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부터 양자컴퓨터까지
정보의 ‘빅히스토리’ 엮어내
제임스 글릭 지음, 박래선·김태훈 옮김/동아시아·2만5000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우리에게 말한다. “바벨의 도서관(그가 1914년에 쓴 단편 제목)이 모든 책을 소장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첫 느낌은 주체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 모든 개인적이거나 세계적인 문제의 명확한 해결책은 도서관에 있는 육각형 진열실들 중 어딘가에 있었다. 우주는 해명되었다.” 그러고는 비탄이 찾아왔다. 찾을 수 없는 귀중한 책들이 무슨 소용인가? 박제된 완벽함 안에서의 완전한 지식이 무슨 소용인가?
<카오스> 등 교양과학서 베스트셀러 작가 제임스 글릭이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 2011) 마지막에 쓴 이 구절은 “손가락만 까딱하면” 구글, 위키피디아, 유튜브, 전국 디엔에이(DNA) 데이터베이스 등에서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게 된” 세상에 살게 됐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진짜 무엇을 아는지 회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글릭은 정보의 역사와 이론을 풍성하게 통섭적으로 풀어놓은 이 책에서 끝까지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
<인포메이션>은 섀넌을 앞세워 이야기를 끌어간다. 1948년 벨연구소가 전자공학에 혁명을 일으킨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해에 벨연구소가 내놓은 최고의 걸작은 수학부서 연구원 섀넌의 ‘통신의 수학적 이론’이라는 논문이었다. 글릭은 “이 논문을 중심으로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썼다. ‘정보이론의 아버지’라 불린 섀넌은 조지 불의 논리대수(불 대수)를 전기회로로 구현한 디지털 회로 이론을 창시했다. 정보 측정의 기본단위인 ‘비트’(bit)도 당시 32살의 섀넌이 혼자 만들었다.
전화사용의 일반화는 전기와 전파의 정체를 규명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의 전자기방정식 이후에야 가능했다. 1860년대에 맥스웰은 전자파와 자기장, 그리고 빛 자체가 모두 단일한 힘의 발현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다비드 힐베르트, 앨런 튜링, 쿠르트 괴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사이버네틱스의 창시자 노버트 위너, 엔트로피 개념을 도입한 루돌프 클라우지우스, 계산기 에니그마와 에니악, 다시 조지 밀러와 섀넌의 정보 엔트로피 개념을 거쳐 ‘디지털 정보통신’이 등장한다.
결국 생명 자체가 정보요 우주 진화의 주인이 정보란 말인가. 지식철학자 프레드 드레츠키는 말했다. “태초에 정보가 있었다. 말씀은 나중에 왔다.” 물리학자 존 아치볼드 휠러는 이를 일러 “비트에서 존재로”라고 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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