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7개월 남았는데 나가라니"…막막한 재건축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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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13. 오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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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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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통 아파트 단지 재건축 때 상가 재건축도 이뤄지죠.

그런데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이 아직 계약기간이 남은 상가 상인들에게 아파트 입주민들이 나갔으니, 상인들도 나가라는 독촉을 이어가고 있어, 윤서하 기자가 현장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 건물 안팎으로 '빈 집'을 알리는 스티커가 나붙었습니다.

아파트 주민
"내년 5월이 계약기간이거든요. 근데 저희도 다다음주에 나가요."

7월에 관리처분 인가가 떨어지고 거주민이 이주한 지도 3개월이 지나가면서 아파트 단지는 이렇게 썰렁해졌습니다.

하지만 단지 내 상가는 이주 기한인 내년 5월 말까지 영업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

음식점 사장
“이주 계획이 갑자기 떨어졌기 때문에. 다른 데로 바로 이사 갈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월세라도 내려면 주변 직장인과 학생 등을 상대로 계속 장사를 해야 하는데.. 

인근 상인
“공가 스티커나 출입금지 이런 걸 다 해놓고 이러니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장사를 하라는 건지…”

여기저기 출입금지선에 설치돼 있고, 이사 폐기물도 곳곳에 버려져있어 인근 상인들이 장사하기란 여의치 않습니다.

조합 측은 남아있는 자영업자의 이주를 재촉해 갈등이 벌어집니다.  

일식집 사장
"제가 가게를 빼면 400만원씩이 조합에서 나오는데. (안 나가면) 건물주가 임대료하고 400만원씩 더 내고 사용해라."

비협조적인 상점의 경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불매 운동까지 유도합니다. 

상가협의회 관계자
"(발신처가 이곳이 맞는지?) 네, 협의회에서 한 겁니다. 조합원님들 민원이 들어오고 '이 분이 협조를 안 해주신다,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얘기하셔 가지고…"

재건축 상가 상인들은 이래저래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지만 대책은 없고.

서울시 관계자
“재건축은 세입자에 대한 그런 게 재개발하고 다르게 (보호)대책이 없어요.”

전문가들은 재건축 기간 대체 상가 입주 지원 등 갈등 완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권대중 /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상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 (일시) 들어갔다 나오는 식으로 순환개발방식으로 가면, 갈등이 완화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대책 없이 거리로 내몰린 재건축 상인은 딱히 호소할 곳도 없습니다.   

농성 상인
“실오라기 하나도 없이… 아무것도 없이 다 쓸어갔어요.”

현장추적 윤서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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