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체제는 자중지란으로 무너져 … 조합 지켜낸 힘으로 승리할 것"
인터뷰/‘해고 2,000일’ 이용마 기자
부쩍 야위었지만 카랑카랑한 음성은 여전하다. 이름도 생소한 ‘복막암’ 판정을 받은 지 1년, 모레(25일)로 해고된 지 2,000일, 2년 넘게 종무소식인 ‘해고무효 소송’ 대법원 최종 선고까지…. 묻고 싶고 나누고 싶은 감정의 언어들이 가슴 속에서 마구 엉켰다. 하지만 실제 오간 대화는 차가웠다. 5년에 걸친 MBC 정상화 투쟁의 막바지에서 우리는 처절했던 ‘그 때’ 싸움의 최전선에 섰던 이용마를 다시 떠올린다.
Q 또다시 파업을 앞두고 있다. ‘출구’가 있느냐는 우려도 여전하다.
- 5년 전 개인적으로는 ‘옥쇄 파업’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패배하면 집행부가 장렬히 산화하는 결론을 염두에 뒀다. 그렇게 생각해야 끝까지 버틸 수 있고, 지더라도 반격의 토대가 될 힘을 축적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 때와 다르다. 그 때는 김재철 뒤에 청와대가 있었지만 지금 김장겸 뒤엔 아무도 없다. 김장겸이 코너에 몰리면 중간지대나 김장겸 쪽에 붙었던 사람들이 언제까지 그 길을 고수할까. 극단적인 체제는 외부 압력보다 자중지란으로 무너진다.
Q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국민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5년간 뭐하다 정권 바뀌니까 뒷북이냐’고 비판한다.
- 밖에서는 그런 말들을 쉽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36년간 우리 민족에게 뭘 했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 투쟁이 용이한 시기와 어려운 시기는 명확히 다르다.
지난 시기 회사는 노동조합을 깨서 없애려 했다. 일반 사업장이었다면 이미 조합이 없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합을 지켜냈다. 이 자체만 해도 엄청난 일이다. 우리가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잘 벼려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무기로 이제 불의에 맞서 싸울 때가 됐다.
Q 미디어 환경은 더욱 나빠졌고, MBC의 위상도 크게 추락했다.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의 정상화가 왜 시급한 지 설득하는 일도 만만하지 않은데.
- 개개인이 원하는 정보를 획득하는 수단은 무한대로 확장된 시대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조중동과 종편 등 보수 매체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모두 개인 소유 미디어이기 때문에 주인이 바뀌지 않는 한 극우 보수의 길을 계속 갈 것이다. 이 현실에 대항할 SNS와 대안 언론들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규모와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낮다. 특히 접근성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수단으로 정보를 접할 수 없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다. 지역으로 갈수록, 고령층일수록 공영방송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국민의 엄청난 돈이 들어간 공영방송이 잘 운영돼야 여론의 균형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국회 계류된 언론장악방지법은 ‘제2의 김재철’ 만드는 법”
Q 지난해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MBC 사장을 국민 손으로 뽑자”고 제안했다. 어떤 취지의 구상인지.
- 선거라기보다 법원의 국민참여재판에서 운영하는 배심원 제도에서 착안한 것이다. 집권 세력이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51~101명 규모의 일반 시민들로 ‘국민 대리인단’을 구성해 사장을 뽑게 만드는 것이다. 지역, 소득, 학력 등의 변수를 고려해 무작위로 추첨하거나 합리적 절차를 통해 대리인단을 선발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공영방송 사장 선임이 특정한 이해관계나 정치적 세력에 의해 휘둘릴 가능성이 굉장히 낮아질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언론장악방지법은 여야 양쪽에 줄을 잘 대는 인사를 MBC 사장으로 뽑는 법안이다. 그러면 김재철 같은 사람이 또 올 거라고 장담한다.
Q 암과의 싸움은 어떤가. 요즘에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는데.
- 병세나 근황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다지 할 말이 없다. 진안에서 요양할 때는 하루 한 시간씩 등산을 다닐 정도로 거동에 큰 불편이 없었다. 그러다 복수가 계속 차올라서 올 봄에 집으로 왔다. 병원 다니면서 복수를 주기적으로 빼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권하는 항암 치료는 검증된 사례가 없어 처음부터 전혀 받지 않고 있다. 내 병은 스스로 해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먹는 것부터 판단이 어렵다. 고기를 먹으라는 사람, 먹지 말라는 사람이 동시에 조언한다. 집에 오면서부터는 기력이 달려서 끊었던 고기를 먹어보고 있다.
