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김경희 PD "대본도 쓰며 연출, 숨은 복선 찾아가며 봐준 시청자에게 감사" [단독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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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4.29. 오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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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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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 드라마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이 28일 종영했다. 완벽한 인생을 꿈꾸며 1년 전으로 돌아간 순간, 더 알 수 없는 운명에 갇혀 버린 자들의 미스터리 생존 게임을 다룬 드라마로 매회 놀라운 반전 엔딩을 선보이며 마니아 팬층을 확보했던 작품이었다. 24부작의 짧은 회차였지만 '시간 순삭'이라는 수식어가 딱 들어 맞게 미스테리하고 판타지적인 소재, 주조연 가릴 것 없는 촘촘한 연기, 밀도 있는 스토리와 빠른 전개로 "진짜 좋은 드라마였다" "아직도 엔딩에 산다" "작가 진짜 천재다" "처음부터 다시보자" 등 호평 속에 종영했다. 연출을 했던 김경희 PD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봤다.


Q. 방송 너무 재미있게 잘 봤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MBC월화극이었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 작품이었다. 끝까지 반전이 이어졌고, 마지막회 까지도 팽팽한 긴장감 속에 엔딩을 지켜보았다. 엔딩이 흐지부지 하지 않고 굉장히 알차서 더 좋았던 작품이다.


A. 감사하다. 마지막회 최종고가 일요일에 나왔었다. 12부에서 풀어줘야 할 것도 많고 설명할게 많았는데 잘 하고 싶은 욕심에 디테일한 걸 설정하다 보니 일요일 오전까지 대본을 썼고, 마지막 파일을 어제 9시 십 몇분에서야 넘길 수 있었다. 공동연출이 많이 도와줬다.

Q. 원작이 있는 작품이었는데 작가들과의 대본 작업은 어떻게 하셨나?

A. 2018년에 회사로 부터 원작을 제안 받았는데 타임 슬립물에 너무 질리기도 했고, 서사적으로 완벽하지 않아서 대충 보다가 로그라인 정도의 컨셉이 와 닿아서 하게 되었다. 그해 9월부터 작가들과 함께 기획, 대본작업을 같이 했다.


Q. 감독님이 직접 대본까지 쓰셨다는 건가? 작가와 연출을 병행하는 분들은 흔치 않은데?


A. 예전에 단막극 '그라운드 제로'도 직접 쓰고 연출했었다. 이번 작품도 포털에는 제 이름이 없지만 본방 크레딧에 필명 '김갱'이라고 이름이 올라가 있고, 마지막 대본까지 같이 썼다. 대본 작업에 연출까지 1년 반 정도를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이 작품에 매달려 있다보니 지금 몸이 거의 너덜너덜 해졌다. (웃음) 마지막회쯤 가서는 대본도 써야 하고 촬영도 해야 해서 며칠 동안 집에도 못 가고 세트장에서 밤을 새며 작업했다.

Q. 흔치 않은 케이스이고 대단하시다.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셨으니, 그래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그렇게 쥐락펴락 하신 건가?

A. 대단한 계몽적이거나 교훈을 주고, 인생에 어떤 가르침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게 아니라 처음에는 시청자와 재미있는 게임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시청자들이 함께 참여해서 추리하고 의견 내고, 마지막에 '한판 재미있게 놀았다'는 생각이 드는 드라마로 만들고자 방향을 잡았고, 그래서 반전도 많아지고 시청자와 줄다리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드릴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최대한 느슨하지 않게 끄는 매력을 가져가려 했고, 게임에 함께 참여하는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었다고 느끼지 않으셨을까 싶다.

Q. 보통 드라마들이 처음 대본대로 가지 않고 방송하면서 시청자 반응을 보면서 엔딩을 바꾸거나 하는데 '365'는 어땠나?

A. 작년 10월쯤 스토리라인을 정했었고 엔딩을 결정해놨었다. 엔딩은 하나도 변한게 없어서 중간에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중간중간 사건의 흐름이나 디테일들은 처음 생각한 것에서 조금씩 다르게 갔다.


Q. '365'의 로케이션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저런 공간이 실제로 있나 싶은 비현실적인 공간이어서 '리셋'이라는 설정에 더 힘이 실렸던 것 같다.


A. 리셋로드나 지안원 등의 장소를 찾는데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리셋로드는 김제쪽의 장소인데 그래픽이 추가 되어서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졌고, 지안원을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판타지를 충족시켜 줘야 하는 공간이어서 우리나라에서 독특하다는 장소나 건물은 거의 다 찾아봤다. 마음에 드는 장소는 촬영 허가가 안 되기도 하던 중 작년 10월 말에 완공을 한 지금의 지안원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그때 막 완공이 되어서 다른 드라마에도 오픈이 안 되었고, 촬영 허가도 해 주셔서 운 좋게 촬영 할 수 있었다. 제가 생각한 지안원의 컨셉은 물이었는데 희한하게 지안원의 야외 공간에도 물이 늘 차 있는 장소였고, 대본을 쓸때 지안원의 야외 공간에 큰 모래 시계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나무 모양인데 물에 비추면 모래시계 처럼 삼각형과 역삼각형으로 보이기도 해서 컨셉에 딱 들어 맞는 장소였다.


