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벤틀리 컨티넨탈 GT 프로토타입 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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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8. 11:0610,311 읽음

신형 컨티넨탈 GT가 훨씬 스포티하게 변할 예정이다. 어떤 변화가 있는지 미리 확인해봤다

글 · 아담 타울러(Adam Towler)

익숙한 실루엣이다. 커다란 W12 엔진이 공회전 상태에서 귀족처럼 우아한 소리를 내는 점도 여전하다. 그렇지만 주행감은 그동안 벤틀리가 선보인 차들과 달랐다. 현재의 컨티넨탈 GT가 처음 나온 지도 어느덧 14년이 흘렀다. 2003년에 나온 무뚝뚝한 쿠페와 비교하면 그동안 기계적으로 훨씬 발전하기는 했다. 하지만 폭스바겐 페이톤 섀시를 다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물리학이 알려준다. 새로운 컨티넨탈 GT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짐승으로 거듭났다. 

신형 컨티넨탈 GT는 폭스바겐그룹의 MSB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신형 포르쉐 파나메라도 같은 플랫폼을 쓴다. 컨티넨탈 GT는 파나메라의 긴 휠베이스에서 200mm를 잘라냈다. 벤틀리 기술진은 개발 초기부터 포르쉐 기술진과 머리를 맞댔다. 벤틀리는 포르쉐에서 PDK 변속기와 네바퀴굴림 장치를 가져왔다. 또 특정 부분의 강성을 높이는 파나메라의 차체 기술도 받아들였다. 벤틀리 자체적으로는 포르쉐 수준의 노면 소음과 미세 조정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새 플랫폼은 이전보다 훨씬 견고하고 강하며 가벼워졌다. 또한 훨씬 더 쿠페다워지기도 했다. 크기는 많이 변하지 않았지만 앞바퀴를 앞쪽으로 상당히 빼고 엔진을 뒤쪽으로 밀었다. 벨트라인은 위로 올렸다. 아직 개발 중이라 현재 모델과 비슷한 모습으로 위장했다. 훨씬 날렵하고 스포티하게 바뀐 본모습을 투박한 위장막으로 감췄다. 몸무게를 100kg가량 뺐고 무게 배분도 뚜렷이 개선했다. 신형 컨티넨탈 GT의 앞뒤 무게 비율은 52:48(구형은 56:44). 여전히 무게는 2톤이 넘는다. 벤틀리는 무게를 줄이려고 고급 장치나 자재를 아끼지는 않았다. 

컨티넨탈 GT 라인업의 핵심은 이전처럼 W12 엔진이 담당한다. 기본적으로 벤테이가에 얹은 것과 같지만 대폭 튜닝을 거쳤다. 아직 공식적인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최고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91.8kg·m 정도의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포르쉐의 최신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엔진에 연결했다. 현재 컨티넨탈 GT는 토크 분배가 앞뒤 60:40으로 고정된 낡은 토센 디퍼렌셜을 쓴다. 신형은 포르쉐의 전자제어 클러치를 달았다. 거의 항상 100% 뒷바퀴를 굴리고 슬립이 감지될 때만 앞바퀴로 동력을 보낸다. 

벤틀리는 다면적인 특성을 지닌 고급 GT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앵글시 서킷에서 무모할 정도로 담금질하며 광범위한 결과를 얻었고, 그 전에는 몇 개월에 걸쳐 남아프리카 북부 지역을 횡단하며 승차감을 조율했다. 지금껏 벤틀리 배지를 단 자동차를 이런 식으로 만든 적이 없다. 

문을 열자마자 좋은 소식이 기다린다. 운전석 위치는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스티어링휠은 운전자에 보다 가까워졌고, 앞유리를 통해 보는 시야는 고전적인 대형 GT 스타일이다.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프로토타입이므로 만듦새에 대해 말하기는 이르다. 지금은 밝힐 수 없지만 최종 시판차는 놀라운 특징들로 가득한 황홀한 실내를 보여줄 것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비롯한 전자장치도 완전히 새로워졌다. 파나메라에서 가져온 12.3인치 와이드스크린은 벤틀리에 어울리게 다시 만들었다. 

전통주의자들은 센터콘솔에 조금 남아 있는 버튼을 보며 안심할 것이다. 랄프 프리치 벤틀리 엔지니어링 부문 이사는 자동차를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의 생각이 주행 모드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행 모드는 모두 3가지다. 벤틀리다운 일상 주행에 어울리는 컴포트 모드가 표준이고, 그 밖에 스포츠 모드와 맞춤형 설정인 인디비주얼 모드로 나뉜다. 스티어링 설정은 주행 모드에 상관없이 1가지만 있다. 

프리치 이사는 “스티어링휠은 운전자와 자동차가 접촉하는 주요 지점”이라며 evo에게 설파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스티어링 모드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매우 정확한 센터 감각을 원했고, 어느 쪽으로 돌리든 일정하고 자연스러운 작동감도 중시했습니다.” 

프리치 이사가 추구한 스티어링이 어떤 느낌인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스티어링은 정확하고 특별히 무겁지 않다. 운전자가 믿음을 가질 만한 적당한 무게감이다. 또 다른 비밀 무기로는 벤테이가에도 달린 48V 액티브 안티롤바다. 전자기계식 롤바는 스프링과 댐퍼와는 별개로 차체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신형 컨티넨탈 GT는 서킷에서 완벽한 느낌이다. 벤틀리의 100만km 주행시험 프로그램에는 뉘르부르크링 주행도 포함된다. 프리치 이사는 현재의 컨티넨탈 GT는 브레이크가 쉽게 과열돼 뉘르부르크링을 제대로 달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반면, 신형 컨티넨탈 GT에 달린 주철 디스크는 서킷에서 몰아붙여도 문제가 없었다. 또한 처음으로 W12 엔진에서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시판차는 지금보다 소리를 줄일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엔진은 거칠게 울부짖었고 스로틀 반응은 날카로웠다. 그리고 가속력이 엄청났다. 

엔진뿐 아니라 차가 전체적으로 빠릿빠릿한 반응을 보였다. 현재 컨티넨탈 GT는 코너에서 속도를 몽땅 까먹는다. 다시 가속페달을 밟으려면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신형은 날쌔다. 제동하면서 방향을 바꾸고, 스로틀을 조절하며 주행 라인을 그려나간다. 코너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고 변속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코너를 빠져나갈 때는 재분배되는 토크가 느껴진다. 

프리치 이사는 고급스러움은 유지하되 성능의 한계는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번 맛보기 시승을 마친 내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신형 컨티넨탈 GT는 대단히 흥미진진하다. 벤틀리에 있어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evo는 완성된 시판차를 도로에서 몰아보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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