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안 생리대 '표적'이었나… 유해성 제기 시민단체에 '경쟁업체' 임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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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8.25. 오후 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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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나라 릴리안 생리대 위해성에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 '여성환경연대'에 한 위생용품 업체 임원이 활동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올 3월 강원대 연구팀은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11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시험'을 진행했고, 이 중 릴리안 생리대만 제품명을 공개했다. 강원대의 다른 연구팀인 에코피스리더십센터가 과거 이 업체 후원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앞서 3월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판매량이 많은 일회용 중형 생리대 3종, 팬티라이너 5종, 면 생리대 1종 총 11개 제품을 실험했다. 이 11개 제품이 체온(36.5℃)과 같은 환경의 밀폐 공간 안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방출하는지 살펴봤다. 실험 결과 모든 제품에서 약 200종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가 방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TVOC는 제품에서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성분이다. 벤젠·스티렌 등의 독성화합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김 교수는 생리대를 착용한 상황을 고려하면 "생리대와 피부 사이의 공간이 좁은 만큼 더 진한 농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원대 연구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형 생리대 가운데 TVOC 방출 농도가 가장 높은 제품, 팬티라이너 중 방출 농도 1·2위 제품이 모두 릴리안 브랜드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특히 향 성분이 릴리안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며 "릴리안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에서 벤젠류가 검출됐는데 이는 향을 내는 데 쓰이는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 성분이 인체에 무조건 유해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질 점막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연구된 바가 없어 완전히 안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도 전했다.

실험에 국내 시장점유율 10위 안에 든 모든 생리대가 포함됐고 모든 제품에서 독성 물질이 발견됐다는 보도에 소비자들은 나머지 업체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여성환경연대는 릴리안 생리대만 공개된 것에 대해 연구팀의 언론 인터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도 시험 대상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제품명 공개는 정부의 몫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3월 시험 결과 발표 토론회에 생리대 업체 중에는 한 업체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대 측은 이같은 의혹제기에 "당시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이 업체만 참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와 생리대 연구를 진행한 강원대에 소속된 다른 환경관련센터가 2006년부터 이 업체의 후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현재 여성환경연대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해 논란을 빚고 있는 이 업체 임원 A씨가 2013년 강원대 아태환경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강원대학교는 2006년부터 아태지역 저개발 국가들의 환경현안을 공유하고, 선진 기술 및 정책 전수를 통해 아태지역 18개 국가에서 환경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이에 이 업체는  2006년부터 강원대의 연구를 후원해 왔다. 2014년에는 에코피스리더십센터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1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한편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이번 검출 시험의 목표는 특정 브랜드나 제품이 아니라 생리대의 유해물질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와 제도 마련 및 개선이라는 점 때문에 제품명을 알리지 않았다"면서 "브랜드가 공개되면 향후 개선과 제도 마련이 강조되기보다 특정 제품만 강조될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 역시 "임직원 일부가 자발적인 사회활동으로 NGO에 자원봉사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해당 임원 또한) 시민 입장에서 참여한 순수 자원봉사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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