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명 확진에 마스크 대란까지… 피난 생활 탈진한 국민만 불쌍
감염원 차단으로 확진자 47명 ‘진짜 모범’ 대만은 안 보이나
지난 2월 말 이후 코로나 대규모 확진으로 국민은 힘들고 겁나고 화나고 지쳐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코로나 대규모 확진을 업적으로 내세운다. 코로나 검사를 대량으로 신속하게 진행하는 시스템 구축 덕분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최고위원이 "코로나 확진 급증은 국가 체계가 정상 작동했다는 의미"라고 했을 때 튀기 좋아하는 그 동네 사람들의 일탈 발언으로 여겼다. 그게 아니었다. 청와대, 여당, 지지자 사이에서 비슷한 이야기들이 메아리쳤다. 며칠 전 복지부 차관은 대한민국 방역 역량이 '지구상 최고'라고 하더니 복지부 장관은 "우리 코로나 대응이 세계 표준이 될 것"이라고 했고, 대통령은 "한국은 코로나 방역의 모범 사례로 평가될 것"이라고 화룡점정을 찍었다.
11일 오후 현재까지 국민 7755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사망자는 61명으로 메르스 때 39명을 훨씬 넘어섰다. 본인과 가족을 덮쳐 왔을 고통과 슬픔을 헤아리기 힘들다. 그들과 접촉했던 20만명 이상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며 불안과 불편, 스트레스를 겪었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이들을 맞이하고 보살피는 의료진들은 탈진 상태에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전 세계 절반이 넘는 국가가 확진자가 쏟아진 대한민국 국민에게 문을 걸어 잠갔다. 아프리카 섬나라로 신혼여행을 간 부부들은 첫날밤에 창고 같은 시설에 격리됐고, 중국에선 한국 교민이 현관을 각목으로 막고 못질한 집 안에 갇히는 수모를 당했다. 코로나 한파로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은 생존의 경계선에서 신음하고 있다. 국민들은 마스크를 구하려고 추위 속에 몇 시간씩 줄을 서는가 하면,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을 들고 약국을 찾아 헤맨다.
두 달 가까이 코로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재민 신세다. 그런데 집권 세력은 나라 방역을 '지구상 최고' '세계 표준' '모범 사례'라고 자랑한다. "도대체 저 사람들이 제정신인가." 울화가 치민다.
방역(防疫)은 감염원 유입을 막아서 내국인을 보호하는 게 본질이다. 그 조치를 교과서대로 실천한 진짜 모범은 대만이다. 우한이 속한 후베이발 입국 금지는 한국이 2월 4일이었는데 대만은 1월 22일로 열흘 이상 빨랐고, 2월 7일엔 중국 전역과 홍콩, 마카오로부터의 입국까지 모두 막았다. 그 차이가 가져온 결과는 확연하다. 11일 오후 현재 대만 확진자 수(47명)는 한국 사망자 수(61명)보다 적다.
한국은 1월 28일 "중국에 마스크 200만장을 보내겠다"고 했는데 대만은 그보다 나흘 전 마스크 수출 금지 조치를 취했다. 대만 성인은 일주일에 마스크 3개, 어린이는 5개씩을 어렵지 않게 구한다. 대만이 방역 역량 취약으로 투박한 조치를 한 것인가, 아니면 전체 투자 중 43%를 의존하는 대중(對中) 비율이 미미해서인가.
문 정부 사람들은 확진자 급증은 신천지 탓이고, 급증 확진자를 신속 진단한 것은 정부 덕이라고 한다. 참 편리한 정신세계다. 신천지의 독특한 집회 방식이 코로나 확산에 불을 지른 건 맞는다. 그렇다면 문제가 된 2월 16일 대구 신천지 집회 나흘 전 복지부 차관이 "집단 행사를 평소처럼 진행하라"고 권한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
우리나라 코로나 확진 시스템이 뛰어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래서 우리 확진자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풀려진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뛰어난 진단 능력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부수적 고려 사항일 뿐이다. 그것이 확진자 대량 발생이라는 본질적 '불행'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외국에서 한국 방역을 칭찬한다는 것도 문 정부 단골 메뉴다. "한국의 대량 검사 덕분에 코로나 치사율을 제대로 파악했다"는 외신,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자료를 요구한다"는 여당 대표의 자랑이 그런 부류다. 코로나 발원지 중국 통계는 믿을 수 없는데 한국에서 확진자 통계가 쏟아지니 좋은 참고가 된 것이다. 빙상 경기에서 한국이 거센 맞바람을 견디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주니 뒤따르는 국가들이 그 덕을 보며 "생큐" 립서비스를 한 것이다. 7000여 국내 확진자가 국제사회를 위해 코로나 모르모트 역할을 떠맡은 것이 그렇게 뿌듯한가.
지난 7일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시진핑 주석의 전략적인 코로나 방역을 외신이 찬양하고 있다”고 전했다. 8만명이 확진, 3000명이 사망한 중국 코로나 전쟁 결과가 시진핑의 영도력을 입증했다는 거다. 문 대통령의 ‘방역 모범’ 발언은 그 이틀 후에 나왔다. 시·문(習·文) 공동체란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김창균 논설주간 ck-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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