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뉴스” MBC 유튜브 콘텐츠 ‘로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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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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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예능 뉴스’ 표방하며 형식 파괴, 내용 탄탄… 로드맨 염규현 기자 “길 위에 답 있다”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전임 경영진 시절 MBC 뉴스는 ‘동물의 왕국’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멧돼지 급증 지구촌 골치”, “현장에서 맹활약 수사견”, “18번째 출산 ‘다산왕’ 기린” 등 메인뉴스에 각종 동물 아이템이 배치되면서 주요 사회 이슈를 덮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뉴스의 연성화’는 망가진 MBC 저널리즘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발상의 전환은 여기서 시작된다. 지난해 남형석 MBC 기자(로드맨 기획 PD)는 기존에 없던 ‘예능 뉴스’를 기획했다. 뉴스 형식을 연성화하되 내용은 실하게 채우면 되지 않겠냐는 문제의식이다. 지난해 6월 말 팀이 구성됐다. 남 PD를 중심으로 염규현, 조의명, 김태효(촬영) 기자, 이미림 예능 작가와 류다예 AD 등 소수 정예가 뭉쳤다.

▲ 지난해 10월 첫 선을 보인 MBC 유튜브 콘텐츠 ‘로드맨’은 지난 20일 누적 조회수 100만을 돌파했다. 사진=엠빅뉴스 화면 캡처


지난해 7월 말 기획해 이들이 10월 첫 선을 보인 MBC 유튜브 콘텐츠 ‘로드맨’은 지난 20일 누적 조회수 100만을 돌파했다. 이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도 22일 기준으로 구독자 16만7000명을 넘어서며 로드맨과 동반 성장하고 있다.

“기존에 없던 뉴스”(남형석)를 표방한 기획이 흥미로운 콘텐츠로 진화한 배경에는 로드맨 염규현 MBC 기자가 있다. “길 위에 답이 있다”는 프로그램 표어처럼 염 기자는 마이크를 들고 ‘문제적 현장’을 찾아 시민과 전문가 등을 인터뷰한다.

방송 리포트에서 흔히 보는 딱딱하고 경직된 인터뷰가 아니다. 취재원과 자유롭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진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로드맨이 던진 농담을 툭하고 받아치는 시민들의 위트와 유머가 백미다. 또 인터뷰 준비 과정을 그대로 담아내며 각본 없는 현장을 보여준다. 기존 뉴스였다면 잘라냈을 자투리 영상들이다.

이를 테면 서울에서 공부하는 지방 출신 수험생을 인터뷰(지방공동화 현상을 다룬 ‘서울공화국’ 편)하면서 느닷없이 어머니에게 영상편지를 띄우게 하거나 택시 승차 거부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취객과 만담(서울시 택시 요금 인상 편)을 나누며 시민들 울분을 전하는 식이다. 영상에서 어떤 뉴스보다 활발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 염규현 MBC 기자가 지난 1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로드맨 팀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난 염 기자는 “대학 때 재즈 댄스 동아리에서 ‘환락부장’을 맡는 등 레크레이션 진행을 많이 했다”며 “MBC에서도 그런 역할을 많이 했는데 방송 규제가 없는 유튜브 특성이 내 성격과 맞아떨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예능에서 볼 수 있는 유쾌하고 화려한 자막도 무시할 수 없는 재미다. 실제 로드맨 팀에는 예능 작가가 있다. 염 기자는 “뉴스 코너에서 예능 작가를 모신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무래도 기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예능식 소통이나 자막 문법을 알려주시는데 함께 하면서 매우 신선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로드맨’은 그저 웃고 떠드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뉴스인 만큼 팩트와 저널리즘에 기반한다. 가속화하는 무인화 시스템, 지방 공동화 현상,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택시 승차 거부와 열악한 택시 기사들의 삶 등 로드맨이 다루는 이슈는 삶과 밀접하다.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아이템을 끌고 나가는 힘은 데이터와 팩트에서 나온다.

