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역서 대낮에 여성 폭행…CCTV 없어 용의자 특정 어렵다?

입력
수정2020.05.31. 오후 9:28
기사원문
조문희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백주대낮에 공항철도 서울역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폭행이 벌어졌다. 관할 경찰은 해당 구역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용의자 특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ㄱ씨(32)는 지난 26일 오후 1시50분쯤 공항철도 서울역 한 아이스크림 전문점 인근에서 신원불상의 남성에게 폭행 당했다. 31일 ㄱ씨에 따르면 서울역사 내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공항철도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키 180㎝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다가와 어깨를 부딪쳤다. 남성은 ㄱ씨에게 욕설을 하더니 안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이후 남성은 ㄱ씨를 한차례 더 폭행하려 했지만 ㄱ씨가 소리를 질러 미수에 그쳤다. 남성은 서울역 15번 출구 쪽 모범택시 정류소를 따라 유유히 달아났다.

이 사건으로 ㄱ씨는 왼쪽 광대뼈가 부서지고 함몰되는 상해를 입었다. 사건 당시 안경을 쓰고 있어 왼쪽 눈가도 함께 찢어졌다. 다음주 중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당시 폭행 상황을 목격한 아이스크림 가게 점원과 역사 직원이 서울지방철도경찰대에 ㄱ씨를 데려다줬다. ㄱ씨는 응급실에 다녀온 뒤 경찰 조사에 임했다. 해당 사건은 3일 뒤인 지난 29일 동 경찰대 수사과로 이관됐다.

남성의 신원은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ㄱ씨에 따르면 경찰은 폭행 현장 인근에 CCTV가 없어 수사가 쉽지 않다고 했다. 또 열차 탑승 내역이나 역사 내 카드 사용 기록도 없어 인상착의와 CCTV에 드러난 동선에만 의지해야 하는 관계로 용의자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ㄱ씨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폭행 현장은 공간이 넓었고, 당시 행인이 많이 오간 것도 아니었다”며 “다분히 의도적으로 어깨를 부딪치고는 폭행한 것”이라고 했다.

경찰의 대응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ㄱ씨는 “사고 직후 내가 ‘서울역에 CCTV 사각지대가 있는 건 말도 안 되지 않느냐’고 하니, (경찰은) ‘안 그래도 CCTV가 거기 없어서, 그동안 수사에 걸림돌이었다’는 얘기를 하더라. 만약 그랬다면 당연히 진작 개선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범인을 잡을 수 있을지 100% 확신할 수 없다’고도 했는데, 경찰이 피해자에게 사건 당일 그렇게 말하는 게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낮에 이런 일을 당하고도 범인을 잡기가 어렵다 하니, 여성으로서 어떻게 서울역을 어떻게 다닐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ㄱ씨의 언니는 “CCTV 부재로 결정적 증거 장면을 확보할 수 없는 데 대해 서울역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경찰도) 그동안 수사에 걸림이 되었다면 개선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동생에게 생긴 육체적 상처도 상처이지만, 동생이 평생 안고 살아갈 정신적 충격이 가장 걱정”이라며 “(동생은) 보복범죄가 진행되면 어쩌나 두려워한다. 일면식도 없는 이가 행한 폭력에 피해자가 이런 걱정을 해야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라고 물었다.

이 사건은 31일 오후 2시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해시태그(#) ‘서울역묻지마폭행’을 달고 8900건 이상 공유됐다. 포털사이트 일부 카페에도 관련 게시글이 올라갔다.

서울지방철도경찰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사항은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31일 시민들이 공항철도 서울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ㄱ씨는 이 곳 한 아이스크림 전문점 인근에서 지난 26일 신원미상의 남성에게 폭행 당했다. 조문희 기자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신문 바로가기▶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