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웃는 남자> 첫공 (박효신) 후기, 빅토르 위고 원작의 '웃남'과 '노담'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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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7. 1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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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에서 조회를 조금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내 정체는 가수 겸 뮤지컬 배우 박효신의 팬이다. 정확한 용어로는 덕후라고나 할까.

가수 박효신은 '눈의 꽃'만 알다가, 박효신 <엘리자벳> 재연 출연 당시 신문기사 한 줄. '뮤지컬 배우로서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목소리가 주는 매력이 대단하다'는... 목소리가 주는 매력? 궁그미하다... 하지만 재연 <엘리자벳> 안 봤다..

<팬텀> 초연한다는 걸 알고 티켓 한 장을 잡아 (공연 혼자 보면 큰일나는 줄 알던 머글이었는데도 '목소리가 주는 매력'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다.) 충무에 갔다가 얼굴도 몰랐던 박효신, 가면 쓴 박효신(확인이 안 돼ㅋ)의 목소리에 이른바 덕통사고를 당해 오늘날 이 지경에 이름...

뮤지컬 <팬텀>, <팬텀>과 박효신에 대한 짧은 고찰 포스팅.

2017년도에는 소울트리로서는 박효신의 공언대로 'Awesome 2017'이었으나 콘서트가 없었어. 2018년엔 박효신 실물 볼 기회가 없어 내내 뮤지컬 <웃는 남자>만 기다려왔는데 7월이다.  티켓팅만 네 번 하고 공연은 1도 못 보고 2018년도 반이 넘게 갔다.

뮤지컬 <웃는 남자>(이하 '웃남') 첫공을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그 사이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이하 '노담')가 치고 들어왔다. '웃남'은 멀고 '노담'은 가까웠다.

지난 '노담' 복습하기 포스팅까지 쓰며 나는 7.8(일) 나의 '노담' 생애 초연 캐스팅을 완성했다. ㅎㅎㅎ 기대하던 '노담' 첫공. 그런데 이런. 그 날 '웃남' 프리뷰를 한다네? ×÷~^÷ '웃남' 프리뷰는 포기했다. 프리뷰는 첫공이 아니지. 무대 인사가 없잖아.

'노담' 생애 초연이 예정된 7월 8일 그랭구와르는 최재림 배우였는데 마이클리 배우가 궁금해져서 7월 4일 '노담' 표를 급하게 잡았으니 이것이 '노담' 초초연?

생애 처음 본 '노담'은... '노담'은... 말잇못. 나를 회전문러로 탄생시킨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능가하는 완벽한 뮤지컬. 명불허전.

나를 1인의 회전문러로 탄생시킨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예술적인 넘버와  배우들의 훌륭한 기량이 매력이었다면, '노담'은 비장미 넘치는 넘버뿐 아니라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영혼 깊이 나를 만족시켰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생애 초연 감상후기, 아낭케(Anatkh, 숙명) 과연~ 포스팅

7.4 '노담' 공연 후 나는 완전히 '노담'에 빠져서 내가 원하는 궁극의 캐스팅을 완성시켰으니 이것이 7.11 마티네.

그러니까 7.4(수) 노담,  7.8(일) 노담, 7.10(화) 웃남, 7.11(수) 노담. 일주일 동안 4장의 티켓. 실화냐 @.@ 나 백수도 아닌데...

ㅎㅎㅎㅎㅎ 내가 본격적으로 관극을 시작한 2017년 이래 월 4회도 드문데 주 4회 관극이라니. 전무후무. (전무는 확실한데 후무하길 바란다. ㅋ) 

내가 무슨 배우야? 주4회 공연이라니. 게다가 박효신 공연 1회, '노담'이 3회. 이것이 바로 주객전도인가.

무튼 나의 기준은 '노담'에 기준이 맞춰져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 마이클리 배우 첫대면 후 배우의 숙명을 타고난 그 동물적인 배우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나는 감탄하며 세종을 빠져나왔는데... 아~~ 괜히 유명한 것이 아니구나. '노담'과 마이클 리. 명불허전. 마배우가 너무 멋져서 나 마배우로 갈아타는거 아냐? 했건만(^^;).

'웃남' 첫공날이 되자 너무너무 떨리는 것이다. 내가 첫공하나? 나 왜이렇게 떨림?  본진이 괜히 본진이 아니군. 갈아타기는 개뿔. 커피로 진정시키면서 기다리는 첫공.

