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공개한 글에서 “과거 기울어진 세상에서 노동이 ‘투쟁’으로 존중을 찾았다면, 앞으로의 세상에서 노동은 ‘상생’으로 존중을 찾아야 한다”며 “노동계 또한 우리 사회의 주류라는 자세로 함께 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올해 노동절 메시지는 문 대통령이 오랜 시간동안 고민을 한 결과물을 담아낸 것”이라며 “특히 ‘상생’이라는 표현은 원고 초안에 없던 대목”이라고 전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노동계가 더이상 피해자나 약자로서 보호해야 한다는 프레임이 아니라 전체 경제성장을 책임지는 주체로서 역할을 해야한다는 인식 전환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또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 52시간 근로제는 모두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그것을 통해 노동의 질을 높이고자 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노동 조건 개선의 궁극적인 목표가 노동생산성 향상이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등의 목표를 노동자 복지가 아니라 노동생산성과 연결지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6개 회원국 중 29위에 그쳤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노동절 메시지에서도 ‘노동의 질’을 언급하기는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노동의 질’을 거론했다면 올해는 생산성 제고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노사정이 함께 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조속한 정상화로 좋은 결실을 이뤄내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경사노위는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참여 거부로 공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민노총에 대한 압박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문 대통령은 노동절을 하루 앞둔 지난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파운드리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에 박수를 보내며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난 것은 7번째다. 특히 삼성의 국내 사업장 방문은 처음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와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문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친재벌’로 돌아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기업에 대한 지원을 반복적으로 당부해 온 친시장주의자에 가까웠다”며 “오히려 운동권 출신의 장관이나 핵심 참모들이 대통령의 뜻과 달리 노동계 등 기존 지지층의 눈치를 보며 적극적 행동을 하지 못해왔다는 것이 보다 사실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이 운동권 출신인 임종석 전 실장의 후임으로 기업을 경영했던 노영민 실장을 임명하고, 첫 지시로 ‘기업을 직접 만나달라’고 주문한 배경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익명을 요청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중반 이후 문 대통령이 경제계와 접촉을 급격히 늘리며 기업의 고충을 해결하는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다만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일선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며 규제 개혁 등이 획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 네이버 메인에서 중앙일보를 받아보세요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