Q. 지안원 내부는 어디까지가 실제였나?


A. 지안원 내부는 모두 세트였다. 내부의 세트는 일찌감치 물을 컨셉으로 잡아서 물을 이용한 조명, 물이 보이는 인테리어, 물결 같은 걸 보여주는 세트를 만들었다. 물이라는 컨셉이 돌고 도는 순환의 느낌이 들어서 설정한 것이다.

Q. 지안원을 통해 판타지적인 이미지도 충분히 보여줬지만 액션이나 특히 호송차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대비되는 느낌이었다.

A. 호송차 장면은 사실은 NG였다. 버스가 도로쪽으로 굴렀어야 했는데 인도쪽으로 구르는 바람에 가로수와 가로등이 넘어 지면서 상당한 금액을 촬영장소 제공해준 지자체에 배상을 해줘야 하는 입장이다. 두번 찍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차량이나 모든 것들이 엔지여서 조금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오토바이 때문에 사고가 나는게 민망한 장면이긴 했는데 드라마적으로 허용해 주시겠지 하는 마음이다. (웃음)


Q. 신가현(남지현 분)이 죽음으로서 운명을 바꾸는 장면도 인상적이었고, 지형주(이준혁 분)와 다시 재회하는 엔딩 장면은 정말 좋았다. 가현이 형주를 구하는 설정이나. 그런 가현의 희생으로 인해 형주가 다시 리셋을 결심하고 응징하는 모습이 핵사이다였다.


A. 엔딩은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썼다. 우리 드라마에서 가현이를 주체적인 캐릭터로 만들려고 처음부터 많이 공 들였었다. 상황에 끌려가는 연약한 캐릭터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인물로 만들었고, 남자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희생하고 결국 구해내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그런 부분도 관심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Q. 연출자로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어떤 것인가?

A. 씬 전환에서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다. 우리 드라마가 인물도 많고 사건도 복잡한데 다음 씬으로 넘어 갈 때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따라 갈 수 있도록 하려고 효과라던지 컷 들에 신경을 썼다. 초반에는 CG나 현장의 오브제를 사용하면서 컷 전환을 할 때 재봉선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려고 했다. 그 외에 드라마 속에서는 우리 드라마는 2개의 대비되는 구조가 있다. 판타지를 담당하는 장소, 공간, 인물이 있고 리얼리티를 담당하는 장소, 공간, 인물이 있었다. 주인공들이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겹치며 오가는데 두 구조가 대비될수 있도록 했다. 판타지를 대표하는 인물인 이신, 지안원, 리세터들의 상징적인 공간은 신비하고 판타지적인 요소를 살릴 수 있는 콘티, 조명을 많이 썼고 리세터를 전혀 모르는 현실 공간, 경찰서로 상징되는 현실은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려 생활감이 있는 공간으로 보이려고 했다.


Q. 작가로서는 어떤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셨나?


A. 초반부터 꾸준히 복선을 깔아 놨었다. 시청자들이 그것들을 많이 찾아 내시고, 맞춰가는 재미를 느끼시길 바랬고, 이야기를 보다가 궁금해서 앞 이야기를 다시 찾아보기를 노리고 알든 모르든 힌트들을 많이 넣었다. 예를 들어 3회에 선호가 형주에게 "내가 널 죽일지 살릴지 고민이다"라는 말을 하는 장면도 끝까지 보신 뒤에 다시 보시면 새롭게 보일 장면이고, 6~7회 쯤에 노섭이 지안원의 이신을 찾아가는데 다른 사람들과 달리 혼자서만 원장실로 찾아간다. 그런 식으로 한 장면이지만 나름의 복선을 심어 놓은 장면들이 회차마다 있다.

Q. 맞다, 이야기를 듣고 다시 생각해 보니 소름 돋는 복선이었다. 다시 정주행을 해야겠다. 시청자와 즐거운 게임을 하고 싶으셨다고 초반에 이야기 하셨지만 작품을 끝내고 나니 이 작품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었나?

A. 우리 드라마에 출연한 인물들이 주연부터 조연까지 빼놓지 않고 모두가 반전을 선사했다. 좋은 인물 같은데 끔찍한 나쁜 짓도 하고, 험악하게 생겨 나쁜 인물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면 좋은 의도를 가진 인물이기도 한 그런 반전 사연들을 보여주었다. 의도 했던 건 아닌데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스토리가 이렇게 흘러갔고, 그래서 지나고 보니까 사람은 원래 선도 없고 악도 없는 존재인데 그때 그때의 욕망과 상황 때문에 다양한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았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남기고 싶었나?'라는 생각을 지금에서야 해 본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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