[공연명]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날짜] 2018. 07.10 (19:00~  )

[캐스팅] 그윈플렌 : 박효신

             우르수스 : 양준모

             조시아나 : 신영숙

             데아: 이수빈

             더리모어 : 강태을

             앤 여왕 : 김나윤

             페드로 : 이상준

극이 시작됐다. 강아지와 같이 귀여운 뽀글머리의 아역이 지나가고 드디어. 박효신.  얼마만인가. 잘생 잘생. 좋다. 덕후에게 이성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

오츠카를 통해 본 얼굴은 어느 때보다 눈이 더 커보인다. (아이라인때문인가 살이 빠져서인가) 입을 찢는 분장이 어색할까 걱정됐지만 자연스럽다. 비록 조커 분장을 했을지언정 잘생긴 얼굴은 가릴 수가 없다. 암만~ 마스크는 쓰는 거 아니야.

사진 출처 배우의 인스타.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는 들어도 들어도 갈증 난다. 특별한 목소리를 들려줄까 싶었는데 익숙하고 아름다운 목소리, 다른 사람에게서 들을 수 없는 목소리, 내 마음이 공명하는 목소리.

그러는 사이 무대에선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그 옛날 댄버스 부인의 미모를 보여주는 신영숙 배우가 노래하고(팬들 사이에서 별명이  '신여사'였는데 이번 프로필 사진을 통해 '신언니'로 격상(?)되었다 한다. ㅎㅎ ) 우르수스 역의 양준모 배우가 나오고 이수빈 배우의 데아와 그윈플렌이 꽁냥대고..

극 중 조시아나의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왜 남주를 벗기는 건지. 소문난 완벽주의자로 공연 때만 되면 살이 빠지는 박효신인데 등이 휜히 드러나 어깨뼈가 안스러웠다. 벗기면 팬들이 좋아할 줄 알았나. 난 반댈세.

지난 포스팅 "뮤지컬 웃는 남자와 뮤지컬 배우 박효신에 대하여"를 통해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에게 뮤지컬 <캐츠>의 "메모리"나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같은 킬링넘버를 부탁한다고 기원하였건만 킬링넘버는 없었다. 그윈플렌이 데아를 안고 승천하는 장면은... 유치했다. 그 장면에서 뒤 객석에서는 훌쩍거리는 소리가 나서 음. 난 하나도 안 슬픈데.

무대인사가 시작됐다. 시작부터 나와 같은 열에 앉아있던 연출가 작사가 작곡가 EMK대표가 무대에 올라 뮤지컬 <웃는 남자>가 월드 프리미어를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눈물로 소개하는데. 물론 많이 힘들었겠지만 눈물은 좀...

차근차근 생각해보니 '웃남'에 내가 너무 박한 평가를 내린 것은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고,  '노담'이 너무 훌륭해서 내 기준이 온통 '노담'에 맞춰져 있었던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것은 주관적이며 극과 배우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장단점을 적어보자면.

'웃남'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자 장점은 내가 볼 때 시각적인 부분이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 그리고 무대 연출.

무대가 예쁘다. 오페라 극장의 넓은 무대가 비좁아 보일 정도로 무대가 무대로 꽉 찼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 '가위손'의 예쁜 버전 같기도 하고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기도 한 환상적인 시공간. 그러고 보니 여왕도 비슷하다.

첫 장면인 폭풍 장면부터, 그리고 어린 그윈플렌과 데아가 만나는 눈보라 장면. 공들인 빨래터의 연출, 밤하늘과 등 조명.

아름답다. 무대와 각종 무대 연출이 그야말로 예술. 관객을 환상 속으로 데려다 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예쁜 무대와 환상적인 연출을 보기 위해서라도 관극을 권한다. 평소 나는 가성비를 따져 사이드 좌석을 선호하는데 무대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중앙에 한 번은 앉아봐야 할 것 같다.

여기에 볼거리인 부자의 집과 의상, 빈자 우르수스의 화려한 쇼를 더했다.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 쇼가 주는 즐거움의 환상 속으로 도피하는 것이 뮤지컬의 본래 미덕이기도 하니 무대도, 극중 서커스단의 공연도 환상 속으로 들어가라는 뜻으로 이해하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이상한 나라이지만 그런 이상한 나라('웃남'에 나오는 부자들과 가난한 이들이 이상한 동거를 하는)가 옛날에 실존하지  않았나. 먼먼 훗날 보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도 이상한 나라라 하겠지.

