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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백병원 입구 유리문에는 "서울백병원 병문안객 면회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난 8일 서울백병원에 입원 중이던 41년생 여성 환자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백병원 병동 일부와 응급실이 폐쇄됐다. |
“속 터지고 어디 가서 하소연 할 데도 없고, 한번 무너진 상권 회복될까요? 걱정이 태산입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만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모(55)씨는 “이렇게 안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사람들이 지나다녀도 쳐다보지도 않는다”라고 빈 테이블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우려 유동인구 준 데다 인근 서울 백병원 확진자가 발생하자 명동 상가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명동거리 액세서리 장사를 하는 이모씨는 “보는 사람도 조차 없어요”라며 “우리뿐만 아니라 여기다 마찬가지예요”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씨는 “큰 길 건너면 백병원인데, 여기서 걸어도 5분이 뭐야 4분이면 가요. 가뜩이나 사람 없어서 죽겠는데 저기서(서울 백병원)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오죽하겠어요”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8일 서울백병원에 입원 중이던 41년생 여성 환자가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아 해당 병원 외래 및 응급실 등 병동 일부가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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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점심시간을 맞이한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줄어든 관광객 등으로 부쩍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이 환자와 보호자는 대구 지역에서 왔다는 이유로 병원 예약이 거부되자 서울백병원에선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백병원 측은 환자가 병원에 내원한 이후부터 입원 기간 동안 의료진이 여러 차례 대구 방문 사실을 확인했으나 환자가 이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병원은 해당 환자의 코로나 19 감염이 의심돼 엑스(X)선 및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했고 7일 코로나 19 검사를 시행, 이 환자는 8일 오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8일에는 명동 한 건물 사무실에서 코로나 19 확진자 7명이 발생했다. 확진자 7명은 모두 한 회자 직원으로 이들 중 일부는 대구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에서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 소식이 전해지자 명동거리는 인적이 끊겨 한산한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가뜩이나 부진했던 국내소비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20분쯤 서울 명동 거리를 걸으면 둘러보았다. 마스크를 쓴 소수의 시민이 빠른 발걸음 재촉했다. 임시휴업을 알리고 문을 닫은 상점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명동 상점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평소 점심시간 같으면 가득 차야 할 음식점 안이 텅 비어 있었고, 액세서리 가게는 밝은 불빛이 손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상점마다 직원은 답답한 심정에 열심히 호객행위를 했지만 걸음을 멈추고 가게에 들어 가 구경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 상인은 “관광객도 없고 나가서 사람을 붙잡아도 본체만체 점심때 겨우 세 테이블 만 잡았다”며 “창피해도 이렇게라도 해야 조금이나 장사 한다”며 힘든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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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한 매장 유리 문에는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명동에서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명동 인근에서 터지는 코로나 19 소식에 장사가 안된다고 토로했다. 한 상인은 “사람 자체가 없어요”라며 “그나마 점심때니깐 사람들이 보이는 거지, 평소 같으면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한 화장품 직원도 “외국 관광객은 본적도 없고, 한국 사람들을 붙잡아도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백병원. 백병원 입구에 코로나 19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백병원을 찾는 사람은 없다시피 했고, 방역복을 입은 직원들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병원 유리문은 닫혀 있었고, “서울백병원, 병문안객 면회 제한”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백병원 폐쇄되자 인근 거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점심시간 때 임에도 백병원 인근 음식점을 찾는 사람의 발길이 뜸했다. 평소라면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이 늘어져 있을 맛집 알려진 식당도 한산하기만 했다. 한 식당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빈 의지만 보였다. 인근 카페는 한 두 사람 정도 앉아있는 모습만 보일 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카페를 운영하는 “문만 열었다고 보시면 돼요”라며 “가뜩이나 힘든데 확진자 발생 소식에 더 움츠리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착잡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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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백병원 관계자가 출입을 통제 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백병원에 입원 중이던 41년생 여성 환자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백병원 병동 일부와 응급실이 폐쇄됐다. |
상인들은 백병원에서 확진자 발생이 알려지자 허탈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백병원 인근 사거리에서 만남 한 상인은 “상권이 무너지긴 쉬워도 복구되는 것은 어렵다고, 오래 갈 것 같은데, 까딱하다 내년 아니면 이대로 주 욱 갈 것 같다”라며 “그 사람도 아프면 말을 하던가 뻔히 알면서 속이고 이게 뭐 하는 것이냐”며 인상을 찌푸리면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한편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서울 백병원에 입원했다가 코로나 19로 확진된 환자를 두고 병원과 정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백병원은 이 환자에 대한 고소·고발 등을 논의한 적 없다고 밝힌 반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환자의 거짓 진술에 대해 과태료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9일 서울백병원은 병원에서 코로나 19 확진 환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루머가 일파만파로 확산하자 병원장이 직접 나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부는 환자가 거짓말을 했다면 조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봤다. 다만 정부가 과태료 부과와 처벌의 근거를 밝혔다고 해도 실제 환자에 대한 법적 조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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