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이재명, 날 피해 계양을 출마…정면승부 부담스러웠나" [중앙일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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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5.09. 오전 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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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선언에 대해 “나를 피해서 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경기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 출마선언 직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고문이) 나하고 정면 승부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생각한 것 같다. 지금이라도 분당갑으로 출마해라.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고문) 자기 정치적 고향이 성남인 데다가 경기지사를 했으니까 나하고 대결하자고 (나에게 분당갑으로) 오라고 해야지”라며 “민주당 (김병관 분당갑) 후보조차 자리를 비워주겠다고 한 마당이니까 (이 고문이) 다른 핑계는 댈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6일 해단식을 마친 인수위 활동과 관련해선 “인수위원장으로서 내 목적은 ‘욕은 인수위가 먹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부담을 덜어서 실현 가능한 국정 운영을 하게 하자’였다”며 “인수위가 공약을 잘 안 지켰다는 비판 기사가 나오길래 ‘아, 내 작전이 성공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날 인터뷰는 국회 본청 옛 국민의당 대표실(현 국민의힘 회의실)에서 한 시간여 진행됐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Q :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 위원장이 계양을과 같은 험지에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A : “나는 당의 요청에 의해서 경기도에 가는 거다. 윤석열 당선인이 경기 선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체 경기도 선거를 위해서도 내가 분당갑에 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인천과 경기의 (6·1 지방선거) 출마자 숫자로 보면 경기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아마 윤 당선인이 경기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걱정하는 것 같다.”


Q : 윤 당선인이 지난 6일 만났을 당시 직접 출마를 부탁했나.
A : “부탁이라기보다 윤 당선인은 내가 분당갑에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정치인에게 연고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이 가는 건 맞지 않다. 분당갑은 (안 위원장이 창립한) 안랩이 있는 곳이다. 나는 지금의 발전된 분당이 있기까지, ‘한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릴 수 있게 되기까지 첫삽을 떴고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이 고문처럼 대통령 후보까지 한 사람이 험지가 아닌 민주당으로선 굉장히 쉬운, 연고도 없는 곳으로 가는 건 처음 본다.”

두 달여의 인수위원장 업무를 마무리한 그는 인수위 활동에 대해 스스로 후한 평가를 했다. 그는 ‘인수위가 존재감이 없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인수위가 상대적으로 이슈가 적었다는 건 오히려 제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성이 임금의 존재를 모를 만큼 평안하게 통치하는 게 최고의 지도자’라는 옛말에 빗대 “정치를 잘하면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도 했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Q :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의 경우 애초 안 되는 걸 공약한 거 아닌가.
A : “그런 걸 연착륙 시키는 게 인수위 일 아니겠나. 사실 (윤 당선인은) 지키고 싶어했다. 그러나 ‘미래를 바라보고 계획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내가 설득해서 점진적으로 만들었다. 내가 설득하느라 고생했다.”


Q : 인수위 기간 중 내각 인사 문제로 윤 당선인과 갈등해 하루 출근을 안 하기도 했다. 단일화 당시 약속한 공동 정부 이행을 점수로 매긴다면.
A :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우선 정책 청사진을 만드는 인수위가 성공해야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수위 구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안철수계가) 인수위원 24명 중 8명이라고 세간에서 말하던데, 사실 더 있다. 그 다음이 조각이다.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 제가 하루 정도 안 나왔는데, 바로 다음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조각은 당선인이 하시고, 만약 낙마하는 사람이 생기든지 과학기술, 보건복지, 교육, 문화 등 내가 전문성 가진 분야에서 좋은 사람이 있으면 개각할 때 언제든지 추천하기로 이야기했다.”


Q : 이미 김인철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낙마했다. 새로 지명하면 안 위원장 추천 인사가 되나.
A : “저는 두 명 이상 다수를 추천했다. 인선의 권한과 책임은 같이 간다. (윤 당선인) 본인이 인사하면 결과와 책임도 본인 것이기 때문에 인사권은 존중하는 게 맞다.”


Q : 인사에 대한 비판이 많다. 서울대 출신 남성 위주고, 지역 안배가 부족하다.
A : “정치를 오래하면 안배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감한다. 아마 그 의미에 대해서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다.”


Q :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다.
A : “본인과 당선인이 판단할 몫이다. 만약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부결됐는데도 임명을 강행한다면 결과에 대한 책임도 당선인이 져야 한다.”

안 위원장은 인수위 기간 동안 정책이 아닌 정치 현안에 대해 유일하게 자신이 목소리를 낸 현안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문제를 꼽았다. 안 위원장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한 직후인 지난달 24일 “이해 상충”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첫 반대 목소리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열린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Q : 검수완박 비판은 여론을 살핀 건가.
A : “아니다. 여론 안 살폈다. 오랫동안 고민했던 문제라 내 머릿속에 해답이 딱 있다. 다들 가만 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얘기했다. 윤 당선인과 이야기하지도 않았다.”


Q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 날 반대 의견을 밝혔다.
A : “이 대표는 아마 (윤 당선인에게) 물어보고 했을 것 같다. 나는 내 판단이다.”


Q :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하나.
A : “지금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히 당은 바뀌어야 한다. 지난 10년 간 정치하며 한 번도 안 바뀐 생각이다. 중도·실용 정당이 돼야 대중 정당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 국민의힘 다선 의원 대부분과 식사를 함께했다. 나와 같은 문제 의식을 가진 분들이 꽤 있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이 그렇다. 사실 수도권은 그렇게 해야 선택받지 않나.”


Q : 윤석열 정부에서 안 위원장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인사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한 후보자를 어떻게 생각하나.
A : “개인적으로 한 번도 본 적 없다. 굉장히 유능한 검사라고 들었다.”


Q : 유능한 검사가 유능한 정치인이 될 수 있을까.
A : “그건 다른 문제다. 장관은 반(半) 정치인, 반 행정가 정도 될까. 진짜 정치인은 국회의원이 돼 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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