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예산 대폭 손질
내년 정부 총지출 636조 예상
尹공약따라 예산 밑그림 바꿀듯
미세먼지 저감사업 삭감 1순위
코로나 대응과정 급증 예산
위기 이전 수준으로 줄이고
조단위 사업으로 확 늘어난
고용유지지원금도 손볼듯
◆ 2023년도 예산 지침 ◆
29일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발표하고 예산안 기본 방향으로 '재정의 필요한 역할 수행'과 '지속가능한 재정 확립'을 제시했다. 경제 도약과 민생 안정을 위해 재정이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전면적인 재정 혁신으로 재정 지출을 재구조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한시적 지출을 위기 이전 수준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방역 지원이나 소상공인 긴급금융지원 예산 등이 포함된다. 특히 현재 조 단위 사업이 돼버린 고용유지 지원금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간 규모가 수백억 원에 불과한 사업이었다.
연간 300조원 수준인 재량지출은 내년 10% 절감을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연례적으로 이월이나 불용이 나오는 집행 부진 사업은 실적에 따라 지출 규모를 10%에서 최대 50%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재량지출은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고 절감이 가능한 모수를 산정해 구조조정을 하는데, 통상 10조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라며 "(내년 절감 규모는) 코로나19 한시 지출 정상화까지 고려하면 통상 매년 감축하는 것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뉴딜 예산은 디지털·휴먼(고용)·그린 등 3개 분야에 총 33조원이 편성됐다. 예정대로라면 내년에도 수십조 원대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 한국판 뉴딜이 사라진 만큼 지출 조정 1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재부에서 제출받은 뉴딜 사업 내역에 따르면 올해 예산에서 한국판 뉴딜에 포함되는 사업만 1130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에 이어지던 사업은 물론 신규 사업까지 고용·디지털·그린 키워드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사업들이 대부분 뉴딜 사업으로 포장되면서 지출 조정 1순위가 될 정도로 덩치가 커진 것이다. 최 실장은 "(뉴딜은) 당초 생각했던 취지나 집행 상황, 성과,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정책 여건의 변화 등을 고려해 다소 수정·보완·발전될 부분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정부는 성과가 저조한 미세먼지 절감사업 예산을 내실화하고 이를 탄소중립을 뒷받침하는 예산으로 재편할 방침인데, 이는 뉴딜 관련 사업으로 뉴딜 예산에서 감축·조정될 수 있다. 올해 뉴딜 예산에는 '미세먼지 저감 도시숲 조성'(2688억원) 등 총 6400억원 규모 미세먼지 사업이 반영돼 있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 편성 지침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사전 실무 협의를 거쳤다. 정부는 통상적인 예산 편성 절차를 준수하면서 인수위에서 국정과제 작업이 완료되는 4월 말~5월 초 사이에 추가적으로 예산안에 반영해야 할 새 정부 국정과제에 대해 각 부처에 추가적인 보완 지침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강도 높은 지출 조정을 추진하지만 새 정부 철학이 반영될 첫 예산이라는 점에서 내년 예산은 올해 본예산 규모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본예산 607조7000억원에 정부가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한 지출 증가율인 5%를 적용하면 내년 예산은 640조원 수준에 이르게 된다. 추가적인 확장재정으로 지출 증가율이 7%까지 상승한다면 예산 규모는 650조원까지 불어난다.
정부는 작년에도 재량지출 10% 절감 지침 등을 제시했지만 지출 증가율 8.9%를 기록하며 예산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재정운용계획상 다소 확장적인 기조는 크게 변동이 없을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구체적인 폭과 내용은 추후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차기 정부는 시작부터 1000조원이 넘는 국가채무를 지고 출범한다.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안 기준 국가채무 규모는 1075조7000억원이다. 기정사실화된 2차 추경에 향후 코로나19와 대외 불확실성까지 감안하면 올 연말 국가채무는 1100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 정부는 "재정준칙을 원활하게 도입하기 위해 준칙 도입 취지를 최대한 존중해 예산안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