여기서 방송 중간 등장하는 ‘팩트맨’ 조의명 MBC 기자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팩트맨은 한껏 진지한 모습으로 데이터와 팩트를 제시한다. 데이터와 팩트로 현장이 발생한 원인과 대안 등을 분석한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시군구 중 40% 가까이가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다.”, “226곳 기초지자체 중 10% 이상엔 응급의료기관이 없고 30%는 기본 문화 시설인 영화관도 없다.” 지방 공동화 이슈를 다룬 ‘서울공화국’ 편에서 날뛰는 로드맨을 넋 놓고 지켜보다가도 팩트맨의 이 같은 묵직한 설명에 시청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다.

▲ ‘팩트맨’ 조의명 MBC 기자는 유튜브 콘텐츠 ‘로드맨’에서 팩트와 데이터를 제시하며 프로그램 중심을 잡는다. 사진=엠빅뉴스 화면


이내 댓글 공간은 “놀이공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모든 게 서울에 치우쳐져 있다”, “아무리 수도라도 모든 걸 거기다가 다 쏟아붓냐”, “돈이 없어서 서울의 장점을 다 못 누린다고 하지만 서울에 산다는 것 자체가 특권이고 장점”,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이런 생각 한 번도 못해봤네.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충격적” 등의 반응으로 하나의 공론장이 된다.

염 기자는 “위트와 풍자를 담아 현장 상황을 쉽게 이해시키는 것이 목표지만 절대 과장하지 말자는 걸 철칙으로 삼았다. 우리 방송을 보면서 방송인 박준형씨의 ‘와썹맨’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신데 실제 벤치마킹한 면이 있다. 그래도 와썹맨과 차이가 있다면 우리에게 팩트맨이 있다는 사실이다. 남형석 PD 지휘 아래 팩트맨이 포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염 기자에게 취재 및 제작 어려움을 묻자 그는 ‘아이템 선정’을 꼽았다. “길 위에 답이 있다”를 표방하지만 이미 답이 나온 아이템을 다루는 것 아니냐는 자성이 있었다는 것. 이에 지난해 11월 선보인 온천 난개발 편은 구성안 없이 무작정 현장을 찾은 아이템이었다.

현장에서 부대낀 결과 정부가 온천법의 온천수 기준 온도를 25도에서 20도로 낮춰 대형 스파 시설 건설 규제를 더 풀려는 등 국내 온천의 난립 문제를 보기 좋게 짚어냈다. 구독자들도 “진짜 중요한 부분을 짚은 듯. 찬물 모아서 데워놓고 온천이라고 우기면 그게 온천이냐”, “한국은 지하수 좀 따뜻하면 다 온천”, “온천 갈 바엔 목욕탕 간다”, “숙박 시설과 식당 바가지 요금, 시설 낙후 등등 안감” 등의 댓글을 달며 크게 호응했다.

▲ ‘로드맨’을 기획한 남형석 PD(가운데 남성)가 지난 1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팀원들과 회의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현재 로드맨 콘텐츠는 유튜브에서만 소비되지 않는다. MBC 뉴스데스크에서도 볼 수 있다. 방송용에 맞게 편집되는 이른바 ‘순한 맛’은 격주로 주말 뉴스데스크에 보도된다. 이후 예능과 재미 요소가 가미된 ‘매운 맛’은 재조리 과정을 거쳐 주중 유튜브에 업로드된다.

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회사 차원에서 편성 빈도를 높이는 전략을 고심 중이다. 특히 MBC 뉴스데스크가 오는 3월부터 85분으로 확대 편성돼 로드맨은 지금보다 자주 시청자들을 찾을 예정이다. 남형석 PD는 “기획 당시에는 ‘MBC가 이런 것도 하는구나’라는 말만 나와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1차 목표는 달성했다”고 했다.

로드맨 염 기자의 바람은 거리 시민들이 로드맨을 직접 알아보고 다가와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이다. “원래 MBC 채널 이미지를 젊게 각인시켜보고 싶었다. 지금은 로드맨으로서 ‘로드맨이라면 내 이야기를 시원하게 다 전달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싶다. 거리의 신문고 역할을 하고 싶다.” 인터뷰 말미 로드맨은 현재 16만7000명인 엠빅뉴스 구독자가 100만명이 되는 게 목표라며 유튜브 ‘구독’과 ‘좋아요’를 미디어오늘 독자에게 당부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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