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룸 아파트에 5인 가구 당첨, 어떻게? 29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청약 접수를 받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프레지던스자이(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초소형 평면인 전용 39㎡에 가점 74점이 당첨됐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되는 민영주택의 경우, 전용 85㎡ 이하는 100% 가점제로 당첨자를 가린다. 무주택기간, 청약통장 가입기간, 부양가족 수 등을 점수화(84점 만점)해서 점수가 높은 순으로 당첨되도록 한 제도다. 74점을 받으려면 무주택기간(32점), 입주자저축가입기간(17점)이 만점이라고 해도 부양가족수가 4명(25점)은 돼야 한다. 세대주를 포함하면 가구 구성원 수가 5명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이 5인 가구가 당첨된 전용 39㎡에 실거주할 수 있느냐다. 1인 가구 최소 주거면적 기준이 14㎡라는 점을 고려하면 5인 가구가 살기에는 턱없이 좁다. GS건설이 공개한 전용 39㎡ 평면도를 보면 작은 거실과 침실 1개, 욕실 1개로 이뤄진 구조다. 일명 '1.5룸'으로 불리는 평면이다. 통상 1~2인 가구나 아이가 어린 신혼부부들이 주 수요층이다.
그러나 이 주택형은 앞서 진행된 다자녀 특별공급에서도 5가구 모집에 133가구가 지원해 2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자녀 가구 특별공급은 3명 이상 자녀를 둔 무주택 세대만 지원 가능하다. 부부 2명을 합치면 역시 5인 가구인 셈이다.
실거주 아닌 투자 목적 청약..."획일적 가점제가 부른 부작용"
이들 대부분이 실거주보다는 투자를 계획하고 청약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 단지는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주변 시세 (3.3㎡ 당 8500만원)의 반값 수준인 3.3㎡당 4750만원에 분양해 당첨 시 수억원대 차익이 예상됐다. 그 중에서도 전용 39㎡는 유일하게 총 분양가가 9억원을 넘지 않아 중도금 대출도 가능하다. 분양소장은 "5인 가구가 직접 거주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임대를 놓거나 추후 매도해 차익을 보려고 청약한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업계는 획일적 제도의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 못한 채 획일적으로 제도를 적용하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직접 들어가서 살 수 있는 1~2인 가구나 신혼부부에게 당첨의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가점제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이같은 부작용은 오는 3월 분양이 예정된 강동구 '둔촌주공'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 이 단지도 전용 29~49㎡의 초소형 면적 2000여 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청약 당첨자가 당첨된 집을 임대 놓고 다른 집에 전세로 산다면 '갭투자'와 다를 게 없다"며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해 도입한 가점제가 '갭투자'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의무거주 법률은 국회 상임위 문턱도 못 넘어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의무 거주기간을 부여하는 법안이 지난해 발의됐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한 상태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발의한 이 법안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 입주자에게 5년 이내의 거주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어길 경우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청약 당첨자가 반드시 실거주해야 하므로 이같은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4월 이전에 분양하는 아파트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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