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전날 수도권에 한해 은행 영업 시간을 단축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6일까지 기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인 영업시간을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로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시행 첫날인 이날은 혼란을 막기 위해 개점 시각만 오전 9시로 유지했다.
이번 결정은 수도권에서 코로나 재확산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 소비자·노동자의 감염 예방을 위해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금융노조의 설명이다. 그동안 일부 은행 본사의 경우 코로나 사태에 따라 재택 근무와 분산 근무를 시행해왔지만, 정작 직접 근거리에서 고객을 대면해야 하는 영업점 직원들을 위해서는 마땅한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 사태가 악화됐던 지난 3월 해당 지역의 주요 시중은행 영업점이 1시간 단축 영업을 한 전례를 참고했다.
그러나 이런 결정을 두고 오히려 현장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시간 덜 영업을 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단축된 시간에 맞춰 볼일을 보려고 고객이 더 몰릴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은행원은 "영업 단축보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도록 안내하는 게 급선무인 거 같다"며 "대부분 고령층 분들이 은행 영업창구를 많이 찾는데, 답답하거나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며 마스크를 내리는 분들이 허다하다"고 했다.
고객들도 불편함과 불안감을 호소했다. 직장인 최모(28)씨는 "안 그래도 짧은 영업 시간 때문에 직장 생활을 하며 은행에서 볼일을 보기가 어려웠는데 더 불편하게 됐다"며 "더욱이 짧아진 영업 시간 안에 사람들이 더 몰려들까봐 걱정도 많다. 단축을 하기 보다는 창구 대기 인원을 분산시키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일각에서 밀집도와 관련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영업 시간 단축으로 인해 ‘꼭 필요한 업무가 아니면 굳이 은행을 방문하지 않기를 권장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도 있을 걸로 본다"고 했다.
여타 금융사의 대면 영업점은 정상 근무를 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저축은행 등은 종전과 같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점을 열고, 증권사 객장도 마찬가지로 같은 시간 동안 운영한다. 이들 모두 영업 시간 단축과 관련해 아직까지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경우 중앙회는 금융노조 소속이지만, 각 지점은 개별 법인으로 운영돼 영업점 1시간 단축 운영을 각 지점에 권고하되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는 입장이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기간이 연장되거나 강화될 경우 단축 기간을 더 연장할 전망이다. 앞서 은행 영업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사례로는 SBI저축은행이 있다. SBI저축은행 대전지점에서는 지난달 21일 직원 한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근무 중이던 직원은 8명, 방문 고객은 20~30명이었는데 검사 결과 이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박소정 기자 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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