뮤지컬 웃는 남자 무대 이미지. EMK뮤지컬 제공 사진.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환상 그 자체.

다시 말하지만 처음 '웃남'에 실망했던 것은 그 비교대상이 어디까지나 '노담'이어서이고 내가 비장미 넘치는 넘버를 좋아해서이다. 하지만 모든 뮤지컬이 '노담'처럼 심각하고 운명을 생각해야하고 세련미와 비장미 넘칠 필요는 없다. 이런 극도 있고 저런 극도 있는 거지.

노담'의 넘버가 비장미 있다면 '웃남'의 넘버는 서정적이다. 

슬픔과 사연 가득 담긴 눈동자의 포스터와 그로테스크한 분장과, 극에도 종종 등장하는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의 지옥으로 만들어졌다"는 심각한 내용의 슬로건. 거기다 콤프라치코스라는 반인륜적이고 막장 뺨치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극 내용은 따뜻하고 넘버는 서정적이고 무대는 동화적이다.

박효신이 그리는 그윈플렌은 이러한 출생의 비밀과 아픔과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얼굴의 상처가 있지만, 같은 상처가 있는 조커와는 전혀 다르다. '웃는 남자'라는 제목이 말해주는 그대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으며 천성이 밝고 사랑할 줄 아는 청년.

'세상은 잔인한 곳'이라며 세상을 믿지 않는다던 우르수스가 그윈플렌과 데아를 끔찍히 사랑하며 키웠겠지. 그래서 그들의 세상은 가난하지만 따뜻하고 서로 의지하며 사랑이 넘친다. 사랑 없고 헐뜯는 부자들의 세상과는 대조적으로.

이들을 사랑하게 하고 서로 위해주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 이는 작고 연약한 데아일 것이니, 이 점이 의미심장하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나 할까. 아까 언급했던 빨래터의 공들인 연출도 주제와 무슨 상관이람? 보여주기 위한 연출 아닌가? 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지만 사랑스런 데아를 웃게 만드는 것. 그걸로 된거다.

슬픔과 사연 가득한 눈동자로 응시하는 박효신. 첫공개 후 이 눈동자에 너무 놀랐던 기억이...' 박가수가 배우 다 됐구나.이제 눈으로 말하네'하는 생각이 들게 한 사진. 그래서 비련의 남주를 예상했건만... 아니었다. 포스터는 왜 이렇게 슬프게 찍었어요? 낚시였던 건가.

그윈플렌은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지루한 삶을 살던, 자신의 욕망 밖에는 모르던 조시아나가 바뀌었으니 작은 성공을 이뤄내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관극 전엔 시놉도 안 보는 나인데 이제 오히려 원작이나 영화를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웃는 남자>. <레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를 통해 볼때 빅토르 위고는 옛날 사람이지만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 특히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대했던 것 같다. 마땅히 대문호라 불릴 만하다.

민경아 배우와의 연습장면.

아쉬운 점이 없지않아 있지만 첫술 밥에 배부르랴. 초연이고 앞으로도 더더더 발전하기를 바라며 (그래도 결말은 어떻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 승천하는 장면 못 잃어서인가? 데아야 죽는다지만 그윈은 왜 ...  ?

아, 또 한가지. 나는 주제를 직접 말하는 방식 선호하지 않는데. 나중에 그것도 좀 고려를...) 웃는 남자는 노래하는 박효신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

... 다른 분들이 "그건 니 생각~" 할 것 같다. ㅎㅎㅎ 이번에 느낀 건데 연기도 열심히 합니다. 진짜에요. 박효신이 차가워보이지만 원래 성격이 다정다감하고 애교 있..

7.13 박효신 인스타 사진.(박효신 셀카. 셀*)

위와 같은 날 사진. 박효신 퇴근길. 팬카페 펌 사진.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내가 내린 결론, 오늘의 위너는 이수빈 배우다.

엊그제 나는 '노담' 감상후기에서  "배우의 숙명을 타고 나지 않아도 이렇게 보기만 해도 좋은걸"라고 말했는데... 취소한다. 박효신과 꽁냥대고 노래하고 안아주고. 배우로 다시 태어나야할 것 같다.

요즘 나의 화두는 기승전 숙명인건가.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 어쩔 수가 없네. 노래하고 연기하고 살아 움직이는 박배우 보러 가야지.

그럼 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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