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승무원 영어발음 나빠서…” 한국, 일본 초계기 동영상 조목조목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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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2.29. 오전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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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방위성 ‘레이더 조준 증거’ 주장
합참 “안 피하고 우리 군함 쪽 접근
초계기가 되레 저공비행으로 위협”
일본 방위성이 28일 전격 공개한 자위대 해상 초계기에 대한 레이더 겨냥 논란 영상. [연합뉴스]
한국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DDH-971)과 일본 해상자위대 해상 초계기 P-1 간의 레이더 조준 논란과 관련, 일본 방위성이 28일 “한국 측이 화기관제(사격통제) 레이더(FC)를 조준한 증거”라며 지난 20일 일본 측이 촬영한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총 13분7초 분량의 동영상에 대해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은 아니다’며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라는 입장이다.

동영상을 보면 6분6초가량 진행된 시점에 일본 초계기 전술통제관이 “아~, 쏘고 있다. FC 콘택트(접촉)”라고 보고하자 기장이 “알았다”고 답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기장은 이어 “(전파를 감지했을 때 나오는) 소리가 엄청나다”며 “이 소리를 기억하라”고 말한다. “(전파 감지와 관련된) 데이터를 취득했다”는 전술통제관의 발언도 포함돼 있다. 일본 초계기의 전자전 지원 장비(ESM)가 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 정보를 파악했다는 의미다. 방위성은 일본 초계기가 서로 다른 주파수 세 개로 모두 여섯 차례 광개토대왕함을 불렀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은 일본의 일방적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동영상에 나온 목소리는 긴급한 상황이 아닌 어조였으며, 레이더의 주파수 속성에 대한 정보도 없다는 분석이다. 합참 관계자는 “조준을 받았으면 일본 초계기가 회피했어야 하는데 동영상에선 오히려 왼쪽으로 돌며 광개토대왕함에 좀 더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 영어로 교신을 시도한 내용에도 “(한국의) 화기관제 레이더 안테나가 우리를 향하고 있다”고만 돼 있다. 만일 조준 상황이었다면 “조준을 중지하라”고 항의해야 한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일본 초계기 호출에 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일본 승무원이 ‘Korea South Naval Ship(남한 해군 함정)’이라고 불렀지만 통신 상태가 좋지 않고, 영어 발음이 나빠 ‘South’를 ‘Coast’로 들었다. 해경을 부른 줄 알았다”고 밝혔다.

함참은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저공으로 날며 광개토대왕함을 위협했다고 반박했다. 일본 초계기는 150m 높이에서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500m 거리까지 근접했다. 김진형 예비역 해군 소장은 “일본 초계기 속력이 빠르기 때문에 자칫 광개토대왕함과 충돌할 수 있는 고도와 거리”라며“아주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일본 측의 영상 공개는 전격적이었다. 전날 양국 국방 당국 간 화상회의에서 입장이 좁혀지진 않았지만 “협의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은 기자회견에서 “자위대 제군들에게 불명예가 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자위대가 국제법규와 약속을 지키며 적절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걸 국민이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위대의 명예를 위해 공개를 결정했다는 뜻이다. 기자회견에선 ‘(양국 협의가 막 시작된) 이런 타이밍에 꼭 공개해야 했느냐’ ‘첫 회의가 끝난 뒤 공개하는 게 양국 협의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일본 기자들의 비판적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양국이 상호 오해를 불식시키자는 취지에서 실무 화상회의를 연 지 하루 만에 영상 자료를 공개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일본이 공개한 영상 자료는 객관적 증거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주의적 구조 활동에 집중하고 있던 우리 함정에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비행을 한 것은 우방국으로서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이철재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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