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사진부터)4세대 아이돌로 주목받고 있는 스트레이키즈, 아이즈원, (여자)아이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K-팝 주도 아이돌 세대교체중
2년안팎 그룹, 시작부터 세계로
스트레이키즈·(여자)아이들 등
자체 작사·작곡·프로듀싱 능력
앨범 발매前 수십만장 선주문도
“이제 K-팝서 ‘K’ 덜 부각될 것”
2·3세대 그룹들과 경쟁은 과제
요즘 전 세계 음악 시장의 주도권은 K-팝이 쥐고 있다. 그리고 그 주체는 한국의 아이돌 가수들이다. 그룹 방탄소년단을 통해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K-팝은 어느덧 또 한 번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4세대를 준비 중이다. 과연 그들은 선배 아이돌 그룹에게 무엇을 물려받았고,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홀로 서고 국경 지우는 4세대 아이돌
아이돌 그룹의 세대를 나누는 공식 기준은 없다. 하지만 데뷔일을 기준으로 2년 차 안팎 그룹 중 현재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는 그룹을 꼽자면 스트레이키즈, 아이즈원, (여자)아이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이다. 최근 컴백한 스트레이키즈의 신보 ‘GO生’은 정식 발매 전 선주문 수량만 20만 장(이하 가온차트 기준)이 넘었다. 지난달 컴백한 TXT의 앨범도 24만 장이 넘게 팔렸다. 상반기 컴백했던 아이즈원과 (여자)아이들의 앨범은 각각 40만 장, 15만 장가량 소비됐다. 이는 상반기 발표된 걸그룹 앨범 판매량 1, 2위다. ‘앨범 판매량 = 팬덤의 크기’임을 고려할 때 이들의 영향력은 수치로 증명되는 셈이다. 이 외에도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CJ ENM이 공동 기획해 26일 공개되는 그룹 아이랜드 역시 차세대 K-팝 그룹으로 손꼽힌다.
4세대 아이돌의 특징 중 하나는 자체 생산능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스트레이키즈는 데뷔 전부터 직접 작사·작곡한 믹스테이프를 공개했다. 멤버 다수가 프로듀싱 능력을 갖췄고 그룹 내에 프로듀싱팀인 ‘스리라차’(3RACHA)가 있다. 이들의 신곡인 ‘신메뉴’를 비롯해 대다수 타이틀곡도 직접 썼다. 멤버 창빈은 “팬과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 꼭 하고 싶었던 메시지만을 담겠다”고 말했고 현진은 “곡마다의 콘셉트, 주제, 키워드 등을 멤버들이 직접 기획했다”고 밝혔다.
(여자)아이들은 ‘천재 프로듀서’라 불리는 리더 소연의 프로듀싱 솜씨가 일품이다. 데뷔곡인 ‘라타타’(LATATA), ‘한’(一)도 자작곡이었고, 최근 발표한 세 번째 미니앨범 ‘아이 트러스트’(I trust)의 전곡을 프로듀싱했다. 지난 1월 열린 ‘2020 한국 이미지상 시상식’에 수상자로 참석한 미국 빌보드의 유명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은 “향후 K-팝에서 ‘K’라는 요소가 덜 부각될 것”이라며 “그만큼 아티스트들은 진정성과 독창성을 갖고 자신의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며 자체 프로듀싱 능력을 강조했다.
탈(脫) 국경도 4세대 아이돌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기존 그룹이 국내에서 입지를 다진 후 해외시장을 공략했다면, 이들은 처음부터 세계를 무대로 삼는다. K-팝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다양한 SNS 플랫폼을 통한 접근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이 때문에 몇몇 그룹은 국내 팬보다 해외 팬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아울러 지금껏 SM-YG-JYP가 시장을 주도하던 ‘3대 기획사’ 시대가 마감되고 다양한 기획사가 어깨를 견주는 군웅할거의 시대가 열린 점 또한 괄목할 만하다.
◇아이돌 시장의 계보
아이돌의 시작은 1996년 데뷔한 HOT라고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서태지와 아이들이 공식 은퇴했다. 이전까지 자생적으로 성장한 가수들이 가요계의 문을 두드렸다면, HOT부터는 연예기획사 주도 아래 철저하게 트레이닝을 받고 이미지 메이킹된 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획사 주도형 시장이 열린 셈이다.
HOT의 남매그룹인 SES, 이의 대항마였던 젝스키스와 핑클이 1세대를 풍미했다면, 2세대는 동방신기와 빅뱅,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카라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이들이 활발히 활동하던 2000년대 초반은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던 때였다. 2세대 그룹 대다수가 ‘일본의 심장’이자 해외 팝스타들의 메카라 불리는 도쿄돔에서 공연을 펼쳤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3세대는 엑소가 열고 방탄소년단이 무한 확장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 동방신기의 팬클럽 카시오페아의 조직력을 확인한 각 소속사가 팬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팬덤을 기반으로 물리적 국경을 지우며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한 시기다. 이 기간 걸그룹 중에서는 단연 트와이스와 블랙핑크의 활약이 돋보인다.
