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어간 기준금리…사상 첫 1%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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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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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금통위서 연 1.50% 동결…10월 인하 가능성 한층 커져
역대 최저 금리 가시권…꿈틀거리는 가계 빚·부동산 '걸림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잠시 속도조절에 나섰지만, 이로써 올해 안에 추가 인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쌓여만 가는 대외 악재로 경기 불황 먹구름이 계속 짙어지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 성장률이 가시화 하고 있어서다. 이에 시장에서는 조만간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1%까지 떨어질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낮아진 금리 속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은 한은의 고민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서울 세종대로 본부에서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준금리 조정에 잠시 쉬어갈 시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회의에서 전격적인 인하를 단행한 만큼, 아직은 시장에서의 효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 이후 기준금리를 연속 인하한 점이 없었다는 측면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지난 달 회의에서 예상을 깨고 기존 1.75%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뀐 상태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오는 10월에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내려갈 공산은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해당 회의를 넘기더라도 그 다음 달에 한 번 더 남아 있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올해 안에는 한 차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다.

이는 저성장과 저물가가 함께 나타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따른 압박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0.3%포인트 내려 잡았다. 이 같은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가 몰아닥치던 2009년(0.8%) 이후 최저치다. 동시에 물가상승률은 7개월째 0%대에 머물고 있다.

전망은 더욱 어둡다. 장기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에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더해지면서 당분간 국내 경기 침체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에 대한 의존이 큰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 상 염려가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번 달 1~20일 수출은 전년 동기 13.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는 등 부진을 지속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에 시장은 이미 기준금리 인하에 배팅을 마친 모습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대 초반으로 기준금리를 상당 폭 하회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경기 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내년 초에는 기준금리가 1%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기록을 갱신하게 된다. 이전까지 가장 낮은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의 연 1.25%였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은 연속적인 금리 인하가 역설적으로 경기 침체의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부담에 기인한 것으로, 추가 인하를 위한 숨 고르기 과정"이라며 "올해 한 차례 추가 인하 이후 내년 1분기 1%까지 기준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주열 한은 총재가 대외 여건을 수차례 언급하며 추가 인하 폭에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했다"며 "금리 바닥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판단으로, 기준금리 1.0% 기대감은 유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가계 빚이다. 최근 다시 확대 조짐을 보이는 가계부채는 금리 인하에 있어 부담 요인이다. 국내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올해 들어 ▲1월 1조1000억원 ▲2월 2조5000억원 ▲3월 2조9000억원 ▲4월 4조5000억원 ▲5월 5조원 ▲6월 5조4000억원 ▲7월 5조8000억원 등으로 커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측면도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3% 오르며 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무역 둔화와 일본과의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길어질 경우 기준금리 인하 압박은 더욱 커져 갈 것"이라며 "하지만 이미 금리가 상당히 낮아져 있어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진정세를 보이던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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