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국회가 꺼내 든 '권력적 사실행위'…특검과는 배치된 시각?

입력
수정2017.01.25. 오후 6:11
기사원문
김도균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국회 측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권력적 사실행위'로 재구성한, 준비서면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위반한 법률이 뇌물죄인지, 강요 · 직권남용죄인지를 따졌던 그간의 논란을 넘어, '권력적 사실행위'라는 개념으로도 박 대통령의 헌법 가치 훼손을 입증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국회 측 논리에 새로운 개념이 포함되면서 향후 탄핵 심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됩니다.

■ 권력적 사실행위란?
국회 소추위원단 측은 지난 23일 탄핵심판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박 대통령의 법률 위반 행위를 헌법 관점에서 새롭게 정리한 준비서면을 헌재에 냈습니다.

여기에는 '재산권 보장', '시장경제 질서' 등의 탄핵사유와 함께 '권력적 사실행위'라는 개념이 새롭게 포함됐습니다.

권력적 사실행위란 '행정청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의무 없는 일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즉, 돈의 대가성과는 별개로 박 대통령이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대기업에게 미르 ·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라고 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헌법에 위배된다는 겁니다.

대기업으로선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자신들에게 닥칠 각종 불이익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통령의 요구가 사실상 강제력을 지닌다는 논리에서 비롯됐습니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를 불러 재단 출연금을 요구한 행위 뿐 아니라, 플레이그라운드나 KD코퍼레이션 등 최순실 씨 관련 회사와 광고 · 납품 계약을 맺도록 요구한 행위, 지인을 대기업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요구한 행위도 대통령이 법적 근거 없이 기업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력, KT와 포스코 회장 임명에 대한 정부 입김 등도 국회 측이 지적하는 대목입니다.

소추위원단 소속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은 이런 행동들이 "권력적 사실 행위로 볼 수 있다"며 "대통령의 강요나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게 한 결과가 기업의 자율적 의사결정 침해이자 사적 자치에 기반한 시장경제주의 위반"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상 행정처분 등의 행정 작용과 관련해 권력적 사실행위가 발생하면 헌법 위반 행위로 여겨져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전두환 전 대통령도 적용됐던 위헌 사유
그런데 국회 측은 준비서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미르 · 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국제그룹 해체와 마찬가지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쳤다‘고 밝혔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왜 언급된 걸까요?

권력적 사실행위가 80년대 국제그룹 해체 사건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적용됐던 것과 같은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전두환 정권은 1985년 2월 당시 재계 순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었던 국제그룹을 공중분해한 바 있습니다.

'부실기업 정리'라는 이유에서였지만, 이는 핑계일 뿐 사실상 다른 기업들에 비해 일해재단에 정치자금을 적게 내서 정권의 미움을 받았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당시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국제그룹은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해 1989년 위헌소송을 냈습니다.

헌재는 1993년 7월 결정문에서 "공권력의 힘으로 재벌기업 해체라는 사태변동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일종의 '권력적 사실행위'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통령의 공권력 행사도 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처음 확인한 결정이었습니다.

당시 헌재가 전 전 대통령의 국제그룹 해체를 위헌이라고 판단했듯,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탄핵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국회 측의 주장입니다.

■ 탄핵심판 속도 높일 새로운 무기 되나?

박 대통령의 권력적 사실행위가 인정될 경우 탄핵심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국회 측은 이런 내용이 인정되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영장 기각이나 나아가 향후 박 대통령의 뇌물죄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탄핵심판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뇌물죄 논란과는 별개로 박 대통령이 헌법을 위배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탄핵심판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주목해야 할 것은 국회 측의 이 같은 시각이 기업을 '피해자'로 규정했다는 측면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시각과는 정반대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특검은 미르 ·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을 ‘뇌물공여자’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회 측의 주장이 앞으로 특검 수사에는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주목됩니다.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정혜연)     

김도균 기자(getset@sbs.co.kr)

※ ⓒ SBS & SBS콘텐츠허브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 '최순실 파문' 특검…SBS뉴스 모아 보기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
댓글

SBS 댓글 정책에 따라 SBS에서 제공하는 정치섹션 기사의 본문 하단에는 댓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