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日 국제학회때 발표했다더니…조국 딸, 명단에 없었다

입력
수정2019.08.22. 오후 11:31
기사원문
박윤균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단국대 논문 이어 공주대 인턴 스펙도 `뻥튀기` 의혹

"영어 발표자" 曺해명과 달리
학회명단엔 제1저자 최모씨

물리캠프 `장려상`도 의구심
조국 딸 참여 해만 전원수상


◆ 조국 의혹 일파만파 ◆

22일 오전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 회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조 후보자의 부적격 이유는 많지만 무엇보다 학부모를 분노케 하는 것은 자식 교육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충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 모씨(28)가 2009년 공주대 인턴 과정 중 일본에서 열린 국제학회 참석 당시 정식 발표자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 후보자 청문회 준비단이 "후보자의 딸이 2009년 8월께 일본에서 개최된 국제학회에 참가했고 영어로 직접 발표하는 등 적극 활동했다"며 조씨가 발표요지록에 제3저자로 기재된 부분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으나 이 해명이 미흡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셈이다.

22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2009 국제조류학회 관련 발표 내용 요약 자료'에 따르면 당시 공주대 대학원생이었던 최 모씨가 발표 저자로 기록돼 있었다. 최씨 이름 밑에 줄이 쳐 있고 이것이 발표자를 의미한다는 게 당시 학회 관계자였던 일본 K대학 소속 M교수의 설명이다. 조씨의 이름은 세 번째에 기재돼 있으며 밑줄이 쳐 있지 않다. M교수는 메일을 통해 "최씨가 발표자이며, 제1저자였다"고 밝혔다.

조씨가 이미 거의 완성된 논문인데 중간에 끼어든 정황은 또 있다. 국제조류학회 측에 초록을 제출해야 하는 마감일은 2009년 3월 31일이었다. 준비단의 해명대로라면 조씨가 인턴 과정에 참여하기 약 4개월 전부터 이미 학회에 조씨가 발표한 발표문이 등록돼 있었다는 말이다. 물론 보강 연구를 통해 초록의 내용이 수정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국제학회에서 발표할 수 있을 만한 논문의 주요 내용은 이미 등록 시점인 3월 말까지 확정됐을 것으로 보인다.

조씨가 참여한 인턴이 3주 과정으로 길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조씨가 3저자로 등재될 정도로 기여했다는 주장에 대해 의문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조씨가 참여한 학회 발표와 완전히 동일한 제목의 학위 논문도 학술연구정보서비스에서 검색됐다. 2010년 1월 최씨가 낸 석사 학위 논문이 그것이다. 이 석사 학위 논문의 지도교수는 조 후보자 부인의 친구인 김 모 교수로 보도에 따르면 조 후보자 부인이 딸인 조씨를 데리고 직접 공주대로 가 김 교수에게 인사를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가 제자인 최씨의 석사 학위 논문으로 준비된 발표문에 지인 딸인 조씨 이름을 넣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09년 일본에서 열린 발표회 당시 조국 후보자의 딸 조씨가 아닌 대학원생 최 모씨가 공식 발표자로 기재돼 있다. [사진 제공=국제조류학회]
한 학계 관계자는 "정황상 학위 논문 저자가 다 마련해놓은 국제학회 발표에 조씨가 스펙을 마련하려고 이름을 올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대학가 일각에선 논문 자체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논문을 기반으로 한 발표에 참여해 발표요지록에 이름을 올린 사실도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후보자 측이 주장하는 조씨의 '발표'가 일반적 구두 발표가 아닌 이른바 '포스터 발표'일 가능성도 높다. 포스터 발표란 각자가 한 연구 내용 등을 간략히 담아 인쇄한 포스터물 옆에 대기하다가 학회 참가자들에게 이를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포스터 발표의 경우에도 학회 측에 정식 등록된 발표자는 조씨가 아닌 최씨였다. 대학원생 조 모씨(32)는 "주된 발표자가 있는 상황에서 단순하게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면 이것만으로 적극 활동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가 참가한 여고생 물리캠프에도 의문점이 제기된다. 조씨가 참여한 해에만 장려상을 수여해 모든 본선 진출자들이 수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한국물리학회가 연 여고생 물리캠프는 본선 참가 8팀이 모두 수상(금상 2, 은상 1, 동상 2, 장려상 3)했다. 조씨의 팀은 장려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해당 연도를 제외하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뤄진 캠프에서는 장려상은 수여되지 않았으며 본선 참가팀 중 절반 정도만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조씨는 장려상 수여 사실을 고려대 입학전형에서 자기소개서에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윤균 기자 / 신혜림 기자]

▶네이버 메인에서 '매일경제'를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매콤달콤' 구독 ▶무궁무진한 프리미엄 읽을거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