◇왜 벌써 4세대인가?
방탄소년단과 엑소는 이미 소속사와 재계약 단계를 밟았다. 통상 신인이 소속사와 맺을 수 있는 최대 계약 기간인 7년이 끝난 후 해체 수순을 밟는 ‘7년 차 징크스’를 극복한 이들은 이미 롱런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어느덧 30대를 목전에 둔 이들에게는 군복무라는 큰 숙제가 남았다. 엑소는 수호, 디오, 시우민 등이 이미 입대했고, 방탄소년단 역시 이르면 올해 말부터 멤버들의 입대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그들의 ‘완전체’를 보기까지 최소 2∼3년 정도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4세대 아이돌이 필요한 이유이자 후발주자인 그들이 파고들 빈틈이 생긴 셈이다.
30대라는 나이와 군복무는 꽤 상징적이다. 방탄소년단이 부르짖은 청춘의 아픔과 성장을 공유한 팬덤과 스타들이 함께 ‘나이를 먹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재결성된 HOT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20만 관객이 모였듯 팬덤이 영속성을 유지하는 경향이 짙어졌지만, 이제 막 음악과 스타에 눈뜨는 어린 팬들에게는 함께 성장기를 써나갈 또 다른 영웅이 필요하다.
아이돌이라는 유기체가 가진 본질상 불세출의 스타가 등장해도 젊은 패기와 신선함으로 무장한 신인과 그들을 지지하는 팬덤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세대의 도래를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4세대 아이돌의 숙제
4세대 아이돌은 여러모로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선배 아이돌 그룹 덕분에 역대 가장 넓은 시장을 무대로 삼게 됐다. 그만큼 상승한 기대치와 사회적 책임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건 복이자 걸림돌이다.
세대 간 격돌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그동안 같은 세대 아이돌 그룹끼리의 수평 경쟁이 많았다면, 이제는 선후배 아이돌 그룹 간 수직 경쟁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돌 그룹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2, 3세대 그룹들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활동에 제약이 걸리는 현실 속에서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온라인 공연을 비롯해 보다 다양한 홍보 방식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에 발맞춰 공연, 팬미팅 등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방법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온라인 소통을 통해 팬들은 더욱더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좇고 소통하길 원하기 때문에, 스타의 신비로움을 유지하면서도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양가적 위치를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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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주도 아이돌 세대교체중
2년안팎 그룹, 시작부터 세계로
스트레이키즈·(여자)아이들 등
자체 작사·작곡·프로듀싱 능력
앨범 발매前 수십만장 선주문도
“이제 K-팝서 ‘K’ 덜 부각될 것”
2·3세대 그룹들과 경쟁은 과제
요즘 전 세계 음악 시장의 주도권은 K-팝이 쥐고 있다. 그리고 그 주체는 한국의 아이돌 가수들이다. 그룹 방탄소년단을 통해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K-팝은 어느덧 또 한 번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4세대를 준비 중이다. 과연 그들은 선배 아이돌 그룹에게 무엇을 물려받았고,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홀로 서고 국경 지우는 4세대 아이돌
아이돌 그룹의 세대를 나누는 공식 기준은 없다. 하지만 데뷔일을 기준으로 2년 차 안팎 그룹 중 현재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는 그룹을 꼽자면 스트레이키즈, 아이즈원, (여자)아이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이다. 최근 컴백한 스트레이키즈의 신보 ‘GO生’은 정식 발매 전 선주문 수량만 20만 장(이하 가온차트 기준)이 넘었다. 지난달 컴백한 TXT의 앨범도 24만 장이 넘게 팔렸다. 상반기 컴백했던 아이즈원과 (여자)아이들의 앨범은 각각 40만 장, 15만 장가량 소비됐다. 이는 상반기 발표된 걸그룹 앨범 판매량 1, 2위다. ‘앨범 판매량 = 팬덤의 크기’임을 고려할 때 이들의 영향력은 수치로 증명되는 셈이다. 이 외에도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CJ ENM이 공동 기획해 26일 공개되는 그룹 아이랜드 역시 차세대 K-팝 그룹으로 손꼽힌다.
4세대 아이돌의 특징 중 하나는 자체 생산능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스트레이키즈는 데뷔 전부터 직접 작사·작곡한 믹스테이프를 공개했다. 멤버 다수가 프로듀싱 능력을 갖췄고 그룹 내에 프로듀싱팀인 ‘스리라차’(3RACHA)가 있다. 이들의 신곡인 ‘신메뉴’를 비롯해 대다수 타이틀곡도 직접 썼다. 멤버 창빈은 “팬과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 꼭 하고 싶었던 메시지만을 담겠다”고 말했고 현진은 “곡마다의 콘셉트, 주제, 키워드 등을 멤버들이 직접 기획했다”고 밝혔다.
