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를 추억으로 만드는 스탬프찍기(4편)-일본 가톨릭의 사례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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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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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예수님 

지난 3편에 걸쳐서, 세계의 유명한 순례지와 더불어 일본의 시코쿠불교 순례지의 순례문화와 스탬프찍기 그리고 관련된 순례 생태계를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그 일련의 학습 속에서 우리는 국내성지순례와는 비교관점에서 다른 세계적인 순례지의 역사와 스토리텔링, 디자인적인 요소 및 순례를 순례답게 만드는 다양한 성지순례 생태계에 대해서 이해했습니다. 

처음에 단순히 일본의 성지순례와 스탬프의 활용행태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했던 시도는 다른 성지의 순례생태계를 들여다 보면서 좀 더 포괄적이고 다양한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생태계와 디자인 전반으로 확대되어 살펴보았습니다. 

일본의 가톨릭성지는 잘 아시다시피, 하비에르성인의 선교가 시작되어 뿌리내린 큐슈를 중심으로 분포되어있습니다. 물론 에도인 도쿄도 다양한 성소와 스토리가 담겨진 순례지이지만, 중앙정부의 손길이 쉽게 닿지 않고 수백년동안 사제없이 자신들의 공동체에서 신앙을 지켜온 큐슈는 일본성지순례의 핵심지역입니다. 

나가사키를 중심으로 고토섬과 시마바라로 이어지는 성당들 분포도
타비라성당을 표지로, 낭만적인 여행코스로 소개하고 있는 성지순례책자의 표지
나가사키 교회군을 소개하는 다양한 책자들이 출판되어 있습니다.

일단 스탬프활용이라는 측면에서 큐슈의 전체 성당과 성소를 중심으로 핵심컨텐츠나 이미지를 중심으로 잘 디자인된 스탬프가 마련되있습니다. 

특히 순례의 시작과 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순례코스는 큐슈 가운데서도 히라도의 순례길, 상고토섬의 순례길, 하고토섬의 순례길 등 세개의 섬지역에 신자들의 공동체와 성당과 성소 그리고 역사가 집중되어 있어 별도의 코스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숨은신자들의 본거지, 고토섬의 성당분포도
고토섬 성지순례 안내책
고토섬 성지순례 스탬프 북
일본 26순교성인이 에도에서 나가사키까지 십자가에 메달려 죽기까지 걸었던 길을 순례길로 제정비하였습니다.
고토섬의 성지순례 코스북
고토섬 성지순례 스탬프북 찍는 공간
고토섬 성지순례, 전체를 마치고 스탬프로 꽉찬 모습
히라도 섬 성지순례 스탬프북과 성지 안내맵

위 세 곳은 별도의 순례자를 위한 스탬프북을 제공하고, 별도의 자세한 정보를 사이트나 브로슈어 등을 통해서 제공합니다. 물론 각 지역별로도 성당과 성소를 잇는 코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하비에르 성인이 상륙한 가고시마의 경우, 지자체에서 하비에르 가톨릭역사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코스로 연결해 놓았습니다. 

스탬프는 별도의 디자인을 담아내서 통일하였습니다. 디자인적 아름다움보다는 많은 순례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내구성이 강화된 투명프라스틱과 으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이모치우라 성당의 스탬프와 루르드성모 성수병


그리고 스탬프를 찍는 공간이나 장소는 별도로 통일된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지 않고 각 성소별로 입구나 눈에 잘 띄는 곳에 마련되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전체는 아니지만 일부는 순례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스탬프를 찍어갈 수 있는 디자인된 작은 종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일본 성지순례 교회들의 스탬프들 , 교회별 건축이미지를 중심으로 디자인되어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는 시코쿠 불교순례지처럼 디자인적인 전체가 완성된 생태계는 아직 완성되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코스와 스탬프북을 만들어 제공하는 히라도나 고토섬의 경우는 스탬프(또는 색유리화문양)를 활용한 다양한 성물이 시도되고 있고 특히 관련 호텔이나 카페 등에서도 스탬프의 디자인을 활용한 쿠키나 머그잔 그리고 염색섬유 등을 활용한 순례자나 관광객을 위한 상품을 제작해나가고 있습니다. 

고토섬의 한 호텔에서 볼 수 있었던 고토섬 성당들의 스탬프 디자인을 담아낸 쿠키세트
성당 이미지를 디자인으로 만든 커피 텀블러

오히려 1편에서 언급한 제주도의 올레길이 그러한 디자인 중심의 생태계를 완벽하게 구축하고 있는 좋은 사례입니다. 그래서 큐슈 지자체들이 제주올레에 수백명의 인원을 파견하고 시찰과 교육을 통해 큐슈올레길로 확대되있는 것은 인상적입니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빠르게 학습하고 도입하는 것은 보통의 일본인들의 성격과는 달리 굉장히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 대부분의 업무는 교구가 주도한다기보다, 각 지자체의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관광청이 주도하는 형세입니다. 

