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한 배틀그라운드] 네이비실도 "가르쳐달라"…北미사일 없앨 비밀병기 '무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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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21. 오후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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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UDT/SEAL 등 특수부대 전술
북한 미사일·최고 지휘부 제거 임무
도시화 작전 및 근접전투 CQC 특화
무사트(MUSAT. Multi UDT/SEAL Assault Tactics) 체계는 해군 특전단 출신이 2012년 개발한 전술체계로 단검으로 목과 가슴, 대동맥과 아킬레스건을 공격해 단번에 치명상을 가져오는 최고 수준의 살상 무술을 포함한다. [사진 국방부 영상 캡처]

복면을 쓰고 현란하게 단검을 휘두르는 특수부대원. 순식간에 적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면 충격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대원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유사시 상륙작전에 앞서 적 해안에 침투해 기뢰 등 수중 장애물을 제거하고 상륙부대에 각종 해안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비정규전ㆍ대테러ㆍ인질구출ㆍ정보전ㆍ특수정찰 등 임무를 맡는다.

지난 2016년 군 당국은 이례적으로 해군 특전단 대원들이 가상의 북한 미사일 기지에 침투해 미사일을 파괴하는 훈련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가치 표적 제거 임무도 부각돼 빈라덴 암살 작전에 투입됐던 미군 특수부대 데브그루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이들은 최고 수준의 전투ㆍ전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군 당국은 2016년 이례적으로 북한 미사일 제거 훈련을 공개했다. 이때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대원들이 임무를 맡았다. [사진 국방부 영상 캡처]

이들이 보여준 화려한 전투전술체계는 무사트(MUSAT. Multi UDT/SEAL Assault Tactics)로 불린다. 청해부대 파병 경험이 있는 해군 특전단 소속 김승범(가명) 중사는“무사트를 처음 배운지 4년 정도 지났다”면서 “몸에 익숙해지도록 매일 체력 단련에 앞서 한 시간씩 훈련하고, 파병지에서도 계속 연마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원들이 기량을 높이려 부대 밖에서 추가 교육을 받기도 한다”고 귀띔해줬다.

어디에 가면 배울 수 있을까. 군 관계자는 “무사트 체계는 해군 특전단 출신이 2012년 개발했다”며 “군에서 전역한 뒤 무사트 체계를 각종 특수부대에 보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모처에 도착했다. 교육장소는 외부에서 찾아내기 어려웠다. 강사와 교육생은 현역 특수부대 대원이거나 특수부대 출신이다. 이들은 유사시 작전에 투입돼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신분 노출을 경계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 모처에 마련된 비공개 훈련장. 실내를 수색하며 선두에 선 대원이 총구를 겨누고 접근하는 모습이 문틈 사이로 보인다. 근접전투는 매우 치밀하게 이뤄진다. 좁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전투상황은 다양한 돌발상황을 만든다. [사진 박용한]

목·대동맥·아킬레스건 공격, 살상무술

단검을 사용해 적을 제압하는 기술은 역시나 놀라웠다. 무기로 위협하는 상대를 역동적으로 제압하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단검이나 권총을 빼앗으면 순식간에 방어에서 공격으로 입장이 바뀐다. 단검으로 목과 가슴, 대동맥과 아킬레스건을 공격해 단번에 치명상을 가져오는 최고 수준의 살상 무술이다. 빠르게 이뤄지는 동작은 동영상을 돌려봐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단검 전투인 '나이프 파이팅'으로 유명한 무사트는 "싸우는 방법대로 훈련하고 훈련하는 방법대로 싸운다"는 개념으로 실전적 전술을 강조한다. [사진 박용한]

무사트 체계는 그동안 외부에 일부만 알려졌다. 일각에선 “무사트 체계는 그 자체가 비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술 및 생존기술 전문가로 유명한 해군 특전단 출신 이근 이사(MUSAT inc.)는 “제가 교육대장이었을 때 부대로 초청해 첫 교육을 했다”며 “전역한 뒤 ‘MUSAT inc.’에 합류해 전술개발과 특수부대 전술 컨설팅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나이프 파이팅은 다양하게 소개됐지만 무사트 전술 중 일부”라며 “전술체계는 보안 때문에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특수작전 그룹을 위한 MUSAT 근접전투 전술체계는 특수부대원에게만 교육을 할뿐 일반인에게는 공개하지 않는다.

