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워라밸'로 일 줄었다…일용노동자 월근로일 22→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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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14. 오전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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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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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생활의 균형)’ 문화가 확산하며 근무 시간이 줄어두는 추세인 만큼 도시 일용 근로자의 월 가동일수(근로일수)를 기존에 적용한 22일이 아닌 18일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의료과실 이미지. 연합뉴스TV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재판장 이광만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수술 후 후유증이 생긴 A씨(60)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경험칙상 도시일용노동자 월 근로일수 기준인 22일에서 18일로 낮춰 배상액을 산정한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병원 책임을 80%로 제한해 7191만원 상당 금액만 손해배상금으로 인정했다.

A씨는 2014년 무릎연골 부위를 치료하기 위해 서울 소재 B병원에서 무릎관절염 수술 등을 받았다. 수술 후 왼쪽 발 통증이 계속되자 A씨는 다른 대학 병원을 찾았고 병원 측은 ‘구획증후군’ 진단을 내렸다. 팔이나 다리 근육에서 출혈이나 붓기가 발생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또 첫 수술 이후 신경 손상 등 근육 약화로 발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 후유증(족하수)도 얻게 됐다. 이에 A씨는 2017년 B병원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월 근로일수 22일 과하다”
2심 재판부는 손해배상액 범위를 따지기에 앞서 일실수입(사고가 없었다면 미래에 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입) 기준부터 다시 살폈다. 1심에서는 일실수입 산정 기준이 되는 월 근로일수를 쟁점으로 보지 않고 기존에 적용되던 월 22일을 근무일수로 인정해 일실수입 액수를 결정했다. 22일은 한달(30일) 중 주말 날짜 수(8일)를 빼서 산정됐다. 일실수입은 ‘1일 임금×월 가동일수×가동연한’ 을 토대로 계산한다.

워라밸 이미지. [사진 미래의창]

2심은 A씨가 사고 당시 만 53세 여성의 무직자였던 점을 고려해 기존 판례와 같이 도시 일용근로자를 기준으로 일실수입 범위를 따졌다. 재판부는 “고용노동부의 통계 자료에 의하더라도 일반 육체노동을 하는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근로일수 22일은 실제 통계에 비추어 볼 때 과다하다”며 “이보다 적은 근로일수인 18일을 기초로 일실수입이 산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法 “‘사회환경 및 근로조건 바뀌어”
법원이 기준보다 월 근로일수를 낮춰 적용한 건 ‘사회환경 및 근로조건’이 바뀌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월 근로일수 22일의 경험칙이 처음 등장한 1990년대 후반 이후로 2003년 9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주5일 근무로 변경됐다”며 “대체공휴일이 신설되는 등 법정 근로일수는 줄고 공휴일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경제가 선진화되고 레저사업이 발달돼 근로자들도 종전처럼 일과 수입에만 매여 있지 않고 생활의 여유를 즐기려는 추세며 이른바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고 있다”며 “평균수명의 연장 및 고령 경제활동 인구 증가에 따라 가동연한이 만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난 반면 일과 삶의 균형 추세에 따라 월 근로일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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