히라도 전체의 성당을 이미지화 한 포스터안내도
고토섬 도자키성당 앞 베이커리 입구에 놓인 성당이미지
도카지 성당 앞 할머니 신자가 운영하는 카페입구의 소박하면서도 예쁜 성당이미지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는 디자인의 GOTO섬 색상과 모자
고토섬 성당의 아름다운 색유리화의 이미지를 선물용테이프로 만들어낸 상품

어떤 의미에서 수백년 자신들의 신앙을 지켜온 소중한 공간을 신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찾아와 훼손하고 자신들의 조용한 신앙생활에 잡음을 일으키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잠시 찾아와 바로 떠나는 일시방문형 순례자들이 경제적으로 자신들에게 큰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적인 생각도 큽니다. 하지만, 일본관광청이나 각 지자체 입장에서는 소중한 관광자원인 가톨릭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고 하면서 까지 적극적으로 관광활성화의 중요한 아이템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미 13개의 교회가 유네스코잠재유산으로 등재되어 정식 세계문화유산으로의 등록을 앞두고 있습니다. 

나가사키 항구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성지 안내 포스터
나가사키 터미널 한 곳에 마련된 성지순례 안내 비디오 상영공간
나가사키 항구터미널에 다양하게 비치된 일본 교회역사자료와 성지순례 안내자료등


그래서 그런 신자들의 소망과 의견을 고려해, 전체 성소의 방문에 대한 예절이라든지 방문시 주의사항 같은 것들은 표준화된 표지판에 잘 설명되어져 있습니다. 

나가사키 항에 가보면 관광청이 가톨릭유산을 세계적인 유산으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관광유산으로 만들어갈려고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터미널 한쪽 구석 그 시끌벅적한 공간에 조용한 기도의 장소가 만들어져있고 그리고 벽에는 주요 성당과 성소들이 사제와 수녀 그리고 신자들이 참여한 영상이 아름답게 제작되어 보여집니다. 

이렇게 국가단위에서 지자체 그리고 교구가 하나되어 세계인을 모으는 관광유산으로서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과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도 서울의 성지순례코스를 세계적인 순례길로 재정비하고 있고, 제주도의 경우도 올레길의 사례를 직접 보고 체험하면서 스토리와 자연 그리고 신앙이 한데 엮어진 아름다운 순례길을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그동안 살펴본 순례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주요 참고사항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1. 개별콘텐츠로서 스탬프가 아니라 전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디자인과 브랜딩 
2. 대표적인 상징물들을 이미지화하는 예술성
3. 단순히 순례자들에게 찍는 요식행위가 아닌 기타 무궁무진한 상품(또는 성물 및 기념품)으로 활용하기 위한 고려들 
4. 해당 성지의 유지보수를 위한 최소한의 기부와 연계한 모금과 연계한 방법들 
5. 순례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벤트와의 연계 
6. 순례지의 위엄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디자인
7. 각 순례지를 연결하는 스토리텔링과 콘텐츠의 개발 
8. 스탬프를 찍는 장소와 순례지와의 방문의 편의를 연계하는 점 

엄청난 예산과 노력이 들어가는 성지순례지의 하드웨어에 비하면 스탬프라는 작은 요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과 생태계구축이라는 관점에서 스탬프라는 중요한 행위와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순례의 의미나 순례지의 방문 등의 파급효과가 엄청나게 달라지게 됩니다. 

고토섬 제일 윗쪽 섬, 가미고토의 한 호텔에 비치된 성지순례 안내도
한 순례자가 호텔의 성지순례 맵을 보면서, 고토섬 성지순례 스탬프북에 성지를 방문하여 스탬프를 찍는 모습
고토섬 성지순례 안내책자와 5시간 코스를 설명하는 브로슈어

생태계의 관점을 우리의 가톨릭 신자에 한정하는지, 우리 전체 국민 또는 전세계 가톨릭신자로 확대할 것인지 아니면 전세계 한국을 찾는 관광객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기획과 설계 그리고 향후 어떤 노력들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규모와 개념이 달라집니다. 그런면에서 일본의 나가사키현의 유네스코 문화유산등재 노력과 시코쿠의 해외여행객을 유치하는 힐링과 일본문화 그리고 불교가 결합된 트래킹코스로의 컨셉과 그에 맞춘 노력은 참고할 것이 많은 사례입니다. 

이렇게 4편에 걸쳐서 스탬프이야기에서 지속가능한 순례전반의 생태계와 디자인으로 관점을 확대해서 들여다 보았습니다. 이런 작은 노력이 우리가 가진 소중한 신앙역사와 유산 그리고 순교자들의 영성을 한데 묶어 세계적인 순례길로 만들어나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처음부터 읽어보시길 원하시면 1편에서 3편까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마르코성지순례
마르코성지순례 세계여행

마르코 성지순례 : 자신의 영성을 찾는 성지순례. 가고시마,나가사키, 야마구치 등 하비에르성인, 아시아 순례지로 김대건성인,최양업신부의 영성과 발자취를 따라 국내순례를 갑니다. 국내/해외 성지순례 및 제주성지순례 문의는 바오로 010-4239-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