전술 및 생존기술 전문가로 유명한 해군 특전단 출신 이근 이사(MUSAT inc.)는 "그동안 나이프 전술은 다양하게 소개됐지만, 전술체계는 보안 때문에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무사트는 단순한 단검 전투 기술이 아니라 근접전투(CQC, Close Quarters Combat)에 특화된 전술체계라고 설명한다. 해군 특전단은 근접전투를 CQC로 명칭을 붙였고, 다른 부대에서는 CQB(Close Quarters Battle)로 부르기도 한다.

이근 이사는 “실내에서 하는 전투를 CQC라고 한다”며 “장소는 함정이 될 수도 있고 건물이 될 수도 있고 열차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병기ㆍ보조병기ㆍ단검ㆍ맨손 전투 등 다양한 기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만든 전술체계다. 특히 시가지 전투에서 각종 돌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처하는데 특화됐다. 그는 “다양한 해외 특수부대와 교류하며 전술개발을 지속한다”며 “임무와 작전 성향에 따라 전술은 변한다”고 말했다.

청해부대 29진(대조영함) 검문검색대원이 훈련 중 이동하면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이들은 해군 특전단(UDT/SEAL) 소속으로 평소 각종 특수전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반복한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네이비실 "가르쳐 달라" 근접전투(CQC) '국산품'

현대전에서 시가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근접전투 중요성도 커졌다. 또한 인질구출과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특수부대는 더 높은 전술 능력을 요구한다. 그동안 한국군 특수부대에서는 외국에서 만든 전술체계를 도입했다. 그러나 해군 특전단에서 한국에서 개발한 무사트를 채택한 뒤 다양한 부대로 파급해 실전에 적용되고 있다.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중 선교를 장악하는 해군 특전단 대원 [사진 해군 제공]

한국에서 개발한 ‘국산품’ 무사트는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을까. 이근 이사는 “한국 해군 특전단은 미군 네이비실팀과 연합훈련을 많이 한다”며 “그들에게 무사트를 보여주자 체계적이고 실전적인 기술이라며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네이비실팀에서 ‘우리에게도 무사트를 가르쳐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무사트를 개발한 J 대표(MUSAT inc.)는 “싸우는 방법대로 훈련하고 훈련하는 방법대로 싸운다”며 실전적 능력을 강조했다.무사트 강사진은 특수부대 복무 시절 무사트 전술을 교육 받았던 해군 특전단·특전사·정보사 대원들로 꾸려졌다. 이날 지켜본 수색 및 격멸에 나선 CQC 팀 단위 전술훈련은 실전과 다름없었다.

단검을 든 공격자가 달려들자 가장 앞에 선 대원이 낚아채듯 뒤쪽으로 밀쳐냈다. 그러자 곧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동료 대원이 제압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훈련을 선보인 전술팀이 수색에 나서자 각종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문 앞에서 단검을 든 공격자가 달려들자 가장 앞에 선 대원이 낚아채듯 뒤쪽으로 밀쳐냈다. 그러자 곧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동료 대원이 제압했다. 이처럼 돌발 상황에서도 유기적으로 방어했다. 팀 단위 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특히 시가전 전투에서는 돌발상황을 신속하게 대처하고 작전을 지속해야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

