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구글 '원클릭'에 정보 빼가는데…네이버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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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04. 오전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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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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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 시대 전세계가 빠르게 혁신기술 경쟁에 열을 올리는 사이 국내 ICT(정보통신기술)업계는 크고 작은 역차별에 신음하고 있다. 개인정보 데이터 활용부터 세금, 망이용료까지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들이 각종 규제와 차별로 더 사업하기 힘들다는 호소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출발선' 마저 달라 글로벌 기업에 비해 불리한 경쟁환경에 놓여있는 ICT 업계 현실과 대안을 짚어봤다.

[[ICT 기울어진 운동장]①해외업체 데이터 수집·활용 전방위…국내기업은 규제에 발목]

‘모빌리티 혁신의 성지’로 불리는 핀란드. 길찾기부터 택시·버스·자전거 등 교통수단 추천·결제까지 이동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 ‘휨(Whim)’에서 간단히 해결한다. 스마트 모빌리티의 대표 사례다. 국내 기업도 이같은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까. 나오더라도 생존이 어렵다고 업계는 푸념한다.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으로 길을 찾고 바로 다른 서비스의 택시를 부르거나 자전거를 대여하려면 위치정보, 제3자 동의 등 별도의 동의 절차를 여러 번 거쳐야 한다. 제한된 데이터에 묶여 기업은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하기 어렵고, 이용자는 접근 단계가 많고 복잡하다며 서비스를 외면한다.

◇구글·페북은 '원클릭'…네이버·카카오는 '첩첩산중'=국내 인터넷기업들이 각종 데이터 규제로 글로벌 혁신 서비스 경쟁에 뒤처진다는 우려가 크다.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쌀’이라 불릴 정도로 AI(인공지능) 등 기술개발의 필수 원료로 꼽힌다. 하지만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인터넷업체들이 검색, 지도, 동영상, 광고, 이메일 등의 플랫폼과 서비스를 통해 국내 데이터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할 때 국내 업체들은 필수정보조차 모을 수 없다.

단 한번의 이용자 동의만으로 받을 수 있는 항목을 따져보면 구글, 페이스북은 50여개에 달하지만 네이버, 카카오는 12개~18개 수준에 그친다. 구글의 경우 서비스 약관, 위치정보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 방침을 모두 포함해 필수·선택 구분 없이 ‘포괄동의’를 받는다. 이메일, 성별, 지역 등 기본 정보는 물론 결제 정보, 제3자 제공 동의(광고주·파트너)가 포함된다. 포괄동의를 안하면 회원가입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구조다. 이용자가 세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있다 해도 △웹·앱 활동 △개인 맞춤 광고 △유튜브 검색·시청 기록 제공이 ‘동의’에 기본 체크돼 있다. 이용자가 애써 ‘동의’ 표시를 해제하지 않는 한 관련 정보가 모두 구글에 자동 제공된다.

반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은 필수·선택 항목 단계별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선택 항목은 디폴트(기본값)가 동의 해제돼 있어 이용자가 일일이 ‘동의’ 버튼을 눌러야 회사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이 같은 국내외 기업의 동의절차 차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온라인 개인정보 처리 가이드라인’ 등 개인정보 관련 규정 때문이다. 규정은 개인정보 ‘최소 수집 원칙’ 및 ‘목적별·항목별 동의’를 명시하고 있다. 서비스 제공을 위해 꼭 필요한 ‘필수동의 항목’ 범위를 최소화하고 그 외는 모두 개별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전 수집도 제한하고, 이미 수집한 정보라도 처리 목적이 달라지면 또다시 명시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서비스를 출시할 때는 포괄 동의와 사후 처리 거부가 기본인 ‘옵트아웃(opt-out)’ 방식이 훨씬 유리하다”며 “데이터가 또 다른 데이터와 결합해 각종 맞춤형 서비스를 낳는 빅데이터 시대에 국내외 사업자가 다른 규제를 받는 것은 경쟁력 격차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골든타임 놓칠라…"포괄동의로 정보활용 높여야"=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도 사후 규제를 강화하는 조건으로 개인 정보 수집 시 규제를 글로벌 기업들과 동등한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야 기업의 데이터 활용 경쟁력을 키우고 자율적인 보안 수준을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회에서도 이같은 규제 완화를 위한 개정안들이 입안돼 있지만 정치 이슈에 밀려 장기간 계류 중이다. 최근 개최된 굿인터넷클럽 토론회에서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전동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정보 주체가 동의한 개인정보에 접근하고 사후 거부할 수 있는 등 적극적으로 정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제대로 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라고 말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지키느라 필수·선택동의를 구분해 정보를 수집하는 국내 기업들과 포괄적 동의를 선택하는 페이스북·구글 등과의 역차별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며 “정부가 개인정보 관리를 제대로 한다고 판단한 기업을 인증해 포괄동의를 허용하고, 규범 또한 국제적 수준에 부합되게끔 만들어야 해외 기업에도 이를 준수하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미선 기자 ri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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