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 미국선 6700만원, 한국선 7800만원 거래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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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04. 오후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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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
비트코인은 인터넷이라는 전 세계적 네트워크에서 통용되는 디지털 자산입니다. 세계 어디서나, 누구든 사고팔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거래 가격도 세계 어디나 비슷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나라마다 꽤 차이가 납니다. 한국의 경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비트코인 한 개가 13일 기준 미국 비트코인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6만달러(약 6700만원), 한국거래소 업비트에서는 7800만원입니다. 한국이 1100만원(16%)이나 비쌉니다. 이 가격 차이를 칭하는 ‘김치 프리미엄’이란 전문 용어도 생겼습니다. 왜 이런 가격 차가 생기는 걸까요.


비트코인은 주식처럼 거래소가 하나만 정해져 있지 않고, 다양한 민간 거래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거래됩니다. 거래소에 따라 거래자(참가자) 수, 거래액, 수급 상황 등도 모두 다릅니다. 당연히 가격도 조금씩 달라지겠죠. 또 거래소마다 각각 자국 통화로 비트코인의 가치를 표시하기 때문에 환율이 바뀌면 비트 코인 가격도 바뀝니다. 예컨대 미국 내 비트코인 가격이 1만달러인데,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라가면 한국에서 보는 미국 비트코인 가격은 1개당 10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수직 상승해 보이겠지요.

이러한 가격 차이를 없애주는 것이 이른바 차익(재정)거래입니다. 똑같은 물건을 싼 곳에서 사서, 비싼 곳에서 되파는 겁니다. 국가나 지역 간에 차이가 생기면 차익거래가 생겨나면서 그 격차가 없어집니다.

문제는 비트코인 시장에선 이런 차익거래가 어렵다는 겁니다. 비트코인 자체는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이동하지만, 비트코인을 사고팔 자금의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가령 국내 투자자가 미국의 저렴한 비트코인을 매입한다고 해봅시다. 우선 미국 계좌를 열고, 자금을 송금해서, 현지 거래소로 이체한 다음, 매입 신청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 하나 하나가 외국인인 한국인에겐 상당한 제한이 있습니다. 신용카드로 외국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는 길도 막혀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대부분 마찬가집니다. 즉 외국에서 비트코인을 사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결국 차익거래를 통해 한국과 미국 간의 가격 차이를 해소할 수 없게 됩니다.

이는 비트코인 시장이 국가 간 격리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경우 미국보다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더 높다 보니, 가격도 미국보다 더 비싸게 유지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원화로 국내에서 거래되는 규모는 미국 달러화, 유럽 유로화로 거래되는 규모에 이어 3위를 차지할 만큼 많습니다.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들의 하루 거래량이 전체 주식 시장의 거래 규모보다 큰 20조원대에 달하는 것도 이를 반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김치 프리미엄이 언제까지나 지속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어떻게든 법적·제도적 틈새를 파고 들어가 차익거래를 하려는 시도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죠. 비트코인 자체의 변동성에다 김치 프리미엄의 변동성이 더해지면서 당분간 비트코인 가격은 더욱 불안정해질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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