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장기복용땐 부작용 위험"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 안 내놔
지난 13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약국에서 구충제 '알벤다졸' 구매를 문의하니 "하루에만 수십 명이 찾으러 오는데 재고가 없어서 못 팔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인근 약국에서도 "몇 달째 품절과 재입고가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 펜벤다졸 성분의 개 구충제가 말기암 완치 효과가 있다는 유튜브 영상이 돌면서 품귀 현상을 빚었던 데 이어, 최근에는 사람이 먹는 알벤다졸(albendazole) 성분의 구충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구충제가 암 치료뿐 아니라 비염, 당뇨, 아토피 등에 효과가 있다는 정보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30년 넘게 축농증 수술을 수차례 받은 환자인데 알벤다졸을 3일 섭취했더니 코가 뻥 뚫렸다" "20년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했는데 (복용 이후) 좋아졌다"는 영상들이 각각 조회 수 10만회에 육박하고 있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복용 사흘째 32년 만에 두 콧구멍으로 숨을 쉬고 있다"는 등 댓글을 남기고, 체험 후기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있다. 비염만이 아니다. "아토피 피부염이 나았다" "어깨 결림이 덜하고 피로 해소 효과가 있다" "당뇨병에 효과 있다"는 등 다양한 유튜브 영상들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8일 "구충제는 용법·용량대로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적은 약이지만 장기간 복용하면 두통, 간 기능 장애, 혈액 이상 등의 부작용이 발현될 수 있기에 복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김재열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기생충 약은 단기간 복용하도록 만들어진 독성이 강한 약으로 알레르기 치료를 위해 장기간 복용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현재로선 개 구충제 때처럼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장성인 연세대 의대 교수는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부분인 만큼 유튜브 등을 통한 정보 확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상우 기자 raindro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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