암 판정받고 몸무게가 20kg 이상 줄었지만, 다녀간 사람들은 혈색이 좋다고 하더라. 복수의 양이 계속 늘고 있는 게 걱정인데 지금까지 해왔듯 잘 버티고 싸울 것이다.
Q 또다시 파업을 앞두고 있다. ‘출구’가 있느냐는 우려도 여전하다.
- 5년 전 개인적으로는 ‘옥쇄 파업’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패배하면 집행부가 장렬히 산화하는 결론을 염두에 뒀다. 그렇게 생각해야 끝까지 버틸 수 있고, 지더라도 반격의 토대가 될 힘을 축적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 때와 다르다. 그 때는 김재철 뒤에 청와대가 있었지만 지금 김장겸 뒤엔 아무도 없다. 김장겸이 코너에 몰리면 중간지대나 김장겸 쪽에 붙었던 사람들이 언제까지 그 길을 고수할까. 극단적인 체제는 외부 압력보다 자중지란으로 무너진다.
Q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국민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5년간 뭐하다 정권 바뀌니까 뒷북이냐’고 비판한다.
- 밖에서는 그런 말들을 쉽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36년간 우리 민족에게 뭘 했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 투쟁이 용이한 시기와 어려운 시기는 명확히 다르다.
지난 시기 회사는 노동조합을 깨서 없애려 했다. 일반 사업장이었다면 이미 조합이 없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합을 지켜냈다. 이 자체만 해도 엄청난 일이다. 우리가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잘 벼려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무기로 이제 불의에 맞서 싸울 때가 됐다.
Q 미디어 환경은 더욱 나빠졌고, MBC의 위상도 크게 추락했다.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의 정상화가 왜 시급한 지 설득하는 일도 만만하지 않은데.
- 개개인이 원하는 정보를 획득하는 수단은 무한대로 확장된 시대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조중동과 종편 등 보수 매체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모두 개인 소유 미디어이기 때문에 주인이 바뀌지 않는 한 극우 보수의 길을 계속 갈 것이다. 이 현실에 대항할 SNS와 대안 언론들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규모와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낮다. 특히 접근성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수단으로 정보를 접할 수 없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다. 지역으로 갈수록, 고령층일수록 공영방송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국민의 엄청난 돈이 들어간 공영방송이 잘 운영돼야 여론의 균형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국회 계류된 언론장악방지법은 ‘제2의 김재철’ 만드는 법”
Q 지난해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MBC 사장을 국민 손으로 뽑자”고 제안했다. 어떤 취지의 구상인지.
- 선거라기보다 법원의 국민참여재판에서 운영하는 배심원 제도에서 착안한 것이다. 집권 세력이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51~101명 규모의 일반 시민들로 ‘국민 대리인단’을 구성해 사장을 뽑게 만드는 것이다. 지역, 소득, 학력 등의 변수를 고려해 무작위로 추첨하거나 합리적 절차를 통해 대리인단을 선발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공영방송 사장 선임이 특정한 이해관계나 정치적 세력에 의해 휘둘릴 가능성이 굉장히 낮아질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언론장악방지법은 여야 양쪽에 줄을 잘 대는 인사를 MBC 사장으로 뽑는 법안이다. 그러면 김재철 같은 사람이 또 올 거라고 장담한다.
Q 암과의 싸움은 어떤가. 요즘에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는데.
- 병세나 근황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다지 할 말이 없다. 진안에서 요양할 때는 하루 한 시간씩 등산을 다닐 정도로 거동에 큰 불편이 없었다. 그러다 복수가 계속 차올라서 올 봄에 집으로 왔다. 병원 다니면서 복수를 주기적으로 빼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권하는 항암 치료는 검증된 사례가 없어 처음부터 전혀 받지 않고 있다. 내 병은 스스로 해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먹는 것부터 판단이 어렵다. 고기를 먹으라는 사람, 먹지 말라는 사람이 동시에 조언한다. 집에 오면서부터는 기력이 달려서 끊었던 고기를 먹어보고 있다.
암 판정받고 몸무게가 20kg 이상 줄었지만, 다녀간 사람들은 혈색이 좋다고 하더라. 복수의 양이 계속 늘고 있는 게 걱정인데 지금까지 해왔듯 잘 버티고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