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런틴’…뉴욕 유학생 부부의 코로나19 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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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06. 오후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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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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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제(필명)씨는 지난 4월 27일 미국 뉴욕을 떠나던 순간을 “초현실적”이었다고 회상한다. 당시 JFK 공항 1터미널로 향하던 비행기는 모두 취소되고, 그나마 도착 예정이었던 세 편 중 두 편도 취소됐다. 김씨는 남편과 함께 유일하게 1터미널에 도착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귀국할 수 있었다.

‘쿼런틴’(마음의숲)은 김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전후 뉴욕 생활을 기록한 책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일상의 평온함이 한순간에 공포로 뒤바뀌는 과정을 들려준다. 또 이방인으로 겪은 미국 사회에 대한 관찰기이기도 하다. 남편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에 시달렸지만 검사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미국 내 의료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지난 3일 국민일보와 전화 통화한 김씨는 “미국의 경우 지금은 검사량이 많지만 코로나19 초반에는 연방 정부 차원에서 제때 대처하지 못해 검사를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남편은 3월말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겪었지만 병원 방문조차 여의치 않았다. 수소문 끝에 한인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고, 의사 소견대로 증상이 가라앉은 지 2주 후에야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귀국 후 인천공항에서 받은 검사에서 남편은 결국 양성 판정을 받았다.
김어제(필명)씨 사진/본인 제공


책은 질병에 대한 공포가 인종 차별 같은 폭력으로 표출되는 상황도 꼬집는다. 미국에선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동양인에 대한 공격이 잇따랐다. 마스크를 썼을 때는 썼다는 이유로, 쓰지 않았을 때는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격의 대상이 됐던 상황을 기록했다. 김씨는 “뉴욕에선 1번 환자가 나오기 전부터 동양인이라면 구별하지 않고 차별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집 밖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식재료 등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했던 상황과 ‘패닉 바잉’으로 물품이 모자랐던 마트 풍경도 담았다.

김씨는 귀국 당시 지켜봤던 국내 의료진의 헌신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입국 시 절차는 기본적으로 세팅이 잘 돼있었지만 운영하시는 분들은 많이 지쳐 보였다”며 “하루 종일 방호복을 입고 있는 그분들의 노고가 좀더 잘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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