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툰’ 시즌2로 정보통 가족 컴백

입력
기사원문
서정민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시즌2 1권 낸 홍승우·장익준 인터뷰]

8년 만이다
“가족에서 벗어나려” 떠났으나
늘 “자꾸 생각났다”

장익준 작가와 만나 의기투합
“이 사람과 함께라면
새로운 얘기 할 수 있겠다”

이번엔 정보통 가족 말고도
수많은 가족 등장
다운이 중학생, 겨운이 초등생

“재미나게 살아가는 모습 담아
사람들에게 희망 주고 싶다”
<비빔툰>의 정보통 가족. 트로이목마 제공
“정보통 가족, 언젠가 돌아올게요.”

만화 <비빔툰>의 홍승우 작가가 2011년 끝자락에 한 인터뷰 기사 제목이다. 1998년 <한겨레>가 발간한 생활정보신문 <한겨레리빙>에 만화 <정보통 사람들>을 연재하면서 정보통 가족은 탄생했다. 그리고 이듬해 <한겨레>에 연재를 시작한 <비빔툰>으로 이사했다. 아들 다운이와 딸 겨운이까지 네 식구가 된 정보통 가족은 14년간 독자들을 웃기고 울리더니 2012년 단행본 9권을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정보통 가족이 8년 만에 돌아왔다. <비빔툰 시즌2 1권-우리는 가족으로 살기로 했다>(트로이목마 펴냄)가 1일 발간됐다. 최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홍 작가는 “9년 전 마지막 인터뷰를 했던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이번에 다시 받으면서 뭉클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보통 가족의 컴백은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반가움을 넘어 뭉클함으로 다가오는 사건이라 할 만하다.

홍 작가가 <비빔툰>을 그만둔 건 자신의 실제 가족 이야기를 그린 데서 오는 고충 때문이었다. 만화 속 다운이와 겨운이는 실제 아들·딸과 나이까지 같았다. “아침에 눈뜨면 아이들에게 ‘잘 잤어?’가 아니라 ‘뭐 없어?’라고 했어요. 가족을 소재 덩어리로 본 거죠. 아이들이 다운이·겨운이를 자신과 너무 동일시하는 것도 걱정스러웠어요. 가족에서 벗어나 나만의 작업을 해보자 한 거죠.”

홍승우(왼쪽)·장익준 작가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비빔툰> 시즌2로 독자들과 다시 만나는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처음엔 홀가분했다. 과학 학습만화 등 하고 싶은 작품에 전념했다. 2년쯤 지나고부터 몸이 근질근질해졌다. <비빔툰>이 자꾸 생각났다. 하지만 같은 고민이 반복될까 봐 다시 시작할 엄두를 못 냈다. 그때 말이 통한 사람이 홍 작가가 만화를 연재하던 과학잡지 <과학쟁이>의 장익준 편집장이었다. 그는 2000년 나온 <비빔툰> 단행본 1권 초판 1쇄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을 정도로 오랜 팬이었다. 2015년 <과학쟁이>가 폐간한 뒤에도 한살 차이 또래인 둘은 자주 만났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도 막판엔 늘 <비빔툰> 얘기로 귀결됐다.

“장익준 작가와 얘기하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어요. 이 사람과 함께라면 새로운 얘기를 할 수 있겠다 싶었죠.” <비빔툰>을 다시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둘은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스토리 구상을 함께했을 뿐 아니라, 홍 작가의 8컷짜리 만화마다 장 작가의 1쪽짜리 글을 붙이는 ‘카툰 에세이’ 형식으로 손발을 맞췄다. 장 작가는 “<비빔툰>은 홍 작가의 인생 작품이다. 백종원 요리의 설탕 같은 느낌으로 한숟갈 얹어 좀 더 대중적인 맛을 더하는 게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즌2는 정보통 가족이 어느 아파트 단지로 이사 오는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세월이 꽤 흘렀지만, 다운이는 중학생, 겨운이는 초등 고학년이다. “제 실제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 됐거든요. 저도 이제야 정보통 가족을 오롯이 만화 캐릭터로 한발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마음이 한결 편해요.”

<비빔툰> 시즌2에는 정보통 가족 말고도 이웃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즌2의 등장인물들. 트로이목마 제공
달라진 점은 또 있다. 정보통 가족 말고도 다른 많은 가족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웃, 동네 카페·치킨집·마트 등 자영업자, 직장 동료, 아이들 학교 친구 등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에도 상당 분량을 할애한다. 정보통네는 4인 가족이지만, 다른 인물의 가족 형태는 제각각이다. 할머니와 손주들로 이뤄진 가정, 이혼하고 혼자 사는 남자, 반려동물과 사는 여자…. 홍 작가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가족 형태를 담으려 했다. <비빔툰>이라는 제목이 과거엔 감정·사람·사건을 비빈다는 의미였다면, 이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비빈다는 의미로 확장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에피소드가 완결성을 지니면서도 전체 이야기가 드라마처럼 이어진다는 것도 시즌2의 특징이다. 장 작가는 “만화 스토리를 짠다기보다 <비빔툰>을 드라마로 만든다는 기분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도 일했다. 홍 작가는 “<비빔툰>을 웹드라마로 만들자는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 앞으로 상황을 보려 한다”고 귀띔했다.

<비빔툰> 시즌2 1권. 트로이목마 제공
웹툰이 대세가 된 시대에 굳이 단행본을 고집한 이유는 뭘까? “<비빔툰>이 원래 신문과 단행본으로 사랑받은 만화잖아요. 시대가 변했다지만 우직하게 오프라인으로 가는 게 <비빔툰>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책 중심으로 가고요, 반응 봐서 나중에 온라인 공개도 생각해보려 합니다.” 홍 작가의 말에 장 작가는 이렇게 받았다. “제 고등학생 딸은 <비빔툰>이 ‘탑골 만화’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하던데, 요새는 탑골이 ‘힙’하지 않나요? 하하~.”

이들은 곧바로 2권 작업에 들어갈 참이다. 장 작가는 “2권에선 새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홍 작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접촉·비대면 사회로 변해도 밝고 재미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2권은 올해 11월에 내는 게 목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네이버 뉴스판에서 한겨레21을 구독하세요!
▶신문 구독신청▶코로나 절벽에 선 사람들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