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경유 리터당 평균가(오후 3시 기준)는 전일 대비 1.01원 오른 1598.59원이다. 최저가는 1439원, 가장 비싼곳은 서울 서남주유소의 2462원이다.
기름값이 오르는 이유는 물류·석유 수요가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급격히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서다. 확산세 감소, 백신 접종률 증가 등으로 사람들의 이동제한이 서서히 풀리고 자유로워져 교통량·항공 이용이 동시에 증가했다는 얘기다. 프란시스코 브랜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국제상품 책임자는 한 외신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수요 여건이 빡빡할 때 가격이 오르기 가장 쉽다"고 설명했다.
이미 고유가로 택배기사들이 운행하기에 충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중국발 요소수 대란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터미널에서 배송지까지 택배를 전달하는 소형 택배차량들은 요소수를 많이 쓰지 않는다. 한 번 보충하면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3~4개월에 교체하면 된다. 요소수가 필요한 질소산화물저감장치(SCR)가 의무화된 2015년 이전 등록 차량이 많다. 다만 각자 쌓아둔 요소수 재고가 부족하거나 교체주기가 임박한 일부 기사들은 4~5만원씩 웃돈을 얹어 '해외직구'에 나서기도 한다.
택배기사 A씨는 "이미 기름값이 폭등해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의 앞자리가 바뀐 상황"이라며 "지금은 웃돈이라도 내면 요소수 어떻게든 살 수는 있는데 나중엔 아예 구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올까 그게 더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기사 B씨도 "요즘 시간이 나면 계속 요소수 가격을 검색해보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뀌지 몰라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당장 택배 대란 가능성 낮다" vs 노조 "전면적 집하제한 조치 가능성도"
지난해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에 이어 올해는 요소수 대란이 본사와 택배기사간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본사와 계약관계에 있는 택배기사들이 요소수 확보 문제를 요구하기 시작하면 또 다시 대립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
또 일부 택배 업체는 요소수 고갈 문턱까지 와있다며 업계 분석에 반박하는 노조 입장도 나오고 있다. 한 택배노조 관계자는 "우체국 택배의 경우 현재 비축된 요소수가 이달 8일~12일 사이에 고갈될 가능성이 있어 전면적 집하제한 조치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와 함께 물류의 한 축을 담당하는 화물 트럭에서는 노조의 성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형 화물트럭은 주행거리 300~400㎞마다 요소수를 채워야 해 보충시기가 매우 짧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지난 1일 성명서를 통해 "요소수 품귀현상에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노동자에게 대부분 비용이 전가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요소수가 이후 정상적으로 유통돼도 이 시기 낮아진 소득을 메우기 위해 화물노동자는 밤낮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업체들이 기사들을 위해 요소수 확보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업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물류비가 폭등하기 전에 정부가 요소수 공급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