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의 요가로 세상 보기] 19. 반딧불이 자세 (영상)

입력
수정2021.07.13. 오후 4:23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반딧불이 자세는 바닥을 짚고 양무릎을 옆으로 뻗어올려 수 초간 자세를 유지한다. 팔과 어깨 근육을 강화하고 췌장의 분비 기능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시연 김덕선.


반딧불이 자세, '티티바 아사나'는 마치 여름날 청정지역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이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반딧불이는 개똥벌레라고도 하고 방언으로 까랑, 까래이, 까리, 개똥벌거지 등으로 불린다. 범어로는 티티바라고 한다.

어깨넓이만큼 보폭을 유지한 채 두 팔을 다리 사이로 넣고 손바닥은 발 바깥쪽의 바닥을 짚는다. 이때 손가락은 앞을 향하도록 하며 무릎 뒤 오금을 양팔의 위쪽에 밀착하고, 두 발을 천천히 바닥에서 들어 올리며 양무릎을 펴서 최대한 옆으로 뻗어 올린 채 수 초간 자세를 유지한다.

폐와 복부 근육이 강하게 수축되며 팔과 어깨 근육을 강화하고 복부 내장을 튼튼하게 하여 췌장의 분비 기능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무더위와 장마가 오락가락하는 본격적인 여름이 왔다.

여름밤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차갑게 빛나는 반딧불이의 존재는 가히 몽환적이다. 꺼질 듯 말 듯하는 아름다운 불빛을 바라보면 가슴이 벅차 오른다. 마음 한쪽이 따뜻해진다. 항해의 길잡이 등대의 불빛을 발견한 것처럼 반가움이 앞선다.

반딧불이는 꽁무니에서 내는 불빛이 사람들의 마음을 순화시키기 때문에 정서곤충이라고도 부른다. 그런 반딧불이도 근래에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도시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마음이 점점 각박해지는 것도 반딧불이의 따뜻한 불빛을 마음에 담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지구상에 빛을 내는 생명체는 많지만, 점멸하는 불빛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불빛 방출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생명체는 오로지 반딧불이뿐일 것이다. 사랑하는 짝을 찾아 하늘로 날아 오르는 반딧불이는 날마다 밤하늘을 누비며 불빛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아름다운 불빛의 주인공 반딧불이는 정서적·심미적 가치가 높아서 천연기념물이 되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곤충은 반딧불이(322호), 장수하늘소(218호), 비단벌레(496호), 산굴뚝나비(458호) 정도이다.

반딧불이는 1997년 전북 무주에서 반딧불이 축제가 시작된 이래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의 생태 감수성을 기르는 생태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뉴질랜드의 와이토모 동굴은 반딧불이 서식지로 유명하며 세계에서 오는 관광객으로 초만원을 이룬다.

깨끗한 곳에서만 살 수 있는 반딧불이가 산다는 것은 곧 그 지역이 청정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환경지표로도 활용된다. 이웃 일본에서는 샛강을 살렸다는 것을 알리는 데 이 반딧불이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빛 공해(인공 조명으로 밤이 낮처럼 밝은 현상)가 심한 나라 중의 하나라고 한다. 반딧불이는 가로등과 네온사인이 번쩍번쩍하고 인공 불빛이 난무하는 환한 밤하늘 아래에서는 짝짓기를 하기 어렵다.

반딧불이는 배 부분에 밝게 빛나는 발광기를 달고 있는데,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여 빛을 낸다. 그러기에 인공조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도 정결한 삶을 살면 눈빛이 형형해진다. 반딧불이 하면 먼저 책과 연결되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옛 중국 진나라의 손강과 차윤이 등장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반딧불이 빛과 눈의 빛으로 공부하여 우뚝섰다는 형설지공(螢雪之功) 등의 고사성어가 생각나기 때문일 것이다.

참된 지성미는 인간을 매력있게 만드는 큰 요소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성미보다는 자극을 더 추구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 반딧불이처럼 밝은 세상을 위해 묵묵히 그리고 고요히 빛을 비추는, 안광(眼光)이 맑고 고결한, 지성미 넘치는 선비 정신의 소유자들이 무엇보다 그리운 시절이다.

반딧불이처럼 항상 반짝반짝 떠 있어 빛을 발하는, 누군가에겐 늘 그리운 사람으로 남아있고 싶다는 소망 한 번 품어본다.

정준호와 공형진 주연의 2003년 개봉 영화 '동해물과 백두산이'에는 수많은 반딧불이가 날아오르며 밤하늘을 수놓는 모습이 장관인 장면이 나온다. 올여름 밤에는 그런 반딧불이 불빛을 한번 보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접힌 우리네 마음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결코 만만치 않은 반딧불이 자세를 취하며, 수 초간 버티다가 내려와 갖는 짧은 순간의 달콤한 휴식 시간만큼이라도 말이다.



최진태 부산요가지도자교육센터(부산요가명상원) 원장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