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에는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운영하는 원전 2기(쇼B1, 쇼B2)와 원전 1기(쇼A)의 '무덤'이 있다. 쇼A(1967~ 1991년 가동)는 프랑스 최초 가압형경수로 원전으로 현재 해체 중이다. 305㎿급의 원전인 쇼A는 가동된 24년 동안 380억㎾의 전기를 프랑스와 유럽에 공급했다. EDF 관계자는 "쇼A는 프랑스 최초의 가압형경수로 원전일 뿐 아니라, 최초로 해체 중인 가압형경수로 원전"이라며 "쇼A의 해체 경험은 이후 프랑스의 모든 원전 해체의 표본이 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말했다.
EDF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쇼A를 산속 동굴에 묻은 채 해체 중이다. 단단한 암반 속의 동굴에서 해체해 사고 시에도 방사능 격리가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원전 곳곳에는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원전 운영 당시 필요한 케이블이 있었던 곳에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구멍들이 남아 있었다. 장갑, 방호복 등 극저준위 폐기물을 담을 수 있는 플라스틱 용기, 장수명 중준위 폐기물을 담을 금속 용기도 보였다. 각종 통로를 지나 계단 원자로가 있었던 곳으로 향했다. 구불구불 계단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10m 깊이의 수조가 나왔다. 이 안에서 원자로를 해체한다.
현재 쇼A 원전은 80%가량 해체된 상태다. EDF 관계자에 따르면 가동을 중단하자마자 원자로 안에 들어있던 핵연료봉을 반출해 방사능 98%가 즉시 사라졌다. 이후 건물을 폐쇄하고 원전 해체를 위한 전략 수립에 수년을 투자했다. 위그 라투르트 쇼A 원전 소장은 "우리는 원전 철거를 '해체를 위한 재건'이라 부른다"며 "프랑스에서는 '건설 철거'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원전 철거시에도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초 EDF는 쇼A 등 가압형경수로 원전 해체 기간을 15년, 비용은 5억 유로(6700여 억원)로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쇼A의 해체 기간은 2년 더 늘어났다고 한다.
라투르트 소장은 "수조 아래에서 원자로를 절단하는 기술은 프랑스 최초로 적용되는 기술"이라고 자랑했다.
쇼A 원전은 해체 과정에서도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EDF 관계자는 "원전 해체 방식에는 '즉시 해체'와 '지연 해체'가 있는데, 우리는 '즉시 해체'를 채택했다"며 "이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지역 경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즉시 해체가 고용 유지와 인력 자원 활용에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라투르트 소장은 "쇼A 원전 종사자와 직원들은 최소 18년 이상 진행되는 원전 해체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현재 쇼A 원전 해체에 관여하는 직원은 150명이다. 작업에 참여하는 직원은 110명인데, 이 중 EDF 파견 전문 엔지니어 등의 직원은 40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지역 고용 직원이다.
원전 도입 찬성은 안전성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프랑스가 원전 강국으로 올라선 데는 국민적 신뢰가 바탕이 됐다. 쇼A 원전 관계자에 따르면 EDF와 지역주민 대표인 지역의회가 3개월 주기로 회동해 원전 관련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프랑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원전 건설계획이 나오니, 여러 지역에서 원전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다"며 "법률에 의거해 투명하게 진행되고, 시민 중 누군가 의문을 제기하면 의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법적 의무인데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청(ANS)이 원전 안전 실사를 한 뒤 보고서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 투명성이 국민적 신뢰의 배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