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포커스]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다" 정조국이 부르는 '백조의 노래'

입력
기사원문
이경헌 기자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스포탈코리아=제주] 이경헌 기자=정조국(36)은 늘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는 선수였다. 대신고 재학시절 한 시즌 4개 대회 득점왕을 차지했으며, 3학년이었던 2002년에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에 연습생으로 합류하며 화제를 모았다. 2003년 안양LG(현 FC서울)를 통해 프로에 첫발을 내딛은 정조국은 그 해 12골을 터뜨리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각급 연령별 대표와 성인 대표팀을 거치며 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적자로 평가받았다.

2010년 서울의 더블 우승(K리그, 포스코컵)을 이끌며 포스코컵 MVP까지 차지한 정조국은 이듬해 프랑스 리그앙 무대로 진출했다. 2016년에는 서울을 떠나 광주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2015시즌 11경기 출전해 1골 1도움에 그치면서 그의 선택에 물음표가 가득했지만 남기일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와 함께 강렬한 느낌표를 찍었다. 2016시즌 정조국은 20골로 득점왕뿐만 아니라 K리그 클래식(현 K리그1) 베스트11과 MVP까지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정조국은 2017년 강원 이적 후 잦은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다. 자연스레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저 왕년의 스타로 추억의 책장이 덮일 무렵 정조국은 또 다시 도전을 선택했다. 올해 제주유나이티드(이하 제주)의 지휘봉을 잡은 남기일 감독의 러브콜을 받은 정조국은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K리그 커리어 사상 첫 2부리그. 자존심이 상할만도 했지만 그건 단지 주변의 시선일 뿐이었다.

은퇴를 앞둔 예술가나 스포츠맨이 혼신을 다해 만들어낸 마지막 성과를 '백조의 노래(swan song)'라 부르곤 한다. 정조국이 제주에서 부르는 '백조의 노래'에는 여전히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있었다. 비록 그동안 익숙했던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당당한 조연이자 후배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친 최고의 페이스페이커로 K리그2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자신의 커리어에 가로새겼다.

K리그2 12경기 출전 1골. 출전시간은 389분으로 역대 개인 최소 출전 시간이었지만 임펙트는 여전했다. 정조국은 6월 20일 충남 아산 원정(2-0)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리며 제주 이적 후 첫 골과 함께 K리그 통산 공격포인트 150개(121골 29도움) 고지에 올랐다. K리그 역사에서 공격포인트 150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9명에 불과하다. 7월 1일 서울이랜드와의 FA컵 24강전(3-2 승)에서는 연장 후반 막판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다"라고 운을 뗀 정조국은 "한발짝 뒤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상황은 처음이었다. 축구인생의 다음 스텝을 위해서라도 좋은 경험이 됐다. 축구선수 정조국이 갈 수 있는 길을 더욱 확고하게 다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해야하나? 개인적인 부분은 버렸다. 팀을 위해 내가 해야할 노력을 다해 많은 고민을 했다. (우승) 결과도 가지고 왔고, 과정도 좋았다. 내 자신도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낀 한 해였다"라고 올 시즌을 되돌아봤다.



성공의 신화를 함께 써온 남기일 감독에 대한 존경심은 더욱 커졌다. 정조국은 "남기일 감독님이라는 성공한 지도자와 함께 있으면서 많이 보고 배운다. 지도 스킬뿐만 아니라, 선수단 장악, 팀을 만들어가는 능력 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광주 시절과 달리 제주에서는 남기일 감독님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남기일 감독님이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판단을 하는지 내가 직접 상상도 해보면서 더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정말 돈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이 됐다"라고 말했다.

'축구선수' 정조국의 미래는 여전히 심사숙고 중이다. 정조국은 "롤모델인 (이)동국형이 은퇴하면서 내게 마흔까지 뛰라고 이야기했다. 축구선수 이동국을 닮아가려고 했고, 이동국을 닮아가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너무 고마운 존재다. (앞으로 현역 활동에 대한 의지와) 계획은 충분히 갖고 있다. 감독님과 상의 중이다. 아내와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래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조만간 어느정도 결정이 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을 아꼈다.

끝으로 정조국은 세상을 떠난 후배 김남춘(31)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그는 "(김)남춘이에게 다녀왔다. 너무 아쉽다. 지금도 어떻게 보내줘야 할지... 후배 마음을 못알아줘서 슬프다. 하늘나라에서 훌훌 털어버리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직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남춘이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하고 있다. 남춘이를 위해서 더 좋은 선배가 되겠다. 앞으로 후배들이나 어려운 친구들을 더 많이 둘러보고 보살펴야 겠다"라고 말했다.

사진=한국프축구연맹

취재문의 sportal@sportalkorea.co.kr | Copyright ⓒ 스포탈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현장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기자 프로필

기사 섹션 분류 가이드
기사 섹션 분류 안내

스포츠 기사 섹션(종목) 정보는 언론사 분류와 기술 기반의 자동 분류 시스템을 따르고 있습니다. 오분류에 대한 건은 네이버스포츠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오분류 제보하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