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로 목줄 묶어 테라스에 감금하고 밥도 한끼만"
"계부는 프라이팬, 친모는 달궈진 젓가락으로 지져"
상상도 못할 충격적인 학대 못이겨 4층에서 탈출
부모에게 학대를 받은 정황이 드러난 경남 창녕군 초등학교 4학년 A양(9)이 경찰 조사에서 한 말이다. A양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에서 진술한 충격적인 학대 내용을 보면 A양이 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는지 짐작을 할 수 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지난달 29일 집에서 탈출했다. 자신의 집 테라스에서 이틀간 목에 쇠사슬에 자물쇠까지 채워져 있다가 잠시 줄을 풀어준 사이 도망친 것이었다. 이 집은 4층 높이인데 A양은 자신의 집 테라스에서 옆집 테라스로 넘어가 도망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사실상 어른도 넘어가기 힘든 곳을 목숨을 걸고 탈출을 한 것이다.
A양은 경찰에서 “평소에 다락방에 생활하며 여러 차례 쇠사슬로 된 목줄에 감금되었다가 설거지나 청소 등 집안일을 할 때만 풀어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A양이 “집을 나가겠다”고 하면 이런 감금을 했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A양이 부모로부터 당했다고 진술한 학대 내용은 충격적이다. 계부 B씨(35)는 프라이팬으로 손가락을 지졌다. 쇠막대기(카본 재질)와 빨래건조대 등으로 때리기도 했다. 친모(27) C씨는 200도 이상의 열을 가해서 금속 등을 접착할 때 사용하는 글루건을 발등에 쏘거나, 쇠젓가락을 불에 달궈 발바닥을 지지는 등 화상을 입혔다는 것이 A양의 진술이다.
경찰은 A양이 발견될 당시 눈 부위에 멍이 들어 있었고, 손과 발에 화상 흔적이 있고, 등과 목에도 상처가 있는 것을 학대의 유력한 증거로 보고 있다. 또 병원 치료 과정에 오래된 골절과 빈혈 등의 증상이 있는 것도 확인했다. B·C씨 집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 쇠사슬과 자물쇠, 글루건, 프라이팬, 효자손, 쇠막대기 등도 확보한 상태다.
경찰은 A양에 대해 지난 2일과 10일 2차례 조사를 벌여 학대 관련 진술을 받았다. 지난 4일 계부에 대한 1차 조사에서 계부는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훈계 차원에서 몇 차례 때렸지만, 학대는 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대 사실 일부를 인정하는 듯한 말을 했다. B씨는 “(A양이 집 밖으로) 나간다고 하기에 ‘나갈 거면 네 손가락을 (프라이팬에) 지져라. 너 지문 있으니까’라고 했다”고 말했다. 집을 나가도 지문을 조회해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 없애고 나가라는 의미였다.
당초 11일 친모 C씨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미뤄지게 됐다. B·C씨 사이에는 A양 외에도 3명의 자녀가 더 있다. 3명의 자녀는 두 사람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서 조사한 결과 이 3명의 자녀에 대해서는 특별한 학대 정황은 없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이 아동들의 정서적 학대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임시보호명령을 내렸고 지난 10일 이 명령에 따라 B·C씨와 3명의 자녀를 분리하기 위해 경찰이 집을 찾았으나 이들 부부가 자해하며 완강하게 저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3명의 자녀를 B·C씨와 분리하기는 했으나 B·C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입원한 상태다. 두 사람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B씨·C씨에 대해 강제 수사를 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며 “두 부부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