(여자)아이들은 ‘천재 프로듀서’라 불리는 리더 소연의 프로듀싱 솜씨가 일품이다. 데뷔곡인 ‘라타타’(LATATA), ‘한’(一)도 자작곡이었고, 최근 발표한 세 번째 미니앨범 ‘아이 트러스트’(I trust)의 전곡을 프로듀싱했다. 지난 1월 열린 ‘2020 한국 이미지상 시상식’에 수상자로 참석한 미국 빌보드의 유명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은 “향후 K-팝에서 ‘K’라는 요소가 덜 부각될 것”이라며 “그만큼 아티스트들은 진정성과 독창성을 갖고 자신의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며 자체 프로듀싱 능력을 강조했다.
탈(脫) 국경도 4세대 아이돌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기존 그룹이 국내에서 입지를 다진 후 해외시장을 공략했다면, 이들은 처음부터 세계를 무대로 삼는다. K-팝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다양한 SNS 플랫폼을 통한 접근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이 때문에 몇몇 그룹은 국내 팬보다 해외 팬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아울러 지금껏 SM-YG-JYP가 시장을 주도하던 ‘3대 기획사’ 시대가 마감되고 다양한 기획사가 어깨를 견주는 군웅할거의 시대가 열린 점 또한 괄목할 만하다.
◇아이돌 시장의 계보
아이돌의 시작은 1996년 데뷔한 HOT라고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서태지와 아이들이 공식 은퇴했다. 이전까지 자생적으로 성장한 가수들이 가요계의 문을 두드렸다면, HOT부터는 연예기획사 주도 아래 철저하게 트레이닝을 받고 이미지 메이킹된 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획사 주도형 시장이 열린 셈이다.
HOT의 남매그룹인 SES, 이의 대항마였던 젝스키스와 핑클이 1세대를 풍미했다면, 2세대는 동방신기와 빅뱅,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카라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이들이 활발히 활동하던 2000년대 초반은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던 때였다. 2세대 그룹 대다수가 ‘일본의 심장’이자 해외 팝스타들의 메카라 불리는 도쿄돔에서 공연을 펼쳤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3세대는 엑소가 열고 방탄소년단이 무한 확장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 동방신기의 팬클럽 카시오페아의 조직력을 확인한 각 소속사가 팬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팬덤을 기반으로 물리적 국경을 지우며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한 시기다. 이 기간 걸그룹 중에서는 단연 트와이스와 블랙핑크의 활약이 돋보인다.
◇왜 벌써 4세대인가?
방탄소년단과 엑소는 이미 소속사와 재계약 단계를 밟았다. 통상 신인이 소속사와 맺을 수 있는 최대 계약 기간인 7년이 끝난 후 해체 수순을 밟는 ‘7년 차 징크스’를 극복한 이들은 이미 롱런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어느덧 30대를 목전에 둔 이들에게는 군복무라는 큰 숙제가 남았다. 엑소는 수호, 디오, 시우민 등이 이미 입대했고, 방탄소년단 역시 이르면 올해 말부터 멤버들의 입대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그들의 ‘완전체’를 보기까지 최소 2∼3년 정도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4세대 아이돌이 필요한 이유이자 후발주자인 그들이 파고들 빈틈이 생긴 셈이다.
30대라는 나이와 군복무는 꽤 상징적이다. 방탄소년단이 부르짖은 청춘의 아픔과 성장을 공유한 팬덤과 스타들이 함께 ‘나이를 먹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재결성된 HOT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20만 관객이 모였듯 팬덤이 영속성을 유지하는 경향이 짙어졌지만, 이제 막 음악과 스타에 눈뜨는 어린 팬들에게는 함께 성장기를 써나갈 또 다른 영웅이 필요하다.
아이돌이라는 유기체가 가진 본질상 불세출의 스타가 등장해도 젊은 패기와 신선함으로 무장한 신인과 그들을 지지하는 팬덤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세대의 도래를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4세대 아이돌의 숙제
4세대 아이돌은 여러모로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선배 아이돌 그룹 덕분에 역대 가장 넓은 시장을 무대로 삼게 됐다. 그만큼 상승한 기대치와 사회적 책임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건 복이자 걸림돌이다.
세대 간 격돌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그동안 같은 세대 아이돌 그룹끼리의 수평 경쟁이 많았다면, 이제는 선후배 아이돌 그룹 간 수직 경쟁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돌 그룹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2, 3세대 그룹들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활동에 제약이 걸리는 현실 속에서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온라인 공연을 비롯해 보다 다양한 홍보 방식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에 발맞춰 공연, 팬미팅 등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방법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온라인 소통을 통해 팬들은 더욱더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좇고 소통하길 원하기 때문에, 스타의 신비로움을 유지하면서도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양가적 위치를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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