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스코어’로 밀린 이낙연… ‘의원직 사퇴’로 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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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9.09. 오전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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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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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향후 경선 구도 파장 촉각

충청 참패에 수세… 호남서 승부수
“당 후보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은가”
이재명 ‘욕설 논란’ 등 겨냥 공세 모드

캠프측 “후보의 결기 보여주는 것”
추미애 캠프 “무책임한 결정” 지적
실제 의원직 사퇴 통과 여부 미지수


텃밭서 결의 다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오른쪽)가 8일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광주=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가 8일 국회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충청 순회 경선에서 참패한 이낙연 후보는 이날 자신의 고향인 호남에 내려가 의원직을 내려놓으면서 배수진을 쳤다. 이날부터 시작한 1차 일반 국민 선거인단 투표와 25∼26일 호남 경선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여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낙연 후보는 이날 광주광역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저는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 재창출에 나서기로 결심했다”며 “임기 4년의 21대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주신 서울 종로구민들께는 한없이 죄송하다. 그러나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주의와 민주당과 대한민국과 호남 그리고 서울 종로에 제가 진 빚을 갚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사퇴서를 곧 제출할 것이고, 국회가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후보 측 핵심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후보의 결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정치적 스승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찾은 것도 정치생명 마지막 명운을 걸기 위해 보고를 하는 차원의 행보였다고 한다. 또 다른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 쪽 호남 조직에선 충청 결과를 보고 충격이 꽤 컸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동정론도 일어나고 있다”며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뛰고 있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5선 현역인 이낙연 후보는 의원직 신분을 유지하면서 대선을 치를 수 있지만, 초반부터 이재명 후보에게 ‘더블 스코어’로 밀리는 등 수세에 몰리자 의원직 사퇴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이낙연 후보의 배수진 전략은 이재명 후보를 향한 압박의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후보가 현직 경기지사직을 유지하며 전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 ‘지사 찬스’를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여권 내부에서도 나오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 측에서는 “이낙연 후보도 현직 의원 신분인데 왜 지사직만 내려놓으라고 하느냐”라고 대응한 바 있다. 다만 이낙연 후보는 이날 사퇴 선언 뒤 방송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사직 유지에 대해 “그분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며 “이래라저래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7일 대구 수성구 TBC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 토론회에 앞서 이낙연 후보와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후보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가. 민주당과 보수 야당이 도덕성에서 공격과 방어가 역전되는 기막힌 현실도 괜찮은가”라며 “우리는 5·18 영령 앞에 민주당의 가치를 지키며 희생하고 헌신했던 선배 당원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에 합당한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고 웅변했다.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욕설 논란’ 등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후보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당 안팎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통화에서 “현역 프리미엄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기득권을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쟁 상대인 추미애 후보 캠프에서는 “제대로 된 개혁을 하라고 180석 민주당을 만들어주신 국민의 뜻을 저버린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친여 성향 커뮤니티에서도 “만약 보궐선거에서 종로 지역구를 빼앗기면 의석수가 줄어드는 것인데 당에 도움이 안 되는 선택”이라는 지적이 쇄도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8일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당에서 사퇴를 만류할 수도 있어 실제 사퇴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김두관 후보와의 만찬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깜짝 놀랐다. 결의와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의원직 사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이낙연 후보를 만나본 뒤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낙연 후보 의지가 강해서 오는 13일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사퇴 표결과 함께 처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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