근접전투에서 공격에 대처하는 방어전투 전술인 CQD(Close Quarters Defense) 능력도 중요한 이유다. 이근 이사는 “총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방에 들어가서 적 병력을 제압할 때 칼이 나오거나 손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적을 앞에 두고 총기 기능 고장이 발생하거나 탄창 교환이 필요한 순간에 직면할 수 있다. 이때는 사선에서 벗어나서 뒤에 있는 대원에게 자리를 넘겨 준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근접전투에선 다양한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 적을 앞에 두고 총기 기능 고장이 발생하거나 탄창 교환이 필요한 순간에 직면할 수 있다. 해군 특전단 출신 K 강사는 “CQC상황에서 (교전중) 탄창 교환 및 병기 교환 사격 그리고 기능 고장 처치를 신속 정확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화력을 우세를 가질 수 있도록 빨리 사선에서 벗어나서 뒤에 있는 대원에게 자리를 넘겨 주는 것도 중요한 근접전투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근접전투에 참여한 대원들의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무전기뿐 아니라 눈빛과 작은 손동작을 주고 받으며 의사소통한다. [사진 박용한]

돌발상황 대처 '전술적 팀워크' 중요

아무리 숙련된 대원이라도 밀폐된 공간에선 부상을 완전히 피할 순 없다. 부상자 응급처치도 이들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능력이다. ‘전술적 전투 부상자 처치’(TCCC, Tactical Combat Casualty Care)는 실전적으로 이뤄졌다. 부상자 역할을 맡은 강사는 실제로 총에 맞은 것처럼 극심한 고통을 표현했다.

K 강사는 “1번 대원이 탄에 맞은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력 우세를 통해서 먼저 내부를 장악한 후에 응급처치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통증도 호소하고 아프다고도 말하며 다른 대원이 응급처치할 때 저지를 하는 방식으로 실전적인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부상자 발생을 가정해 실제로 통증도 호소하고 아프다고도 말하며 다른 대원이 응급처치할 때 저지를 하는 방식으로 실전적인 훈련을 한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실내 수색을 끝내자 대원들이 수신호를 주고받았다. K 강사는 “방금 신호는 이 방이 완전히 장악했다는 신호, 다른 격실이나 장애물이 없고 완전히 장악했다는 단계를 말한다”면서도 “수신호는 공개하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구체적인 전술 내용이 비공개인 것처럼 수신호 역시 적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 비밀이기 때문이다.

어떤 부대에서 무사트 체계를 도입했는지 궁금했다. 이근 이사는“보안사항이라 어떤 부대인지 공개할 수 없다”며 “알고 있는 특수부대들이 다 문의를 하고 교육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열상 장비를 통해 본 강사진과 교육생들. 해군 특전단을 비롯한 특수부대는 미군이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빈라덴 암살과 같은 고가치 표적 제거 임무도 맡는다. [사진 MUSAT inc. 제공]

구체적인 전술은 비밀, 훈련부대도 보안사항

이날 기자도 테러 등 각종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 및 생존하는 전술(PST, Protection Survival Tactics)을 배워봤다. 훈련에 참여한 박채송 씨(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는 기자가 훈련용 단검으로 공격하자 양손으로 팔을 잡은 뒤 밀쳐내고 도망치는 기술을 배웠다.

이날 취재에 참여한 박채송 씨(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는 테러 등 각종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 및 생존하는 전술(PST, Protection Survival Tactics)을 배워봤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C 강사는 “셀프 디펜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극복할 수 있다는 정신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도 반복적인 훈련으로 생존 의지와 자신감을 가진다면 위급한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기자는 전술 펜(Tactical Pen)으로 공격을 막아내는 훈련을 받았지만 쉽지 않았다. 끊임없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시대 변화에 따른 다양한 전술 환경에 대처할 능력이 필요하다. 최근 시가전과 근접전투 능력이 주목받는 이유다. 여기에 필요한 워리어 플랫폼 등 장비 발전도 중요하다. 또한 전장에 투입되는 장병들 생존 능력과 전투력을 키울 수 있는 전술 개발도 앞서가야 한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영상=강대석·공성룡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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