우리 돈 1조원을 넘는데 1분50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엄청난 속도와 물량입니다. 이날 초당 최대 50만건의 주문을 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알리윈의 클라우드 기술이었습니다. 이 기술의 구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해킹 공격을 막고 있었던 알리바바 보안팀(神盾局)의 존재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마윈은 "우한칭이 있으니 발 뻗고 잘 수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고 합니다. 마윈이 강연에서 종종 뻐기듯 하는 말도 이런 기술적 자신감이 바탕이 됐습니다. 

"해커들이여, 자신 있으면 알리바바를 뚫어보라."

요즘도 알리윈의 보안팀은 매일 1000회 이상의 디도스 공격과 2000만회에 달하는 웹공격을 차단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왕젠, 여기에 마윈이 애지중지하는 화이트 해커 출신 우한칭이 합류하면서 알리바바의 미래 스토리에 역동성이 가미되는 모양새 입니다. 

차이나랩 정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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