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고발’ 자기 부서에 배당
4일 <한겨레> 확인 결과,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돈봉투 만찬’에 참석했던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지난달 말 대검에 접수된 ‘만찬 참석자 고발 사건’을 넘겨받아, 이를 자신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에 배당했다. 1차장은 소속 검찰청 고소·고발 사건을 배당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고발을 당한 당사자가 해당 고발 사건을 자신이 지휘·감독하는 부서에 넘기며 조사를 지시한 ‘셀프 배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감찰 결과에 따라 이 사건이 ‘수사’로 전환될 경우 피조사자가 사건 수사를 직접 지휘하는 ‘셀프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검찰은 지난달 경찰이 시민단체 고발을 근거로 ‘돈봉투 만찬’ 수사 방침을 밝힌 직후 “검찰에도 개인이 낸 고발장이 접수됐다”고 이례적으로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법조계에선 ‘향후 예상되는 수사를 경찰이 아닌 검찰로 가져오려는 수순’이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셀프 배당’으로 검찰의 수사 및 진상 규명 의지는 더 의심을 받게 됐다.
검사장급인 노 차장은 지난 4월 ‘돈봉투 만찬’ 당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격려금’을 받았던 검찰 간부 가운데 가장 직급이 높다. 그는 ‘돈봉투 만찬’ 직전 국정농단 수사 결과 발표 때 안 전 검찰국장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1천여 차례 통화한 것을 두고도 “통화가 무슨 죄가 되나요?”라고 반문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검찰 내부에서는 노 차장이 공안수사담당인 2차장이나 특수수사담당인 3차장에게 배당을 넘기는 등 휘하 부서를 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뻔한 상황에서 부적절한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차장은 <한겨레>에 “고민을 했지만, 공안사건도 특수사건도 아니어서 고소·고발 사건을 담당하는 조사부에 배당했다”고 해명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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