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부업 썼다고 채무불이행자로 만든 나이스… 금감원, 실태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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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04. 오전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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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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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제→점수제로 전환하자 마자 오류 속출
금감원, 신용평가 오류 없는지 CB회사 일제 점검

올해부터 신용등급제가 폐지되고 신용점수제로 전환된 가운데, 신용평가사(CB·Credit Bureau)인 나이스신용평가에서 이른바 ‘350점 사태’가 발생해 서민들이 공분한 일이 벌어졌다. 기존 700~800점대였던 채무자들의 나이스 신용점수가 돌연 채무불이행자 수준인 ‘350점’으로 반토막나는 현상이 무더기로 발생한 것이다. 신용점수제는 이른바 ‘문턱 효과’를 없애 서민들의 불이익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시행 초기부터 삐걱대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턱 효과는 약간의 점수 차이로 등급이 갈려 대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을 말한다.

나이스 측은 신용점수제 전환에 발맞춰 대부업권 대출 정보 등을 적용하는 새로운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생긴 착오라며 현재 정상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신용평가 모형 개편에 따라 발생한 문제가 더 있는지,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나이스 등 CB사들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에 나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30일 일부 채무자가 나이스 신용점수를 조회할 때 일시적으로 350점으로 나오는 현상이 발생했다. 신용점수는 1000점 만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신용이 좋다는 뜻이다. 이들은 이전까지 갖고 있던 점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게 점수가 나왔다. 또다른 CB사인 KCB에서도 점수가 조정되기는 했지만, 나이스와 같은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 시내 한 전봇대에 붙은 불법 대출 전단. /조선DB

문제가 발생한 이들은 대부분 대부업권 이용 기록이 있는 채무자들이었다. 이자 납입과 원금 상환을 성실히 하고 있는 ‘정상채권’임에도 하루아침에 신용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300점대로 점수가 폭락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공적 제도를 활용해 성실 상환 중이던 채무자도 있었다. 사태 초기 민원이 빗발치자 나이스 측은 "대부업 대출을 전부 상환하면 다시 신용점수가 오른다"고 안내해 혼란이 더 커졌다. 일각에선 "나이스에서 추심업무까지 한다"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350점 사태는 새 신용평가모형 적용 과정에서 발생한 착오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CB사들은 올해 새 모형을 개발하면서, 2019년부터 한국신용정보원에 축적돼 온 대부업 대출 정보와 자산관리회사(부실채권매입회사)의 부실채권(NPL) 정보를 평가 요소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CB사들은 채권 자체가 정상채권인지, 부실채권인지를 구분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그런데 나이스는 채권을 매입한 회사가 금융당국에 등록된 정식 대부업체인지, 자산관리회사인지 여부만으로 채권의 속성을 판단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정상채권이라도 자산관리회사가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2020년 12월 29~30일 한 신용카드 커뮤니티에 ‘나이스 350점 사태’가 발생해 소비자들이 부당함을 호소하는 게시글들이 대거 올라왔다. /커뮤니티 캡처

논란이 커지자 자산관리회사들은 나이스 측에 "자산관리회사 보유 채권이지만 정상채권인 경우를 확인해, 부실채권이 아닌 건은 일반 대출정보로 정상화 하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산관리회사인 A사의 경우, 당일 정정이 완료돼 몇시간 만에 신용점수가 다시 300~400점가량 오르기도 했다. A사 관계자는 "KCB의 부실채권을 분류하는 방식은 나이스처럼 업권을 구분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나이스 측은 "자산관리회사나 소비자로부터 이의제기 요구를 접수해 잘못된 부분이 확인되면 정정하는 작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일부는 이미 정상화됐다"고 했다.

금감원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실태점검에 착수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나이스나 KCB 등 대표 CB사를 대상으로 새 신용평가모형 설정 과정에서 정상채권이 부실채권으로 잘못 분류되는 등 구멍이 발생해 신용점수가 대폭 하락한 사례가 있는지,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볼 예정"이라며 "이번주 중 요청서를 보내 올해 초 점검 결과를 낼 예정"이라고 했다.

[박소정 기자 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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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금융부를 거쳐 세종시에서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은행의 경제 정책 기사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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