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크리스마스 단속, 왜 '사과'도 단속대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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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2.20. 오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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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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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활동, 상징물 판매, 공연과 세일도 금지
성탄전야 때 '사과' 주던 중국 내 풍속까지 단속
개혁개방 이후 90년대부터 이브날 사과 주기시작


중국정부가 성탄절 단속에 나서면서 성탄전야 사과의 판매까지 금지시킨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사진=www.baidu.com)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중국 지방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관련 종교활동과 공연은 물론 심지어 백화점 및 상점에서 성탄 기념 세일을 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강력한 '크리스마스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단속 대상에 '사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성탄 전야에 사과를 선물로 주고받는 것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풍습이다. 개혁개방이 시작된 이후 중국 내부의 풍습으로 정착된 것이지만, 이마저도 크리스마스와 연계됐단 이유로 단속대상이 되면서 대내외적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들에 의하면, 19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北京) 인근의 도시인 랑팡(廊坊)시 도시관리국에서 최근 공문을 통해 길거리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거나 장식, 조명을 다는 행위, 공연 및 종교활동을 엄격히 금지하며 이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토록 했다. 이와함께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저녁에는 상점들과 노점상들이 크리스마스 양말이나 산타클로스 인형 등을 파는 것도 대대적으로 단속한다고 공지했다. 랑팡시 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크리스마스 관련 활동은 모두 단속될 예정이다.

성탄전야 사과는 중국에서 '평안과(平安果)'. 개혁개방 이후 사과 나누는 풍습 생겨

개혁개방 이후 중국 내 사과생산량이 크게 늘고 국민소득도 늘면서 과거 먹기 힘들던 사과를 성탄전야에 나누는 풍습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www.baidu.com)


특이한 것은 단속 대상에 '사과'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크리스마스와 딱히 연계된 기념물이 아님에도 사과가 단속물 대상에 올라온 이유는 성탄절 전야에 사과를 주고받는 중국만의 풍습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 성탄전야를 '평화로운 밤'이란 의미로 '평안야(平安夜)'라고 쓰고 발음은 '핑안예(pinganye)'라고 한다. 이 평안야의 발음과 사과를 의미하는 중국어 '평과(?果)'의 발음이 유사하다 하여 사과를 주고받게 됐다. 평과는 중국어로 '핑구아(pingguo)'라고 읽는다.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된 풍습인지는 모르지만, 성탄전야에 사과를 나눠주는 중국만의 독특한 풍습은 개혁개방 이후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1978년 전면적 시장개방이 실시된 이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전에 생산량 부족 등의 이유로 먹기 힘들었던 사과를 성탄전야에 나누는 풍속이 생겨났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사과생산량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현재 중국은 전세계 사과의 60% 가까이를 생산하는 최대 사과 생산국이다. 이런 이유들이 합쳐지며 현대 중국에서는 보통 성탄전야에 사과를 '평안과(平安果)'라 부르며 성탄절 시즌을 맞이해 상점마다 평안이나 복을 비는 글씨를 새겨넣은 선물용 사과세트를 대량으로 쌓아두고 판매하곤 한다.

하지만 올해는 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성탄절 분위기 자체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원래 성탄절에 대한 배척이 심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10월 제 19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문명의 위대한 부활을 주창, 사상 통제가 심해진 이후부터 배척대상이 됐다. 중국 관영 CCTV에서도 크리스마스 관련 보도들이 사라졌고, 각 초·중·고 학교들은 물론 대학기관에도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 금지와 성탄절 활동 참여 금지 등이 공문으로 내려졌다.

미·중 무역분쟁 심화...서방과 연계된 교회 탄압 시각도 존재

이달 초 개최됐던 G20 정상회담에서 회동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올초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종교탄압, 사상통제도 점차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이러한 중국 당국의 통제에 중국 내부에서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중국은 헌법을 통해 정상적 종교활동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크리스마스 금지령이 위헌이라는 주장과 함께 사과를 주고받던 중국 내 민간 풍습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중국 헌법 36조에는 종교의 자유와 정상적 종교활동을 보호한다고 나와있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의 와중에서 내부 결속 강화를 명분으로 서방세계와 주로 연결돼있는 교회들을 탄압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미국과 무역분쟁 이후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 티베트와 신장위구르자치구 분리문제, 대북문제 등 각종 지역 안보문제에서도 충돌하고 있다. 이후 중국정부의 종교 탄압도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부터 종교 사무조례를 개정, 종교통제를 강화했고, 지난 9월에는 베이징의 최대 지하교회로 알려진 시온교회가 폐쇄, 청두시의 추위성약 교회의 목사와 신자들이 체포되기도 하는 등 지하교회의 폐쇄와 관계 신도들에 대한 체포가 이어지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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