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이라는 말을 꺼낼 때는 단순히 좋은 의미만 있지 않다. 모두 식물처럼 가만히 앉아 햇빛이 잘 들기만 바라는 젊은이의 모습에 기성세대는 혀를 차기도 한다.
올해 백수(白壽)를 맞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생각이 다른 듯하다. 그는 인생을 살다 보면 시련도 있지만 하나둘씩 이겨내다 보면 행복은 찾아온다고 한다. 무엇을 더 가져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또한 이웃과 이를 나눌 수 있어야 행복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김 교수는 그동안 살면서 자신이 내린 행복에 대한 소회를 모아 수필집 '행복 예습'으로 펴냈다. '소확행' 시대를 맞아 "나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노(老) 철학자 말은 여러모로 되새겨 볼 만하다.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것이 이기주의로 변질하지 않도록 잡아주는 지혜가 곳곳에 숨어 있다. 김 교수는 자신의 마지막 책으로 남을지도 모르는 이 원고를 한 글자씩 꾹꾹 원고지에 눌러 썼다. 당장 눈앞의 이득보다 죽을 때 행복한 삶을 꿈꾼다면 김 교수가 펼치는 행복론에 한번 귀 기울여 볼 만하다.
김 교수가 말하는 행복론은 어찌 보면 특별하지는 않다. 그는 행복이 누군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니고 찾아갈 수도 없지만 언제나 우리 삶에 함께 있다고 말한다. 사랑이 있는 곳에 행복이 있고 사랑하는 만큼 행복하다는 말과 함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 교수 말은 어떻게 보면 흔하디 흔한 종교서적 같다는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그의 책에는 종교에 대한 편견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예로 들면서 "소유가 인생의 목적일 수 없듯이 무소유가 인생의 목적일 수도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무소유의 삶의 가치는 소유욕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뜻"이라며 통찰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책은 '행복의 조건' '일하는 기쁨'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 '사랑했으므로 행복했노라' 등 네 부분으로 나뉜다. 어찌 보면 수많은 종교는 사랑을 각자 다른 언어로 말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김 교수가 말하는 행복은 법정 스님의 글처럼 종교에서 시작해 사랑으로 귀결한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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