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물 운반’ 등록 의무 어기고 달리다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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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11.02. 오후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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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유류 적재트럭 폭발 8명 사상

터널 지나 분리대 들이받고 전복

윤활유통 쏟아지며 다른 차에 충돌

차량 10대 연쇄 화재로 3명 사망

시커먼 연기 뒤덮여 전쟁터 방불

경찰, 브레이크 파열 가능성 조사


2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불모산동 창원터널 입구쪽에서 윤활유를 싣고 달리던 5톤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차량에서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 사고로 화재가 나면서 주변 차량 9대로 옮겨 붙어, 차량들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됐고 양방향 통행도 중단됐다. 창원=연합뉴스ㆍ뉴스1
2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불모산동 창원터널 입구쪽에서 윤활유를 싣고 달리던 5톤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차량에서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 사고로 화재가 나면서 주변 차량 9대로 옮겨 붙어, 차량들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됐고 양방향 통행도 중단됐다. 창원=연합뉴스ㆍ뉴스1


급격한 내리막길 경사로 평소 잦은 사고로 악명이 높던 경남 창원시 창원터널 출구에서 윤활유통을 가득 싣고 달리던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적재물이 주변 차량을 덮치면서 연쇄 화재가 발생, 3명의 목숨을 앗았다.

2일 오후 1시 23분쯤 경남 창원시 성산구 불모산동 창원방향 창원터널 입구 쪽에서 각종 윤활유(경찰추정)를 싣고 김해 장유방면에서 창원터널을 통과한 5톤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전복, 반대편 도로에 쏟아진 윤활유통에 부딪친 차량 10대가 전소돼 3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경찰은 윤활유를 실은 화물차가 콘크리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을 때 떨어진 적재물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주변 차량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폭발과 함께 순식간 화재가 번져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근에서 촬영한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도로 수십 미터 구간이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고, 도로 곳곳엔 윤활유 통과 불에 탄 차량들이 나 뒹굴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창원 유류 화물차 폭발 사고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자 윤모(76)씨와 승용차 운전자 유모(55ㆍ여)ㆍ배모(23ㆍ여)씨 등 3명이 숨지고 5명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은 당초 사망자를 4명으로 파악했지만 사체 1구는 애완견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훼손이 심한 상태에서 숨진 배씨가 애완견을 꼭 안고 있는 것을 영아로 오인했으며 신원 확인에도 4시간 넘게 걸렸다”고 설명했다.

폭발에 이은 연쇄 화재로 화물차 2대, 승용차 8대 등 총 10대가 불에 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소방차 등 장비 26대와 60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화재 발생 1시간여 만인 이날 2시 20분쯤 화재를 진화했다. 그러나 경찰이 사고 수습 및 현장 보존 등을 위해 창원터널 차량통행을 전면 또는 부분 통제하면서 이 일대가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경찰은 사고 발생 2시간여 동안 양방향을 모두 통제했으며, 오후 3시 30분쯤부터 김해에서 장유 방면은 2개 차로 중 1개 차로를 부분 개방했으나 창원에서 김해방면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통제해 창원터널을 이용하는 하루 평균 10만여대의 차량이 인근 도로로 우회하는 등 심한 불편을 겪었다.

경찰은 브레이크 파열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날 사고로 위험물 운반차량에 대한 당국의 관리 허점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인화성 높은 윤활유를 가득 실은 사고 차량은 위험물 운반차량에 등록되지 않았고 안전수칙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한 윤활유통이 200ℓ짜리 드럼통 20여개, 18ℓ짜리 기름통 50여개로 추정했다. 현행‘위험물 안전관리법’시행령에는 제3석유류에 해당하는 윤활유의 경우 5,000ℓ를 넘으면 ‘위험물’로 분류해 위험물 운반차량으로 운반토록 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 부산본부 관계자는 “위험물 운반차량은 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운행을 기록ㆍ관리하도록 돼 있고 화물 및 특수자동차 등에 대해서는 ‘차로이탈경보장치(LDWS)‘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법이 개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사고 차량은 ‘위험물 수송차량’에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위험물 안전관리법‘ 및 ‘교통안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위반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창원터널은 터널구간 2.34㎞에 달하는데다 출입구 양방향 모두 경사도가 5% 이상인 도로와 연결돼 평소에도 사고가 잦아 도로 개선 필요성이 자주 지적되던 곳이다.

실제 창원시정연구원이 2011년부터 5년간 창원시가 관리하는 터널 15곳중 안민터널에 이어 2번째로 교통사고가 많은 곳으로 꼽혔다.

창원=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ㆍ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ㆍ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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