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서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진…국내 방역도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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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17. 오후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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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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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한 돼지 농장 5마리 고열 폐사
2700여마리 예방적 살처분 하기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경기 파주시 한 돼지 농장을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로 확진했다고 밝히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백신이 없는 치사율 100%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발생했다. 중국,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이어 한국도 축산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오전 6시30분 경기 파주시 한 돼지 농장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로 확진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자료를 보면, 해당 농장은 파주시 연다산동에서 2450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이며, 추석 연휴 기간인 2~3일 전 사료를 제대로 먹지 않는 5마리의 어미 돼지가 고열로 폐사하자 농장주는 지난 16일 오후 6시께 방역 당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를 했다. 신고 직후 경기도 위생시험소 가축방역관이 출동해 시료를 채취,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정밀검사한 결과 폐사한 5마리 가운데 2마리를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으로 확정한 것이다. 해당 농장은 지난 6월 접경지역 14개 시군에 대한 일제조사 때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농식품부는 해당 농장과, 농장주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 2곳의 돼지 3950마리에 대해 시료 채취 뒤 예방적 살처분을 하기로 했다. 살처분은 이날 중 마무리된다. 또 해당 농장 출입을 통제하고 인근 15곳에 통제 초소를 설치, 거점(16개) 소독도 진행했다. 해당 농장 인근 3㎞ 이내엔 돼지 농장이 없지만 3~10㎞ 거리에는 19개 농장에서 1만8380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발병 농장주 가족이 운영하는 다른 돼지 농장 2곳은 발병 농장과 20㎞가량 떨어져 있는데, 이들 농장 인근 3㎞ 내엔 20곳의 돼지 농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이들 농장에 대해서도 정밀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발생 원인은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농식품부 확인 결과 해당 농장은 어미 돼지에게서 새끼 돼지를 얻는 번식 농가로 각 분만사를 별도로 분리해놓은, 비교적 시설이 잘 갖춰진 농장이다. 창문이 없이 밀폐돼 있고 남은 음식물을 사료로 쓰지도 않았다. 야생 멧돼지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한 울타리가 쳐져 있고, 농장을 관리하는 농장주 등 5명은 올해 들어 국외 여행을 간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친척 등이 오고 간 상황에 대해선 확인하고 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17일) 아침부터 역학조사반을 투입해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앞으로 확산을 방지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 이른 시일 안에 파악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세종시 세종호수공원 주차장에서 열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가상방역훈련’에서 가축방역관이 간이 검사와 시료 채취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식품부는 발병 확정 직후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단계로 격상했다. 오는 19일 오전 6시30분까지 전국 6309곳 돼지 농장과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 등에 대해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도 발령했다. 농식품부는 확진 이후 일주일가량이 가장 위험한 시기로 보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잠복기는 4~21일이며, 대부분 4~7일 사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으로,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제외한 돼지과(Suidae) 동물에만 감염된다. 감염된 돼지나 돼지의 고기 등 사체와의 접촉, 오염된 남은 음식물을 돼지가 먹는 경우 전염되며,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병에 걸린 돼지는 고열(40.5~42℃)과 식욕부진, 기립불능, 구토, 피부 출혈 등의 증상을 보이다 10일 이내에 폐사한다. 발생 즉시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보고해야 한다.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다.

이 병은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이후 베트남(올 2월), 라오스(6월) 등으로 확산하며 아시아 전체로 번지는 중이다. 북한에서도 최근 발생 사실이 보고된 바 있다. 재발 위험도 있어 중국에선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 80%가 돼지를 다시 키우는 것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 민간연구소는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입될 경우 약 1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며, 최소 100만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고, 상황이 마무리되기까지 적어도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박기용 최예린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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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직업기자였습니다. 과학과 기후변화를 주로 다룹니다. 인류 절멸사의 초기과정을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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