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간토학살처럼 될 수도” 하루키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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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오른쪽은 간토학살로 희생된 조선인의 사진. 연합뉴스, 독립기념관 제공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71)가 간토(關東) 대지진 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 사건’을 거론하며 배타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무라카미는 12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종의 위기적 상황에 놓였을 때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처럼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것을 진정시켜 가는 것이 미디어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사회의 폐쇄성이 짙어지고 자국중심주의가 확산하는 흐름을 두고 내린 진단이다.

언급된 사건은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 지방에서 진도 7.9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후 수습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조선인 관련 유언비어를 조장했던 일이다.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탔다’ ‘조선인이 방화를 저질렀다’ 등의 거짓말이 기정사실화됐고 조선인들의 대량 학살로 이어졌다.

일본인 자경단, 경찰, 군인이 재일 조선인과 사회주의자를 조직적으로 살해했고 희생자만 최소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무라카미는 라디오 방송 녹음에서 아돌프 히틀러의 선전에 관한 말을 인용하며, 분별력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강한 메시지에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나는 1960~1970년대 학원 분쟁 시대에 말이 혼자 걸어가고 강한 말이 점점 거칠게 나가는 시대에 살았다”며 “강한 말이 혼자 걸어가는 상황이 싫고 무섭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시대가 지나면 그런 말이 전부 사라지고 만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그런 것을 봤기 때문에 말에 대한 경보를 발신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이라고 덧붙였다.

트위터를 이용해 일방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무라카미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것처럼 제한된 문자로 말하고 싶은 것만 전달하는 SNS가 발신 중심이 되고 있다”며 “그런 문장으로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므로 나는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그렇지 않은 메시지를 발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통 방식으로는 소설과 음악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성명 같은 것은 별로 신용하지 않는다. 감탄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길게, 강하게 남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음악은 논리를 넘은 것이며 공감시키는 능력이 크다. 소설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무라카미는 코로나19 긴급사태 발령 당시 라디오를 진행하며 사람들을 위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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