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현 커피만 점포개발팀장은 “고객이 직접 무인 자동주문기에서 원하는 품목을 정해 결제하면 주문 내역이 곧바로 주방에 전송되기 때문에 낭비되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건비가 30% 이상 줄면서 커피 가격도 낮출 수 있었다. 지난해 9월 업계 처음으로 키오스크를 도입한 커피만은 수도권에 30여 개 지점을 열 만큼 반응이 좋다. 대학생 최종익(21)씨는 “주문하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짧고 커피 가격이 저렴해서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선애(34)씨도 “처음엔 주문하는 방법이 익숙지 않아서 당황했는데 두세 번 써 보니 마치 커피 자판기를 이용하는 것처럼 편리하다”고 전했다.
세계적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맥도날드도 주문을 받는 종업원 대신 키오스크가 설치된 ‘미래형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상반기까지 전체 매장(440곳)의 절반 수준인 250곳에 무인 주문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맥도날드의 키오스크도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햄버거 메뉴 주문부터 결제를 한번에 할 수 있다. 외국계 금융사에 다니는 조성아(39)씨는 “지금까지 뒷사람 신경 쓰느라 메뉴판을 제대로 못봤는데 이제는 마음 편하게 주문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롯데백화점 분당점 식품매장에선 아예 장바구니를 없앤 ‘스마트 쇼퍼’를 선보였다. 고객은 단말기를 들고 구매하고 싶은 상품의 바코드만 찍으면 된다. 무인 계산대에서 결제를 하면 소비자가 고른 물품을 집까지 배송해준다.
국내에선 법률상담 업체 헬프미가 지급명령 신청서를 대신 써주는 ‘AI 변호사’ 서비스를 지난해 선보였다. 지급명령은 체불임금처럼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을 대신해 법원이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제도다. 한 해에 약 138만 건이 제출될 정도로 이용자가 많지만 법무법인을 이용하면 30만~40만원이 든다. 이와 달리 헬프미의 서비스는 전문 변호사들이 직접 만든 질문에 이용자가 답변만 하면 자동으로 지급명령 신청서가 완성된다. 서비스 이용 요금은 기존의 10% 수준인 3만9000원으로 저렴하다.
국내 금융사들은 앞다퉈 챗봇(Chatbot·채팅로봇)을 출시하고 있다. 챗봇은 사람과 문자 대화를 통해 질문에 알맞은 답이나 각종 연관 정보를 제공하는 대화형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다. 대신증권은 약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챗봇 ‘벤자민’을 지난 2월 내놨다. 회사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이나 카카오톡에서 이용할 수 있다. 벤자민은 간단한 상품 문의에 대한 답변은 기본이고 삼성전자 등 개별 종목을 물어봐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분석해 자료를 제공한다. 지난해 NH농협은행이 내놓은 금융봇도 24시간 금융상품 문의에 답하거나 일대일 고객 상담을 할 수 있다.
드론이 사람을 대신하기도 한다. 최근 이동통신업체들이 드론을 활용해 기지국을 설치하거나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SK텔레콤은 원주~강릉 간 KTX 신설 구간을 비롯한 강원도 지역 기지국 신축 공사에 드론을 투입했다. 최승원 SK텔레콤 인프라전략본부장은 “드론을 이용하면 기지국에 설치될 안테나 높이를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고, 드론이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영상으로 해당 지역의 장애물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도 가상현실(VR) 기기 형태의 고글을 쓰면 드론이 보내주는 영상을 통해 강원도에 있는 이동통신 기지국을 관리할 수 있다. 별도로 지역에 정비 기사를 파견하거나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
AI 기반 일정관리 서비스인 코노를 선보인 스타트업 코노랩스는 국내 최대 공유오피스 업체인 패스트파이브 삼성점에 입주했다. 이곳에만 29개 기업 250여 명이 일하고 있다. 김대호 코노랩스 매니저는 “모든 업무는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해 뒀기 때문에 노트북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유오피스엔 보통 20~30개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모이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얻거나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공유오피스는 보증금 없이 월세만 받는다. 패스트파이브 기준 1인용 사무공간은 월 50만~60만원이다.
정제호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기업들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변화에 맞춰 인적 자원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키네틱 컨설팅업체에 따르면 연평균 5만 달러(약 6000만원)가 드는 경영지원 분야 업무를 로봇 SW에 맡기면 비용이 5500달러로 최고 88%까지 낮아지기 때문에 기술 도입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인력 구조를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염지현·김영민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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